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4-01-22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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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 이종각 지음, 서해문집, 280쪽, 1만2900원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지인들은 졸저가 출간되자 “난학이란 말이 무슨 뜻이나”고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쇄국정책을 취하던 에도시대 일본이 서양 국가 중 유일하게 통상을 허용한 네덜란드를 화란(和蘭)이라 표기했는데, 이에 따라 네덜란드 학문을 난학(蘭學)이라고 한다. 난학이란 말을 모르니 난학을 개척한 스기타 겐파쿠(杉田玄白·1733~1817)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일본 체류 10년째에 접어들던 어느 날, 일본인 지인으로부터 스기타 겐파쿠를 처음 전해 듣고 평전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국내에는 난학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고, 이를 주도한 겐파쿠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771년 초봄, 에도(현재의 도쿄)의 한 형장에서 일본 근대 의학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일본의 근대를 바꾸는 단서가 되는 일이 일어났다. 에도 각 번의 시의(侍醫·다이묘(大名) 등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이 형장에서 인체 해부를 처음 참관하고, 모종의 결의를 한 것이다. 이날 겐파쿠를 포함한 의사 셋은 인체 내부를 처음 봤고, 일본에 전해 내려오는 옛 중국 의서에 실린 인체도는 실제와 다른 반면 자신들이 갖고 간 네덜란드 인체 해부서에 실린 것은 실제와 정확히 같다는 사실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돌아오는 길에 “의사라면서 인체 구조도 제대로 모른 채 주군을 모시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반성했다. 그리고 네덜란드 해부서를 일본어로 번역하기로 결의한다. 하지만 그 결의는 무모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겐파쿠는 알파벳도 몰랐고, 다른 두 사람도 네덜란드어 실력이 극히 초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역 도구라고는 조잡한 필사본 네덜란드어-일본어 단어장 한 권 정도였다. 이들이 네덜란드어 의학 전문서적을 해독하고 번역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들은 약 3년에 걸친 고심참담(苦心慘憺),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번역을 마치고 번역서를 출간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해체신서(解體新書)는 일본 역사상 첫 번역 서양 의학서이자 일본 근대 의학의 여명을 밝힌 쾌거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의 출간은 이후 난학이 일본에 융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해체신서’ 출간 이후 난학은 일본 근대 의학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 나아가 교육, 사고방식, 관습 등 일본인과 일본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퍼져나갔다. 일본이 서양식 근대화를 이루는 하나의 토양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위업으로 겐파쿠는 일본에서 ‘난학의 선구자’ ‘일본 근대 의학의 개척자’로 칭송되고 있다. 겐파쿠 등이 보여준 ‘의사라면서 인체구조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려는 자세는 프로페셔널의 귀감이라 할 만하다.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에 도전해 악전고투 끝에 새로운 길을 열어나간 것은 바로 창의, 개척정신의 발로다. 이들의 자세는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것이 언뜻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겐파쿠의 행적을 더듬어보는 이유다.

    이종각 | 동양대 교수, 한일관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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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대통령 실록 | 박영규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쓴 저자가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광복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 10명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를 정리했다. 대통령은 한 시기를 상징하는 존재로 대통령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그 개인에 대한 이해를 넘어 한 시대를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는 게 저자가 이 작업을 한 이유다. 대통령마다 재임 당시 정치·외교·국방·경제·사회·문화를 움직인 주요 사건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재임 기간뿐 아니라 성장 과정과 퇴임 후까지 포함해 한 인물에 대한 총체적 서술을 시도했다. 왜 그가 그 시기에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는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 대통령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가 대통령의 자리를 어떻게 지켰고 무엇 때문에 위태로워졌는지 등에 대한 답을 독자와 함께 찾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536쪽, 1만8000원

    스위스에서 배운다 | 장철균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스위스는 국토 면적이 남한의 40%에 지나지 않고 인구 780만 명인 작은 나라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 7만 달러, 세계 1위의 청정국가, 국민행복지수 세계 3위인 복지 선진국이다. 스위스는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같은 강대국에 둘러싸여 외세와 전란에 시달렸고,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여서 줄곧 척박하고 가난했으며, 지하자원도 없어 믿을 건 인적자원뿐이다. 게다가 독일계 프랑스계 이탈리아계가 모여 살며, 사용하는 언어는 4개나 된다. 전 스위스 대사인 저자는 스위스의 성공 비결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한국이 스위스에서 배울 점을 소개했다. 스위스의 정신을 독립성, 중립성, 자율성, 타협성, 실용성, 창의성, 근검성, 준비성 등 여덟 가지로 설명한 저자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 스위스 국가경쟁력의 근원이라고 분석했다. 살림, 256쪽, 1만5000원

