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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당뇨 후유증 종기에 웬 사혈? 과다출혈로 마흔에 절명

과로, 스트레스 시달린 ‘강골’ 효종

  • 이상곤│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당뇨 후유증 종기에 웬 사혈? 과다출혈로 마흔에 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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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성세 약골 임금님

당뇨 후유증 종기에 웬 사혈? 과다출혈로 마흔에 절명

효종의 ‘식탐’을 꾸짖은 우암 송시열과 효종이 앓았다는 종기.

한의학적 감기 치료는 현대의학과 달리 인체의 면역반응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고기를 멀리하고 콩나물이나 뭇국, 생강이나 파뿌리 달인 물을 먹으면서 이불을 덮고 땀을 내도록 하는 게 그것이다. 생강이나 파뿌리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콩나물이나 무는 배설을 촉진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체외로 빨리 쫓아내게 한다. 한의학은 감기에 걸렸을 때 고기를 먹으면 소화기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줘 면역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본다.

소갈증(消渴症)이라 불리는 당뇨병도 체온이 떨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체온이 36.5도 이하로 떨어지면 체내 대사활동이 느려지고 중간 대사물질이 분해(연소)되지 않은 채 남게 되는데, 이것이 혈액 안에서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한다. 체내의 당분이 대사 작용을 통해 연소되지 않고 혈액 속에 노폐물로 남으면 당뇨병이 생긴다. 단것을 별로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당수치가 높아지거나 당뇨병에 걸린 사람들이 이런 경우다. 모두 체온이 떨어져 발생한다는 점에서 효종이 감기와 당뇨병을 동시에 앓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한의학은 감기를 외감과 내상 2가지로 분류한다. 외감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외부로부터 직접 공격해 일어나는 경우이고, 내상은 주로 음식이나 스트레스, 과로로 야기되는 체온과 신진대사의 저하가 원인이다. 증상에도 차이가 있다. 외감은 발열이 지속적이고 근육 뼈마디가 심하게 아프며 음식을 잘 먹지 못하지만 맛은 느껴지는 반면, 내상은 발열이 그쳤다 다시 시작되고 뼈마디에 힘이 없고 늘어지며 음식 맛도 잘 모른다. 또한 손바닥이 뜨거워지는 특징도 있다.

효종은 강한 군주의 이미지와는 달리 재위 10년 동안 내상이 원인인 감기를 늘 앓았다. 즉위 초기의 무리한 상사에 따른 과로와 반청(反淸)주의에 따른 스트레스로 체력이 약화된 탓이다. 이 때문에 효종의 감기 치료도 내상성 감기에 자주 쓰는 곽향정기산이 처방됐다. 이 처방은 조선 후기 유재건이 쓴 ‘이향견문록’이라는 책에 ‘만병통치약’으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했다. 하지만 처방의 구성은 ‘위대는 평범이외다’라는 춘원 이광수의 말이 생각날 정도로 별다를 게 없다. 곽향 소엽 백지 대복피 백복령 후박 백출 진피 반하 길경 등 모두가 습기를 말리고 온기를 불어넣는 평범한 약재다.



처방을 해석하면 이렇다. 위장은 물과 음식(水穀)의 바다로, 이를 삭히고 쪄서 잘게 분해한다(腐熟水穀). 그래서 술처럼 맑아진 영양분은 간으로 보내고 탁한 찌꺼기는 땅으로 돌려보낸다. 과로나 스트레스로 열기가 줄어들면 위장은 덜 말린 옷처럼 차고 축축한 상태가 돼 영양분을 간에 보내지 못한다. 이를 한의학에선 ‘차고 습하다(寒濕)’고 정의한다. 이에 대한 처방은 차고 축축해진 위장을 따뜻하게 만드는 약재들로, 차고 축축한 옷을 햇빛과 바람으로 말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곽향정기산은 수분을 배출하고 온기를 북돋워 내부의 한습으로 인해 일어난 감기증상을 치료하는 평범한 처방이다.

효종의 오한두통 증상에 주로 쓰인 청서익기탕 처방도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기력이 떨어질 때 쓰는 보편적 매뉴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효종은 위장이 약하고 체력적으로 약골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침 증상에 삼소음, 행소탕, 청폐탕 등 약한 위장 기능을 감안한 처방을 쓴 것도 그 증거다. 소화불량과 설사, 불면 증상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곽향정기산 보중익기탕 죽여온담탕 등을 처방하는데, 이들은 모두 병에 저항할 힘이 없어질 정도로 체력과 기력이 떨어질 때 쓰는 처방이다.

당뇨 유발한 ‘성질’과 식탐

당뇨 후유증 종기에 웬 사혈? 과다출혈로 마흔에 절명

효종의 감기 처방에 많이 쓰인 연(蓮).

효종은 즉위년부터 소갈병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 즉위 원년 2월 24일 황금탕, 즉위 2년 3월 12일 청심연자음, 즉위 3년 6월 4일 양혈청화탕을 각각 투여했는데 이들은 모두 동의보감 소갈문에 쓰인 치료 처방이다. ‘消’는 몸 안의 진액이 말라 들어가 윤기가 없어진다는 뜻이며 ‘渴’은 목마름 증상을 의미한다. 몸 안의 진액인 인슐린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점과 일단 병에 걸리면 물을 자주 마신다는 점에서 현대의 당뇨병 해석과 똑같다.

특히 효종은 성격과 식습관에서 당뇨를 유발할 여러 요인을 지니고 있었다. ‘욱’하는 성격에 참을성이 없었던 점은 대신들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당한 바 있다. 효종 3년 참찬관 이척연은 “지난번 경연 자리에서 ‘죽인다’는 말씀까지 하셨다고 하니 신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라며 왕의 과격한 언사를 나무랐다. 효종 5년에도 기록이 보인다. “조금이라도 전하의 마음에 거슬리면 반드시 꾸짖고 심지어는 발끈 진노하시니 말소리와 얼굴빛이 너무 엄해 보는 사람이 어리둥절해합니다.”

효종 9년에는 왕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반성한 기록도 있다. “나에게 기질상의 병통이 있다. 한창 성이 날 때에는 일의 시비를 따지지 않은 채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행하여 꼭 끝을 보고서야 그만 두었기 때문에 잘못되는 일이 많았다.”

당뇨병의 적인 식탐도 도마에 올랐다. 효종 8년 8월 16일 우암 송시열이 작심하고 나무란다. “신이 듣건대, 금년 봄에 영남의 한 장수가 울산의 백성들을 상대로 전복을 따 진상할 것을 매우 급하게 독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장수가 말하기를 상께서 훈척대신을 시켜 그렇게 요구하셨다고 했습니다. 맹자가 말하기를 ‘음식 탐하는 사람을 천하게 여긴다’고 했습니다.”

식탐에 대한 지적은 이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반복되는데, 신하들은 중국 남송대의 대학자이자 주자(朱子)의 친구였던 여조겸(呂祖謙·1137~1181)의 일화를 두 번이나 거론하며 효종에게 식탐을 경계하라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여조겸은 젊은 시절 음식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상을 때려 부숴버릴 정도로 성질이 거칠었는데 후일 오랫동안 병을 앓으며 논어의 한 구절을 읽은 후 포악한 성정을 고치고 대학자로 거듭났다. 여조겸에게 깨달음을 준 논어의 구절은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남의 허물은 크게 탓하지 말라’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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