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호

환자 90%는 비수술적 치료

중년의 공포 허리디스크

  • 이상준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www.cheilos.com

    입력2014-02-19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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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박모(47) 씨는 몇 년 전부터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처음엔 1년에 서너 차례 심한 통증이 찾아왔는데,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으면 잠시 괜찮아지곤 했다. 하지만 이후 통증은 더 심해지고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통증으로 인해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조차 힘들다.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서 자주 서 있어야 한다. 바로 누우면 통증이 심해 잘 때도 엎드리거나 허리를 구부려야 한다.

    박씨는 집 근처 의원에서 몇 차례 엑스레이를 찍어봤지만 별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듣다보니 꾀병이라는 주위의 오해를 사기까지 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찾은 전문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정밀검사를 받은 그는 디스크 내장증이 동반된 퇴행성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증상별로 적합한 치료

    중년이 되어 허리에 통증을 느끼면 허리디스크부터 떠올릴 만큼 디스크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고, 환자 또한 많은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디스크는 지난해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은 질환이었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엔 통상 디스크라고 하는 추간판이 있고, 추간판 내부엔 젤리 형태의 말랑말랑한 수핵이 들어 있다. 이 수핵을 섬유륜이 양파껍질 형태로 외곽에서 둘러싼다. 추간판은 인체에 가해지는 압력과 하중을 흡수하고 척추 뼈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스프링 구실을 하기 때문에 늘 충격을 받게 된다. 특히 한 자세로 오래 앉아서 일하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경우 추간판이 손상될 위험이 크다. 수핵이 탄력성을 잃고 망가지거나 섬유륜 밖으로 돌출하는 형태를 띠는데, 허리디스크 증상은 수핵이 손상된 형태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수핵의 수분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탄성을 잃고 약간의 충격만 가해져도 망가지며, 수핵을 둘러싼 섬유륜에도 균열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균열된 섬유륜 사이에 끼어 허리 통증을 일으키는데, 이를 디스크 내장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엔 주로 허리 통증이 나타나는데, 허리에 하중이 실리는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더욱 심해진다. 드물게는 엉덩이 통증이나 허벅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통증이 종아리 아래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섬유륜의 균열이 더 진행되면 수핵이 섬유륜을 뚫고 나오는데, 수핵이 아직 섬유륜 내에 있는 경우를 팽윤성 디스크라고 한다. 섬유륜을 뚫고 나오면 돌출성 디스크 혹은 탈출성 디스크라고 하는데, 디스크가 어느 부위로 튀어나왔는지에 따라 통증의 위치도 변한다. 한가운데로 튀어나오면 주로 허리 통증으로 나타나고,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튀어나오면 다리 쪽으로 통증이 나타난다. 또 수핵이 튀어나오면 속에 공간이 남게 되어 척추 뼈와 뼈 간격이 좁아지거나, 척추 뼈들이 흔들리게 되어 척추관협착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환자 90%는 비수술적 치료

    제일정형외과병원의 신경성형술 시술 광경.

    환자 90%는 비수술적 치료
    이렇게 병변이 진행돼 신경을 누르거나 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신경조직 내의 혈액순환을 막아버리면 신경의 부종을 일으키게 되는데, 통증의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하지만 가장 큰 치료 원칙은 신경을 압박한 경우엔 압박하는 조직을 풀어줘 신경으로 가는 혈액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것이고, 신경 염증으로 인해 신경이 부어 신경으로 가는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경우엔 염증을 제거해 신경의 혈액순환을 정상적으로 해주는 것이다.

    신경성형술과 고주파 열 치료술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 진단을 받으면 환자들은 대개 ‘수술 없이 치료하는 방법은 없을까?’에 관심을 갖는다. 허리 수술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깊게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처음부터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을 가진 환자의 90% 이상은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고, 의료기술 발달로 환자 증상에 맞춘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도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 고주파 열 치료술이 있다. 신경차단술은 디스크에 의한 신경 압박 부위에 국소마취제나 염증감소제가 정확히 주입되도록 의사가 직접 엑스레이 장비를 이용해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주사하는 방법이다. 복잡한 관 대신 가는 바늘만 삽입해 약물을 정확히 주입하면 10분 이내에 시술이 끝나므로 입원할 필요가 없다. 한두 번의 주사로 허리 주위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도 촉진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 환자의 7~8%는 1~2회 시술로도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사되는 약물인 스테로이드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자주 맞으면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고 저항력이 떨어질 수 있어 치료 횟수가 6개월에 3회 이상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경차단술의 단점을 보완, 발전시킨 치료법이 신경성형술이다. 신경성형술은 직경 1㎜의 가는 카테터를 실시간 영상장비인 엑스레이 투시 촬영장치(C-arm)를 이용해 신경이 유착되거나 눌린 원인 부위에 도달하게 한 후 신경을 치료하고 약물을 주입해 염증과 부종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시술시간은 5~10분으로 시술 후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신경성형술은 전신마취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혈압·당뇨·심장질환 등 전신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 수술하기 힘든 환자를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주파 열 치료술은 고주파로 원하는 부위에 선택적으로 열을 가해 튀어나온 디스크 조각의 부피를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 단백질에 열을 가하면 응고되면서 부피가 줄어드는 점을 이용해 개발된 것으로 튀어나온 디스크의 크기를 줄여 신경의 압박을 풀어주는 시술 방법이다.

    고주파 열 치료술은 탈출성 디스크뿐 아니라 기존에 인공디스크치환술 등 원인 부위를 크게 절개하는 수술법으로 치료했던 디스크 내장증에도 적합한 비수술적 치료법이다.

    5~10분이면 시술 가능

    시술 방법은 부분마취 후 1㎜ 굵기의 침을 주사 놓듯 피부를 통해 집어넣어 디스크 손상 부위까지 밀어 넣은 뒤 80℃의 열을 내는 고주파를 디스크에 직접 쏘는 것이다. 5~10분이면 간단히 끝날 수 있고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으며 탈출한 디스크를 원래의 정상 위치로 되돌려놓아 통증치료는 물론 한번 시술을 받으면 효과가 계속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환자 90%는 비수술적 치료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이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건 아니다. 근력 저하, 하반신 마비와 함께 대소변 장애,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밑으로 처지는 등 신경학적 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요즘엔 수술법이 많이 진화해서 현미경과 미세수술 기구를 이용해 최소한으로 절개하는 미세현미경 디스크 제거술이 선호된다.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확대해 보면서 정밀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부분마취하에 진행되므로 고령자나 당뇨, 심장병 등을 앓는 환자의 경우에도 부담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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