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인공관절 수술만 정답? 증상별 치료법 다양

O자로 다리 휘는 무릎 관절염

  • 최정근 |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www.cheilos.com

    입력2013-09-24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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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관절 수술만 정답? 증상별 치료법 다양

    제일정형외과병원의 관절내시경 수술.

    경기 안양시에 사는 주부 김모(56) 씨는 몇 년 전부터 시큰거리고 아픈 무릎 때문에 갖은 고생을 했다. 평지를 걸을 때에도 무릎에 통증을 느껴 먼 거리를 가려면 겁부터 덜컥 났다. 게다가 언제부턴가 양다리가 안쪽으로 휘는 O자형으로 변해 외출할 때 치마를 입어본 지도 오래됐다.

    동네 병원에 다니며 약물을 복용하고 물리치료도 받았지만 무릎 통증은 치료받을 때만 잠깐 괜찮아질 뿐 곧 반복됐다. 다리가 O자형으로 변하자 다니던 병원에선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져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지만, 아직 수술할 나이는 아니니 좀 더 나이가 들면 하라”고 권했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참고 지내던 김 씨는 통증이 더욱 심해지고 다리 모양도 보기 흉해져 이른 나이지만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전문병원을 찾았다. 그는 무릎연골이 한쪽으로만 닳은 상태라 인공관절 수술이 아니어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는 담당 전문의가 권한 근위부경골절골술을 받고 예전처럼 건강한 무릎을 되찾았다.

    관절내시경, 줄기세포 치료

    우리 몸은 40세를 넘기면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척추관절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무릎은 서 있을 때나 걸을 때 몸의 하중을 지지하는 부위라 퇴행성 관절염이 다른 부위보다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 55세 이상 인구의 70%가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노년층에 흔한 병이고, 노령화에 따라 환자 수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은 환자는 인공관절 수술부터 생각하고 수술에 대한 부담감, 수술이 잘못돼서 평생 못 걸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으로 고민하기 쉽다. 하지만 관절염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므로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수술을 먼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각각의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굳이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관절염 초기엔 계단을 내려올 때 순간적으로 무릎에 통증이 오고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할 때 힘이 든다. 하지만 엑스레이상으론 연골 손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약물요법과 물리치료 등으로 통증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과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관절염의 악화를 막는 게 중요하다. 만일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해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6개월 이상 받았는데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중등도 이상의 연골 손상이 있는 경우다. 특히 반월상 연골 파열이나 심한 활액막염을 동반했을 확률이 높다. 이때는 연골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걸 막기 위해 관절내시경 수술이 필요하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문제가 생긴 무릎관절 부위에 카메라가 달린 관절내시경을 삽입해 관절 상태를 모니터로 직접 보면서 수술하는 치료법이다. 관절 속의 이물질과 손상된 연골을 정리하는 과정을 모니터로 볼 수 있어 정확도가 높다. 또한 수술 시간이 짧고 절개 부위가 1㎝ 미만이라 감염이나 통증이 적다.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 미용 효과와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수술 후 2~3일 입원하며, 수술 다음 날부터 보행이 가능하다.

    최근엔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염 치료도 시도되는데, 이는 연골이 파열된 경우 환자의 골반에서 채취한 혈액 중 줄기세포만을 추출해 손상된 연골에 주입하는 자가골수 줄기세포치료법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여주거나 문제가 생긴 부위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연골을 건강한 정상 상태로 재생시켜 원래의 형태와 기능을 되찾게 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손상된 연골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재생하는 데는 3~6개월이 걸린다.

    O자 다리엔 근위부경골절골술

    우리나라와 서구의 무릎 관절염 환자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O자로 휘는 환자가 많은 특징을 보인다. 흔히 ‘오다리’라고 불리는 O자형 다리는 선천적 기형이거나 외상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관절 퇴행이 원인이다. 이는 생활문화와 관련이 있다. 좌식 생활과 양반다리, 쪼그려 앉는 자세를 자주 취하는 한국인에겐 무릎 안쪽에 염증이 발생하는 내측 관절염이 많다. 이 경우 다리가 안쪽으로 휘기 쉽고 무릎으로 가는 몸의 하중이 고루 분산되지 못해 관절염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퇴행적 변화로 인한 오다리뿐 아니라 선천적으로 다리가 휘었거나 다쳐서 다리가 휜 경우라도 방치하면 관절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다리가 되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무릎 한쪽만 연골이 닳아 변형이 온 관절염이라면 근위부경골절골술을 통해 다리의 중심축을 정상 위치로 제대로 정렬시켜주면 인공관절 수술 없이 퇴행성 관절염 치료가 가능하다.

