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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불용설’ 들어맞는 뇌 자주 써야 더 발달

노년기 정신건강

  • 정현강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용불용설’ 들어맞는 뇌 자주 써야 더 발달

‘용불용설’ 들어맞는 뇌  자주 써야 더 발달

소일거리나 여행 등 취미에 몰두하는 것도 노인의 정신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듦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노화과정 중 하나가 인지의 감퇴다. 노화에 의해 가장 흔하게 보이는 노화성 인지 감퇴는 기억력과 주의집중력의 저하다. 물건 둔 곳을 깜박하게 되고 약을 먹었는지 헷갈려 하는 일이 늘어난다. 모임에서 새로 만난 사람의 이름과 얼굴도 흐릿하다. 예전엔 한 번만 불러주면 받아 적을 수 있던 전화번호도 여러 차례 되묻게 된다. 많은 사람이 이러다 치매에 걸리는 건 아닌지 염려한다. 가족이나 지인이 치매를 앓을 땐 더욱 그렇다.

요즘은 매스컴의 영향으로 대중도 이전과 다르게 치매를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병원에 찾아와 치매에 걸리지 않는 약, 머리가 좋아지는 약 등에 대한 문의를 하거나 이런 약제에 대한 처방을 요청하기도 한다. 보약처럼 늘 복용하면서 치매를 예방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치매가 발생하지 않은 노인에게 처방을 해서 확실하게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단일 약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인지 감퇴엔 적극적 활동으로 대처

그러나 확실한 약이 없다고 해서 실망하기엔 이르다. 노화성 인지 감퇴를 늦추고 치매를 예방하는 다양한 활동과 생활습관이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다 그렇듯 쉽지만은 않을 수 있고 꾸준함이 필요하다.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우리 몸의 뇌라는 장기는 ‘용불용설(用不用說)’ 이론이 들어맞는다고 볼 수 있다. 즉, 자주 쓰면 좀 더 발달하는 것이 뇌다. 그래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뇌의 예비능력이 커져 퇴행성 뇌질환에 의한 신경 손상이 발생해도 이를 보완해 어느 정도 기간엔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자신은 난리통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여자라고 집에서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하며 걱정하는 노인이 계신다. 반드시 학교교육이 아니더라도 독서, 악기 연주, 바둑, 보드게임 등과 같이 인지적 수행이 요구되는 다양한 활동을 여가 시간에 즐기는 노인에게서 치매 발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지 자극 활동은 광범위하며 노인복지관, 문화센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혹은 집에서 시간을 내서도 할 수 있다. 꼭 통달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자꾸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려는 과정 그 자체가 뇌를 단련하는 인지 자극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뇌로 가는 혈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뇌혈관 질환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과 같은 공존 질환에 대해 잘 관리하는 것도 인지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비타민과 오메가 지방산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녹황색 채소, 등푸른 생선, 견과류, 과일 등의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 변화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점차적으로 심해져서 일주일에도 수차례 깜박깜박하는 건망증, 중요한 일정이나 사항에 대해서도 자주 잊어버릴 정도의 기억력 감퇴 등에 대해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가벼운 우울감이라도 진료 받아야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겪는 여러 가지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젊은 시절 온 정을 쏟아 부으며 키워온 자녀는 장성해 새로운 짝을 찾아 떠나게 된다. 자녀의 분가와 함께 집에 들어와도 휑하게 느껴지고 자녀와의 대화나 만남이 줄어들면서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이를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직장이나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몸담았던 직장에서 은퇴를 하게 된다. 몇몇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까지 일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젊은 시절에 비해 생산적 활동의 양이 줄어든다. 일부 노인은 젊을 때만큼의 성취가 없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이 돼버린 것 같다며 푸념하기도 하고, 누려왔던 사회적 지위를 은퇴와 함께 잃게 되면서 상실감을 갖기도 한다. 가족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배우자, 형제, 자매, 친구를 하나둘 떠나보내며 애도의 시간을 맞게 되고 점차 대인관계 폭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신체적 변화 역시 피할 수 없다. 심폐 기능과 근력이 떨어지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의 공존 질환이 늘어나며 신체 기능이 약화되기도 한다. 노화에 따른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의 변화는 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직접적으로 기분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이라고 당연히 우울한 건 아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인의 자리에서 현재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적극 탐색하고, 소일거리나 취미라도 본인이 즐기면서 몰두할 수 있는 것에 매진하는 게 마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사회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짧은 시간이나마 집 밖으로 나가 햇볕도 쬐고 움직인다면 기분이 전환되고 잠도 더 푹 잘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노인은 우울증이 찾아왔는데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혼자서 참는 경우가 있다. 우울감이 심하고 불면이나 식욕저하가 동반될 땐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노인에게서는 가벼운 우울감이라도 오래 지속되는 경우엔 사망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므로, 이럴 때도 진료를 받는 게 좋다. 특히 노인은 여러 공존 질환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 탓에 우울증과 같은 기분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신동아 2014년 7월 호

정현강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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