    넬슨 만델라 어록 |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지난해 말, 향년 95세로 세상을 떠난 넬슨 만델라의 주옥같은 어록은 그 깊은 울림이 지금도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다. 하지만 그의 말이 회자되는 과정에서 실제 발언과 다르게 인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넬슨 만델라 메모리센터에는 전 세계로부터 만델라 말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다. 만델라의 개인 문서와 연설문, 편지, 음성 기록 등 지난 63년간 방대한 자료를 조사해 진위를 가린 뒤, 그의 삶의 지혜, 철학 등을 보여주는 어록을 추린 ‘만델라 사전’이라 할 수 있다. 2000여 개의 어록을 ‘책임(Accountability)’에서 ‘시오니즘(Zionism)’까지 217개 주제로 나누고, 이를 다시 연대순으로 정리해 그의 신념이 어떻게 발전했고, 끝까지 변하지 않았는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알에이치코리아, 610쪽, 2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개들이 있는 세계사 풍경 | 이강원 지음, 이담, 300쪽, 1만8000원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어릴 적 우리 집은 작은 동물원이었다. 많은 종류의 개와 고양이가 뛰어다녔고, 화단에는 부모님을 졸라 만든 연못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 방과 후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의 귀여운 유혹을 못 이겨 용돈을 탕진했다. 당시 마당에서 같이 뛰어놀던 셰퍼드, 도사 같은 개들을 보며 이 개들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경로를 통해 내 곁에 있는지 늘 궁금했다. 역사를 전공한 부친은 이런 아들의 궁금증을 영어, 일어책을 뒤지며 풀어주셨다.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하면 내가 개와 사람의 역사책을 쓰는 것은 운명과도 같다.

    “바늘 가는 곳에 실이 간다”는 속담이 있다. 도저히 분리할 수 없는 두 존재의 필연적 운명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이 속담과 같이 사람이 가는 곳에는 어떤 존재가 항상 따라다닌다. 사람을 바늘이라고 하면 실은 사람의 유일한 친구인 개다. 이 책은 바늘과 실의 관계와도 같은 사람과 개의 관계를 역사라는 밀가루 반죽을 재료 삼아 풀었다. 개와 사람의 역사는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개와 사람은 수천 년 동안 같이했고 밀접하게 생활했기 때문에 수많은 사건에서 하나의 실타래처럼 연결돼 있다. 다만 이런 관계에 대해 많은 사람은 무감각할 뿐이다.

    견종마다 재미있는 탄생 이야기가 있다. 중국 황실견 페키니즈에게는 당연히 고귀한 신화가 따른다. 심지어 이 개는 사자와 원숭이의 새끼라는 신화가 전해진다. 동서양의 역사를 두루 섭렵하다보니 역사적 인물도 많이 등장한다. 동아시아 사자개 얘기에는 인류 최초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 아메리칸 폭스 하운드 개발에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이 등장한다. 또한 견종의 도입, 개량사는 의외로 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 독립전쟁, 아편전쟁, 소련-핀란드의 겨울전쟁과 계속전쟁, 태평양전쟁 등에 대한 설명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남성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포메라니안 개량에는 빅토리아 여왕, 파피용 수난사에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등장한다. 특히 애견가로 소문났던 빅토리아 여왕은 제2차 아편전쟁 당시 중국 황실견을 약탈해 영국 본토로 압송된 페키니즈 얘기에도 등장한다. 역사책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한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썰매를 끄는 개들을 잡아먹으며 극지를 원정한 아문센, 애견과 함께 베를린 벙커에 숨었던 히틀러, 문화혁명을 통해 개를 학살했던 마오쩌둥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 그 인물들의 색다른 면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이 책은 개를 학문적으로 접근해 만든 학술서가 아니다. 책의 첫 장을 펴면 하품부터 나오는 어려운 책도 아니다. 진지하게 읽고, 읽은 부분을 반복해 읽어야 내용이 파악되는 무거운 책은 더욱 아니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이 약간만 있어도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다. 쉽게 쓴,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게 오간 ‘개와 사람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강원 |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가치확산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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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 | 채한수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장자’ ‘한비자’ ‘열자’ ‘논어’ 등 제자백가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은 10권의 책과 책에 실린 일화를 소개한다. 전쟁과 내란, 굶주림으로 점철됐던 춘추전국시대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 새로운 사상이 끊임없이 잉태되던 시기였다. 이들은 난세 속에서 끊임없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성찰했고 그 결과 정치·사상·문화 면에서 보기 드문 사상의 전성기를 이뤘다. 어쩌면 제자백가 사상은 현재의 우리가 답을 구하지 못하는 시대적 물음에 가장 적합한 답을 제시해줄지 모른다. 30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친 저자는 세파에 휘둘리는 제자들을 보며 고전 속에 인생의 모든 해답이 있다는 걸 깨닫고 동양고전 연구에 매달렸다고 한다. 제자백가의 다양한 일화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부조리, 가족 간의 갈등, 인생의 덧없음 등을 성찰하게 된다. 김영사, 644쪽, 1만8000원

