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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고 더 치명적인 ‘진화된 암살자’가 온다

H7N9 신종 AI 대유행 공포

  •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증상 없고 더 치명적인 ‘진화된 암살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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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보름간 51명 중 11명 사망, 치사율 22%
  • ● 3가지 바이러스 결합한 하이브리드 바이러스
  • ● 타미플루, 리렌자 등 항바이러스제 효과적
  • ● 일반 독감과 구별 못해…장·노년층 집중 발생
  • ● 조류 감염증상 없어 조기 대처 어려워
증상 없고 더 치명적인 ‘진화된 암살자’가 온다

중국의 생가금류 시장. 닭, 오리, 비둘기 등을 가둬놓고 즉석에서 도축해서 팔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대인 접촉성이 훨씬 강하다.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시작된 H1N1 인플루엔자 대유행(인간 대 인간, 대륙 간 감염)의 악몽이 이제야 좀 잊히는가 했더니 4년 만에 중국발 H7N9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3월 31일 중국 보건당국은 상하이시와 안후이성에서 3명의 H7N9 AI 감염자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야생조류에만 있던 H7N9 바이러스가 인체감염을 일으킨 것은 명실상부한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라고 볼 수 있다.

세계인의 관심사는 H7N9 AI가 사람 간 전염 능력을 획득해 대유행을 일으킬지에 집중되고 있다. 유행 초기인 현재 전염원, 감염경로, 병독성 및 임상소견 등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고, 돌연변이가 잦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성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선진 각국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대응책을 서두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염 원인, 감염경로 미궁

H7N9 AI 감염자는 상하이시와 인근 안후이성, 장쑤성 및 저장성 등 4개 지역 위주로 발생하다가 4월 13일 멀리 떨어진 베이징에서도 발생했다. 이는 H7N9 AI가 확산 일로에 있다는 증거다. 감염자는 4월 14일 현재 총 51명. 이 중 사망자는 11명으로 치사율이 22%인데, 이는 H5N1 AI의 60%보다는 낮지만 2009년 대유행한 인플루엔자 H1N1의 0.04%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편이다. 유행 초기에 경증환자가 누락되는 경향이 있고 조기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치사율은 착시 현상일 수 있다. 앞으로 조기 진단을 통해 항바이러스제 등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치사율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H7N9 AI 유행이 시작되면서 전문가들의 관심은 바이러스 전파 동물과 감염경로에 집중됐다. 유행의 조기 종식을 위해선 전염원 제거와 감염경로 차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전파 동물은 상하이시 생가금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금류로 보인다. 이 시장의 닭, 비둘기 및 주변 환경 등에서 동일한 H7N9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유행지역의 생가금시장을 폐쇄하는 한편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주변 환경을 소독하는 등 긴급방역에 나섰다.

그럼에도 감염자의 일부만이 가금류와 직접 접촉하거나 요리를 한 적이 있을 뿐, 많은 사례에서 감염경로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아 감염경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또한 가금류에 H7N9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동물이 무엇인지도 불명확하다. 일부에서는 야생 철새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확증은 없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상하이시내 황푸강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돼지 사체가 숙주가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돼지 사체에선 H7N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조류는 살고, 사람은 죽고

증상 없고 더 치명적인 ‘진화된 암살자’가 온다

4월 2일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들이 중국 상하이를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도착한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감시카메라를 통해 열을 측정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감염자 중 많은 수가 H7N9 AI 발병 전 1주일 사이에 조류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가금류 양식, 운송, 판매, 가공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경로에 관련해서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거나, 바이러스를 가진 조류를 만지거나, 조류의 분비물·배설물 등을 접촉할 경우 감염 가능성이 높았다.

중국 당국은 초기 환자에서 분리된 H7N9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자를 해독해 웹 사이트에 공개했다. 유전자 분석은 바이러스의 연원을 찾고, 병독성 및 항바이러스제 효과 등 특성을 밝히는 근거가 된다. H7N9 바이러스는 중국 오리의 H7N3, 한국 야생조류의 H7N9, 중국 가금류의 H9N2 등 3종이 혼합돼 생겨난 것으로 밝혀졌다. 3가지 바이러스가 언제, 어떤 숙주에서 혼합돼 신종 H7N9 바이러스로 출현하게 됐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다.

이번 H7N9 바이러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감염 닭을 100% 폐사시킨 기존의 고병원성 H5N1 AI 바이러스와 달리, 닭이나 비둘기에서 감염 시 증상이 거의 없는 저병원성이라는 것이다. 닭의 집단 폐사와 같은 사전 경보 없이 인체감염자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는 바이러스 유행지역을 예상할 수 없어 효과적 방역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가금류에선 아무런 증상이 없고 사람에게만 치명상을 주는 H7N9 바이러스는 그래서 더욱 지능적으로 진화된 은밀한 암살자에 비유될 수 있다.

유전자 해독을 통해 밝혀진 H7N9의 특징은 이 바이러스가 이미 인체에 충분히 적응했음을 보여준다. 인체 상부 호흡기세포와 결합능력을 갖췄고,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에서 증식이 잘되는 특성까지 가졌다. 따라서 앞으로도 중증 호흡기감염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이며 감염자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년여간 634명의 감염자와 371명의 사망자를 낸 H5N1과 비교하면 불과 15일간 51명이 감염돼 1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H7N9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된다.

다행인 것은 유전자 해독 결과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타미플루’나 ‘리렌자’ 같은 항바이러스제의 치료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H1N1 AI 대유행을 계기로 정부가 인구의 20%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1300만 명분의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하고 있어 유사시 대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H7N9 AI는 잠복기가 1~2일인 계절인플루엔자(일반 독감)보다 7일 이내로 더 긴 것으로 추정된다. 갑작스러운 고열과 기침으로 시작되는 증상은 일반 독감과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발병 5~7일 후에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중증 폐렴으로 진행돼 병원에 입원하는 게 보통이다. 사망원인은 주로 중증 호흡부전이며, 그 외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근육염 및 뇌염 등 중증 전신감염에 의한 사망 사례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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