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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읽는 우리 근대문학 <마지막 회>

근대는 초콜릿 냄새가 난다

이상

  • 소래섭 |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letsbe27@ulsan.ac.kr

근대는 초콜릿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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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에 담긴 두 개의 웃음

근대는 초콜릿 냄새가 난다

1920년대 말 경성고등공업학교 재학 당시의 이상.

‘난센스’라는 말이 유행한 것도 1930년 무렵이다. ‘난센스’는 ‘아무 뜻도 없는 웃음거리, 어처구니없어서 우스운 것, 그럴 리가 없어서 우스운 것’ 등을 지칭했다. 주로 자신이 경험한 우스꽝스러운 사건이나 남한테 들은 우스운 사건 등이 신문의 ‘난센스’란을 차지했다. 형식은 다양해서 수필 같은 것도 있고, 두 사람이나 여러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좌담회의 경우에도 ‘난센스 본위’라는 제목을 붙였다. 글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명칭뿐 아니라 ‘난센스한 광태’와 같이 어떠한 태도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고, 에로, 그로와 더불어 새로운 감각적 자극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됐다.

‘난센스’는 막간극에 포함되었던 촌극의 한 장르를 가리키는 명칭으로도 사용되었다. 막간의 유행가나 촌극이 인기를 끌게 되자 음반회사들은 앞다퉈 그것들을 음반에 담아 ‘난센스’나 ‘스켓취’ ‘만담’이라는 명칭을 붙여 팔기 시작했다. ‘난센스’라는 이름으로 음반에 수록된 것들은 3분 이내의 짧은 분량에 희극적인 인물이나 상황을 다루고 있으며, 대화의 형식이 기본 구조로 사용됐다.

‘난센스’ 음반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행가와 마찬가지로 ‘난센스’ 음반의 내용을 따라 하는 아이가 늘었다. 당시의 ‘난센스’ 음반에 실린 것들 중에는 ‘겻말’ ‘엇말’이라 불렸던, 한자어나 숫자, 동음이의어 등을 활용한 언어유희로 이루어진 것이 꽤 많았다. ‘곁말’이나 ‘엇말’을 사용하는 아이들의 말버릇을 우려한 부모들이 ‘난센스’ 음반을 부수는 일이 많았을 정도다. ‘난센스’ 음반이 인기를 끌자 음반을 녹음한 만담가들은 전국을 돌며 공연에 나섰다. ‘만담대회’로 불렸던 그들의 공연은 극장, 학교, 창고, 관공서 옥상, 시장, 지역 유지네 집 등 곳곳에서 자주 열렸고, 공연을 보려 수많은 청중이 운집했다.

웃음에 대한 욕구



이렇게 ‘난센스’ 음반, 만담과 같은 희극 공연, 서양의 희극 영화 등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에로 그로’ 못지않게 웃음에 대한 욕구가 강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러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한 웃음의 종류는 다양했다. ‘아무 이론의 질서도 없이 그냥 그저 뒤범벅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어린 아기의 어리광 같은’ 웃음도 있었고, ‘해학성의 종횡무진함과 그 풍자성의 자유분방함’을 지닌 공격적인 웃음도 있었다.

또 카페 여급이 실어 보내는 ‘에로 그로 백퍼센트’의 웃음도 있었다. 주로 도회인이나 모던보이가 욕망했던 것이 ‘에로 그로’의 감각과 ‘에로 그로’가 버무려진 웃음이었다면, 근대적 문화로부터 소외되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따뜻한 해학적 웃음이나 근대적 풍경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차가운 웃음이었다.

이상의 문학 또한 ‘에로, 그로, 난센스’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상은 도시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에로 그로 난센스’의 축제를 바라보며 언어의 축제를 백지 위에 펼쳐놓는다. 그러나 그가 벌이는 언어의 축제는 ‘에로 그로 난센스’로 이루어진 타락한 축제를 비웃고, 축제의 급진성과 전복성을 회복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는 껍질만 남은 축제, 전복성을 상실한 축제를 비웃으며 ‘에로 그로 난센스’의 극단까지 나아간다.

초콜릿을 먹고 돼지같이 비만하는

그는 그러한 행위를 언어를 통해 실현해 보였다. 이를 위해 그는 가장 차갑고 공격적인 웃음으로 거리의 ‘에로 그로 난센스’를 비웃는다. 그의 글쓰기가 대부분 ‘웃음의 언어’로 이루어진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다. ‘웃음의 언어’만이 가장 급진적인 언어의 축제를 실현할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웃음은 현실과 사유뿐 아니라 언어 자체마저 농담의 대상으로 삼고 사디즘에까지 이르는 냉소적 웃음이다. 1931년 발표한 ‘興行物天使(흥행물천사)’라는 작품에는 흥행물이 발산하는 ‘에로 그로 난센스’를 ‘에로 그로 난센스’의 언어로 비웃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드러난다.

잔내비와같이웃는여자의얼굴에는하롯밤사이에참아름답고빤드르르한赤褐色쵸콜레이트가無數히열매맺혀버렸기때문에여자는마구대고쵸콜레이트를放射하였다.쵸코레이트는黑檀의사아벨을 질질끌면서照明사이사이에擊劍을하기만하여도웃는다.웃는다.어느것이나모다웃는다.웃음이마침내엿과같이걸쭉걸쭉하게찐더거려서쵸콜레이트를다삼켜버리고强力剛氣에찬온갖標的은모다無用이되고웃음은散散히부서지고도웃는다.웃는다.파랗게웃는다.바늘의鐵橋와같이웃는다.여자는羅漢을밴(孕)것인줄다들알고여자도안다.羅漢은肥大하고여자의子宮은雲母와같이부풀고여자는돌과같이딱딱한쵸콜레이트가먹고싶었던것이다.여자가올라가는層階는한층한층이더욱새로운 焦熱氷結地獄이었기때문에여자는즐거운쵸콜레이트가먹고싶다고생각하지아니하는것은困難하기는하지만慈善家로서의여자는한몫보아준心算이지만그러면서도여자는못견디리만큼답답함을느꼈는데이다지도新鮮하지아니한慈善事業이또있을까요하고여자는밤새도록苦悶苦悶하였지만여자는全身이갖는若千個의濕氣를띤穿孔(例컨대눈其他)近處의먼지는떨어버릴수없는것이었다.

-’狂女의 告白’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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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섭 |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letsbe27@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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