    중국 일등기업의 4가지 비밀 | 김용준 외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현황을 보면 중국 기업은 2009년 37개에서 2013년 89개로 급증했다. 또한 중국 공상은행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지목했다. 이 책은 공상은행, 시노펙 등 중국을 대표하는 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기업문화, 기술전략, 시장전략 등 4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지배구조는 ‘선계후단(先鷄後蛋)’으로 서구식 주주와 공산당이라는 이중구조를 갖는다. 어느 것을 먼저 두느냐에 그 기업의 성격이 드러난다. 기업문화는 ‘중체서용(中體西用)’으로 중국적인 것을 기초로 서양을 활용하고, 기술전략은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로 외자기업에 시장을 열어주는 대신 기술을 배우는 전략을 취했다. 시장전략은 ‘모방창신(模倣創新)’으로 모방을 토대로 혁신을 추구한다. 삼성경제연구소, 406쪽, 2만 원

    존재의 순간들 |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명진 옮김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20세기 영국의 모더니즘을 이끈 버지니아 울프가 1941년 3월 코트 주머니에 돌을 채워 넣고 영국의 우즈 강을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한 뒤 회고록 형식의 유고가 발견됐다. 유고는 1976년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그 번역본이다. 1부는 버지니아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조카 줄리안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2부는 1939년 초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4개월 전까지 쓴 ‘과거의 스케치’다. 영국 예술비평가 로저 프라이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에 이따금씩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 것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분위기에서 죽음을 예감하거나 존재와 비존재의 문제를 건드리기도 한다. 3부는 그의 문학 모임인 ‘회고록 클럽’ 회원들 앞에서 낭독하려 쓴 것으로 그의 감수성과 생각이 담겨 있다. 부글, 344쪽, 1만5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

    1% 리더의 습관 | 리치 아이흐 지음, 유지훈·이현정 옮김, 맥스미디어, 260쪽, 1만4800원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탈무드(피르케이 아보트)는 모든 사람(혹은 사물)에게서 배울 자세가 된 사람이 가장 현명하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어느 랍비는 도둑과 아기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도둑이 밤에만 활동하듯 선행은 누구에게도 자랑해서는 안 되고, 강도가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듯 늘 겸손히 살라는 것이다. 아기는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시켜주면 마냥 행복해한다. 분수를 모르는 이기심과 욕심을 버리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남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스승으로 삼아봄직한 리더의 사례가 풍부하게 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리더가 된다. 자신을 대표하고 자신의 마음도 추슬러야 하니 당신의 리더는 바로 당신 자신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결혼식을 올리면 가정의 리더가 되고, 자녀가 생기면 아이의 리더가 된다. 회사에서는 과장이든 부장이든 승진하면 업무도 중요하지만 리더로서 직원의 고충도 원활히 해결하고 본보기가 되는 연습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리더는 끝에 ‘장(長)’을 붙인다. 본디 ‘길다’ 외에도 ‘어른’이라는 뜻이 있어 그룹을 통솔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장’의 본분이다. 이를테면, 동네 이장이나 면장은 ‘리’나 ‘면’의 대표이고, 하다못해 줄반장에게도 그에 걸맞은 역할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보스가 아닌 리더로 제 소임을 다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감투를 쓰고 있다고 해서 다 ‘리더’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리치 아이흐는 리더와 보스의 차이를 구분해 보스의 기질은 버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리더’로 거듭날 수 있는 노하우를 제시한다(물론 실제로 보스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노하우라면 리더십 8계명(1. 원대한 포부를 꿈꾼다 / 2. 실적과 사기를 진작한다 / 3. 분명하고 솔직하다 / 4. 열정이 남다르다 / 5. 부하직원을 아낀다 / 6. 물러서야 할 때를 안다 / 7. 인격과 성실성을 겸비한다 / 8. 다가가기가 어렵지 않다)을 일컫는데, 글을 옮기면서 크게 공감했던 점은 ‘후임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는’ 과제였다.

    “문제는 ‘리더십 멘토링’에 도통 관심이 없는 기업이다. 장래의 리더를 배출해낼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 경쟁우위를 얻는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188쪽).”