    근위부경골절골술은 무릎관절 안쪽으로 집중되는 하중을 바깥쪽으로 옮기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무릎관절이 휜 방향의 무릎 아래쪽 뼈 일부를 잘라내 정상 각도로 회복시키는 수술로서, 잘라낸 뒤 벌어진 틈을 기구를 이용해 고정하거나 자신의 뼈 혹은 기타 충전재를 이용해 메워준다. 수술을 통해 힘이 실리는 중심축이 조절되면 연골이 많이 남아 있는 바깥쪽으로 체중이 고르게 분산돼 관절염이 생긴 무릎 안쪽 연골에 충격이 감소해 통증이 줄고 관절 수명도 연장된다.

    인공관절 수술만 정답? 증상별 치료법 다양

    근위부경골절골술 시술 전(왼쪽)과 후의 엑스레이 사진.

    자기 관절을 보존할 수 있는 치료법이므로 수술 후 정상적으로 무릎을 사용하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데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뻗정다리 같은 부작용이 없고 연골 재생효과가 있다. 특히 중증의 관절염을 가졌음에도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40~50대 관절염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법이다. 관절내시경 수술, 연골 재생술, 줄기세포 치료 후 통증이 계속될 경우에도 고려할 수 있다.

    무릎 연골이 심하게 닳아 엑스레이 사진에서 뼈와 뼈가 거의 붙은 것처럼 보이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연골이 제 기능을 못 할 만큼 손상된 상태이므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특수 금속으로 만든 인공관절을 몸 안에 넣어 정상적인 관절기능을 회복시키는 수술법으로, 예전엔 15~20㎝ 크기로 무릎을 절개한 뒤 수술함으로써 출혈, 흉터, 감염의 위험이 컸다. 그러나 최근엔 절개 부위를 기존의 절반 정도인 8~10㎝로 줄인 최소절개술로 이런 문제를 개선했다. 수술 후 2~3일이면 보행할 수 있고, 3개월 이상 재활운동을 거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인공관절 수술은 나이 고려

    하지만 인공관절 수명이 15~20년이다보니 환자의 활동량이 많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인공관절이 닳는 속도가 빨라져 그 수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증세가 심해도 나이에 따라 인공관절 수술을 권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에 적절한 나이는 65세 이후이며, 50대 이전엔 수술하지 않는 게 좋다. 65세 이전엔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무릎뼈를 단순히 인공관절 기구로 대체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그라들고 굳어버린 무릎 연부조직을 수술과정에서 펴주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인공관절이 예전처럼 적절한 운동 범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변형된 관절부위 조직의 균형을 맞추는 연부조직균형술이 수술 성공을 좌우한다. 인공관절 수술 때 관절조직의 균형 맞추기에 실패하면 수술 후 인공관절이 뻑뻑해져 뻗정다리가 되거나 무릎이 헐겁고 통증이 되레 심해질 수 있다.

    연부조직균형술은 굳어버린 연부조직을 수술 중간에 계속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제대로 펴지지 않는 부위를 조금씩 풀어주는 세밀한 수술 과정이므로 수술 경험이 많은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만 정답? 증상별 치료법 다양
    성공적인 치료보다 더 좋은 건 예방이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손상을 예방하려면 평소 운동이나 큰 움직임을 하기 전에 굳어 있는 근육과 관절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쪼그려 앉는 자세, 장시간 양반다리나 무릎을 구부정하게 굽히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스포츠 손상이 일어나 다친 무릎이 심하게 붓거나 불안정함을 느낄 때, 2~3일 이상 안정을 취했는데도 통증이 지속될 때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비만은 관절에 무리를 줘 관절 손상 및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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