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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특집 | 불안의 시대 맞춤 힐링 프로젝트

자연적 회복 어려워 적극적 치료 권장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 고영훈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자연적 회복 어려워 적극적 치료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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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 회복 어려워 적극적 치료 권장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건이나 사고는 수많은 국민에게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게 한다.

우리 국민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가슴에 품게 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재난 스트레스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한계를 넘어선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삶에서 가족, 업무, 사회적 관계 등을 통해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개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르며 일반적으로는 에너지로 전환돼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재난, 전쟁, 자연재해와 같이 생명을 위협하고 개인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는 스트레스는 다수의 사람에게 정상적 삶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처를 남긴다. 이런 과도한 스트레스를 ‘외상후 스트레스’라고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가 모든 사람에게 장애나 질환을 유발하진 않는다. 사건 초기에 경험하는 불안, 우울, 초조, 불면, 환각, 착각 등은 사건의 재발이나 상처로부터 자아를 보호하려는 정상적 반응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런 반응을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라 명명하고 질환이나 장애로 분류하지 않는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개개인의 성격이나 체질적 특성에 따라 해소되는 정도와 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대개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면서 그동안 자아의 성숙과 성장을 이루게 되는데, 이를 ‘외상후 성장’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는 대표적 사례

심리적, 신체적 반응은 외상을 직접 경험한 사람뿐 아니라 사건을 목격하거나 직면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건이나 사고의 경우 대중매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가 제공됨에 따라 쉽게 반복해서 현장 상황을 목격하고 간접 경험하게 되며, 국민 전체가 공감하면서 상처를 받고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낸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구조에 참여했던 전문인력이나 자원봉사자, 심지어 언론관계자와 심리지원 관련 전문가도 피할 수 없다. 이를 대리외상(vicarious trauma)이라 얘기하기도 하지만, 개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제적 외상과 차이가 없으며 파급력은 그 이상이라 말할 수 있다.

대개 대리외상은 구조자나 치료자에게서 흔히 발생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경우엔 사고 규모가 커서 연루된 사람 수가 많고, 사고 수습이 길어지면서 반복적으로 관련 뉴스를 접하게 돼 그 대상이 전 국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은 세월호 침몰 과정을 보며 절망감과 무기력을 경험하고 사회구조에 대해 불안을 느끼며, 안전망의 미비에 대한 분노가 각인됐다.

이런 개개인의 상처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 즐거움과 행복에 대한 죄책감을 유발하고 불신의 화살을 서로에게 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든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며,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변화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개개인은 사건 관련 뉴스와 정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일상을 유지하고 충분히 휴식하면서 재충전 시간을 늘려야 한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자신의 심리적 건강이 올바른 판단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소아청소년에겐 부모의 지나친 불안, 걱정이 독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상처는 자연스럽게 회복되겠지만, 재난 경험자와 목격자 중 10~30%는 질환이나 장애로 이환돼 삶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장기 치료를 요하게 된다. 훈련된 전문가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개개인의 역량으로 잘 대처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상담을 비롯한 여러 기법을 통해 공감하고 지지하고 격려한다.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일시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한 약물치료 등의 의료적 접근이 요구될 수도 있다. 전문가의 개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가족, 친구, 동료의 역할이다.

대규모 사상자를 낸 사고의 경우 생존자는 앞서 언급한 고통에 부가해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분노, 사망자에 대한 죄책감, 생존 후의 안도감 등의 감정을 복합적으로 경험한다. 그 때문에 주위 사람은 생존자가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게 비정상적이거나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 반응임을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존자가 자신의 감정적 고통을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잘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며, 자신의 처지에서 판단하거나 그들의 생각을 비판하거나 섣부른 위로나 격려의 말은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개인적 호기심으로 재난이나 사건의 과정을 캐묻고 회상하게 하는 건 절대로 금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이 어렵거나 걱정이 된다면 생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일상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도와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소아청소년의 경우엔 부모의 지나친 감정 표현이나 불안, 걱정이 아이의 감정적 불편감을 악화시키거나 표현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소아청소년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충분히 발달해 있지 못하므로 감정을 정리해 표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며-그림이나 놀이를 통한 표현이 도움이 된다-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이해를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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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훈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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