    리더의 양성은 비단 경영인이나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치나 교육계, 혹은 종교계 또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가 아닌가 싶다. 진심으로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이 있는가. 교육계뿐 아니라 정치계나 종교계 또한 사리사욕과 집단 이기주의 및 당리당략에 눈이 먼 자가 얼마나 많은가. 보스 기질을 버리지 못한 전임자의 몹쓸 관행을 답습하지는 않는지 이 책을 거울 삼아 자문해보자. 탈무드의 가르침처럼 선배 리더에게서 배울 자세가 된 독자라면 그 역시 현명한 리더가 되리라 자부한다.

    유지훈│‘1% 리더의 습관’ 공동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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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4.0 | 우문식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행복 1.0’ 행복은 원하는 것을 얻는 데서 온다, ‘행복 2.0’ 행복은 안과 밖에서 온다, ‘행복 3.0’ 행복은 사이에서 온다, ‘행복 4.0’ 행복은 만들 수 있다고 구분한 저자는 ‘행복 만들기 4.0’을 제시한다. 행복은 좋은 유전자나 행운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나 자전거 타기 기술처럼 부단한 연습과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향해 갖는 긍정 정서의 즐거운 삶, 몰입하는 삶, 좋은 관계의 삶, 참된 삶을 살고자 하는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성취하는 게 행복이라고 규정한 저자는 특히 “행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증진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긍정심리학을 토대로 행복이 자가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기술을 담았다. 결국 “행복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행복을 스스로 만들겠다면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물푸레, 597쪽, 1만8500원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 전경묵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고문서를 바탕으로 조선 민초의 생활사를 들여다봤다. 외견상 케케묵은 문서에 불과한 고문서에는 사대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겪었던 이혼, 노름, 재산 분배와 같은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내밀한 일상이 기록돼 있어 당시 사회의 풍속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인 셈이다. 일례로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기록된 ‘최덕현의 수기’는 당시 평민과 천민의 이혼이 자유로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선시대판 ‘사랑과 전쟁’을 엿볼 수 있는 고문서도 있다. ‘박의훤의 분재기’(분재기는 재산을 분배할 때 작성하는 문서)의 주인공 박의훤은 다섯 명의 여자와 부부관계를 맺었는데, 전처 네 명이 모두 불륜 때문에 떠났다. 박의훤은 침착하면서도 냉정하게 전처들의 비행을 낱낱이 고발한다. 휴머니스트, 384쪽, 2만 원

    한국풍수인물사 | 최창조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우리는 흔히 풍수를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만 알고 있다. 그런데 전 서울대 교수이자 풍수학자인 저자는 우리 풍수에 자생적인 부분이 있다며, 자생풍수 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정리했다. 김해의 허왕후릉에 있는 파사석탑이나 성기 모양의 지형에 묘를 쓴 북한의 고구려 무덤 안악3호분이 대표적 자생풍수 사례라고 소개한 저자는 자생풍수의 시작을 신라말 도선 국사로 잡고 이후 묘청, 신돈, 무학, 최호원, 박상의, 땡추, 홍경래, 전봉준 등으로 맥을 이어간다. 이들 이야기에서 자생풍수는 한결같이 개혁사상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생풍수가 맹목적인 자연 보존 주장이나 환경결정론을 바로잡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는 저자는 자생풍수는 ‘완전한 땅은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사람과 자연의 상생조화라는 핵심을 놓치지 않는 데 미덕이 있다고 강조한다. 민음사, 532쪽, 3만5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 | 파스칼 보나푸 지음, 심영아 옮김, 264쪽, 1만8000원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10년 전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소설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화집을 찾아보게 되었다. 가끔 시공을 훌쩍 뛰어넘는 것들을 보면 흥미롭다. 무엇이 17세기 네덜란드의 그림을 21세기 사람들의 집안에 데려온 걸까. 당시 가장 좋은 베르메르 화집은 열화당에서 펴낸 ‘위대한 예술가 시리즈’에 있었다. 이 시리즈 베르메르 편의 저자가 파스칼 보나푸였다. 놀랍게도 이 화집을 통해 별로이던 화가가 좋아졌다. 물론 베르메르의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데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17세기에 만들어진 올드패션이라면 훌륭한 거간꾼이 필요한 법이다. 그 역할을 화집의 저자인 파스칼 보나푸가 잘 해내고 있었다.

