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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옷 전도사 박술녀의 ‘한복과 사람’ 이야기

한복 선물하니 옷값 보내온 장관, ‘협찬’ 즐기다 안면 싹 바꾼 장관…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우리옷 전도사 박술녀의 ‘한복과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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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명절 때마다 자녀에 한복 입히는 김남주, 김희선
  • ● 우리옷 입기 앞장선 육영수 여사 존경스러워
  • ● A 전 장관, B 전 의원, C 전 검찰총장의 뭉클한 한복 사랑
  • ● 한복 맵시 으뜸 정치인은 조윤선, 정두언
우리옷 전도사 박술녀의 ‘한복과 사람’ 이야기
9월 8일 베트남에서 날아든 사진 한 장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복-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 패션쇼’에서 직접 런웨이를 걸으며 보여준 한복 패션은 현지 언론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지 우리옷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양국 간 교류협력 의지의 진정성을 담은 ‘박근혜표 한복 외교’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뉴욕 동포 간담회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 이어 9월 6일 러시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재외동포 만찬 간담회에도 한복 차림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가위를 앞두고 만난 한복 연구가 박술녀(56) 씨는 “박 대통령이 한복을 입고 나올 때마다 국내외에서 우리옷에 큰 관심을 보여 기쁘다”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한복이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으면서 명절과 경조사 때나 입던 풍습마저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내년이면 한복 짓는 일을 한 지 30주년이 됩니다. 우리옷이 사람들에게 잊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국내외 스타들에게 한복을 입히며 한복 전도사를 자처해왔지요. 그래선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복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예뻐 보이더라고요(웃음).”

스타가 ‘어른’ 되는 날

우리옷 전도사 박술녀의 ‘한복과 사람’ 이야기
연예계 스타들에게 박 씨가 한복을 협찬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말부터다. 이리자 선생 밑에서 한복 짓는 법을 배우고 나서 처음 연 한복집이 옷 잘 만드는 집으로 소문나 일손이 한창 달릴 때였다. 그럼에도 풍문을 듣고 몰려온 KBS 아나운서들에게 기꺼이 한복을 빌려줬다.

이후 방송국에서는 물론 스타 연예인들도 한복이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청했고 그도 흔쾌히 응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 군자동의 33㎡ 남짓하던 한복집은 개업 11년 만에 규모를 10배 넘게 늘려 강남구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엔 그의 한복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청담동 사옥’이 문을 열었다. 김남주 김희선 이승연 이휘재 김재원 등 많은 스타가 결혼할 때 그의 한복을 입고 싶다며 찾아왔다. 지금도 이곳엔 스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한복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스타는 누군가요.

“명절 때마다 아이들에게 한복을 챙겨 입히는 김남주 씨와 김희선 씨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두 사람 다 명절을 앞두고 꼭 오거든요. 특히 김남주 씨는 설에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다 보여줄 정도로 한복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요. 명절뿐 아니라 시상식 때도 아이들에게 한복을 입히죠. ‘완판녀’ ‘패셔니스타’ 같은 닉네임을 갖고 있는데 우리옷도 무척 사랑해요.”

한복을 좋아하는 남자 스타로는 최근 결혼한 배우 김재원과 고수, 결혼을 앞둔 가수 허각 등을 꼽았다. 박 씨는 이들처럼 한복을 필요로 하는 스타의 손을 뿌리친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내로라하는 스타 중 그의 한복을 입어보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다.

▼ 결혼하는 스타에게 한복을 그냥 줍니까.

“두루마기에 당의, 조끼, 마고자까지 다 해주는 건 아니에요. 폐백 때 입는 남녀 대례복은 따로 가져가서 입혀주고, 기본 한복만 한 벌씩 상징적으로 해줍니다. 여자에겐 빨간 치마에 녹색 저고리, 남자에겐 바지와 저고리요. 인륜지대사를 통해 어른이 되는 걸 축하하는 의미로요. 그 한복 한 벌이 고마워서 선물을 들고 인사하러 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게 따뜻한 정을 나눈 친구들이 기억에 오래 남아요. ‘진짜 인생’을 시작하면서 한복을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10월 초에 결혼하는 허각 씨도 결혼 준비를 좀 도와줬더니 고마움을 평생 안 잊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그런 애틋함이 있어서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편지

박 씨는 한국을 찾은 해외 스타에게도 한복을 많이 선물했다. 미국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 영국 싱어송라이터 미카,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낳은 오페라 가수 폴 포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복의 아름다움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씨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미카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잊을 수 없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핑크색을 유난히 좋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홍색으로 꾸며줬죠.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복을 입혔는데, 거기에서 우리집까지 따라와 다 둘러볼 정도로 한복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미국에 돌아가서도 친필 감사편지를 보내왔고요. ‘정말 고맙고, 한복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외국에서 옷 한 벌 얻어 입었다고 그런 정성을 보인다는 게, 진심이 없이는 쉽지 않을 거예요. 국내 스타들에게 결혼한다고 한복을 해줘도 고마움을 잊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스타니까 해주는 거겠지’ 하고 당연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타국에서 진심을 담은 친필 편지를 보내준 성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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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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