    어떤 미술 에세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한 시절을 풍미한, 이제는 잠자고 싶은 그림을 깨워 멀미 나는 몇백 년의 시간 여행을 시켜 데려와놓고, 저자들이 너무 자기만의 스케줄과 콘셉트에 맞춰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 같다는. 물론 역사는 현대인의 구미에 맞게 재해석되곤 한다. 그럴 때는 조심스러운 마음이어야 한다. 내가 만난 가장 조심스러운 미술 에세이스트가 파스칼 보나푸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마치 눈앞에 있는 듯 조심스럽게, 너무나 사랑해서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더듬는다. 그의 눈을 따라가면 독자들도 화집의 그림 한 장 한 장을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파스칼 보나푸를 통해 행여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사랑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신간 소식을 정확히 10년 만에 듣게 되었다. 제목은 ‘무례함(Indiscretion)’이었다. 서문을 보니 ‘나는 관음증 환자다’라는 고백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얼마나 사랑해야 자신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놓을 수 있는 걸까? 제목과 서문의 첫 문장만 보고 이 책을 진행하기로 했다. 세상에서 그림을 가장 사랑하는 남자, 게다가 사랑도 잘할 줄 아는 남자가 쓴 그 생애 최고의 책이라 생각됐다. 또한 이 책은 솔직했다. 남자 미술사학자가 사랑하는 건 ‘여자 그림’, 사실은 ‘벗고 있는 여자의 그림’. 그가 얼마나 조심스러운 사랑으로 누드화에 대해서 이야기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파스칼 보나푸가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에 취해 글을 썼다면, 나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파스칼 보나푸를 사랑하는 편집자 역시 이 저자에 취해 책을 만들어낸다면 독자에게서 좋은 저자를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원제인 ‘무례함’을 살리고 싶은 유혹을 참고, 이 책의 소재(몸단장하는 여인)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훔쳐보는)를 명확하게 밝히는 제목으로 바꿨다. 독자 여러분이 우선 친근하게 접근하길 바랐다.

    파스칼 보나푸는 누드화를 더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원서는 표지에 누드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일반 화집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표지에서 그림을, 아니 여인을 방 안에 숨기기로 했다. 이 책을 통해 그림 속 누드의 여인을 머리보다 공감각(눈으로 더듬기)을 살려서 보길 바란다.

    고미영 | 출판사 이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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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 이지영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이지영 삼성테크윈 인사팀 대리는 ‘가연골무형성증’이란 선천적 희귀질환으로 키가 110㎝에서 성장을 멈춘 장애인이다. 어린 시절 난쟁이로 놀림 받던 자신이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일하게 됐는지, 대학 졸업 후 60통의 이력서가 거절당하고 수많은 면접에서 받은 모욕에도 어떻게 최고 기업에 입사해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됐는지를 풀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기술이나 배우라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고향을 떠나 서울의 대학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문고리가 손에 닿지 않는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 버려진 박스를 주워 가는 곳마다 발받침을 쌓으며 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형벌처럼 느껴졌던 자신의 외모에도 큰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한 번 본 사람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 세상의 편견에 맞선 그의 끝없는 도전기가 큰 울림을 준다. 문학동네, 332쪽, 1만5000원

    암은 병이 아니다 | 안드레아스 모리츠 지음, 정진근 옮김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암에 대한 기존 상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새로운 암 치유 해법을 제시한다. 대체의학 전문가인 저자는 다양한 연구 자료와 30여 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의학의 일반적인 암 치료법은 별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암 세포를 잘라내고 죽이고 태워버리는 방식에 의한 완치율은 평균 7% 정도일 뿐이고, 환자의 생존 기간도 5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 그는 암에 관한 지금까지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암은 다른 자기 보호 수단이 모두 실패했을 때 몸이 이용할 수 있는 최후의 생존 메커니즘’이라고 규정한다.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생명을 구하려 애쓰는 ‘기발한 구조대’라는 것. 진정한 암 치료 해법은 몸속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상적인 소화 가능과 배설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에디터, 296쪽, 1만5000원

    아내는 가끔 다른 인생을 꿈꾼다 | 홍미경 지음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外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내는 그 결핍이 병적인 방식의 피해의식으로 돌아오곤 한다. 내면의 공허함과 스트레스를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만 하기 때문에 알코올중독, 쇼핑중독, 습관적인 폭식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인이 결국 남편 자신에게 있음을 모르고 아내를 비난하기 바쁜 남편들을 보며 저자는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항아리에 금이 가면 살짝 떨어져도 깨지게 마련이다. 남편들이 평소에 아내를 함부로 대하면 아내의 마음에는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남편이 많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느 날 아내가 폭발하면 ‘평소엔 그냥 넘어가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하며 어리둥절해하는 남편들에게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아내, 그래서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내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도서출판 무한, 30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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