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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특집 | 불안의 시대 맞춤 힐링 프로젝트

인생은 ‘고통의 바다’ 부모는 아이의 안내자

소아청소년의 스트레스

  • 오소영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생은 ‘고통의 바다’ 부모는 아이의 안내자

우리가 갓 태어난 아기라고 상상해보자. 어둡고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이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흔들린다. 온몸을 조이는 고통과 함께 좁은 터널을 빠져나오니, 조금 전까지 양수에 잠겨 있던 몸이 찬 공기와 접촉한다. 쏟아지는 자극은 고통스럽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 선명하고 낯선 소리들. 본능적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혼란스러운 중에 누군가가 나를 어떤 사람의 품에 안겨준다. 이 사람이, 앞으로 오랜 시간 내 곁에 머물며, 나를 먹여주고 돌보며 사랑해줄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엄마의 존재를 인식하기 전까지의 아기는, 편안한 자궁에서 졸지에 낯설고 거친 이상한 세계로 뚝 떨어졌다는 불안과 공포에 가득 찬 연약한 존재다. 인생이라는 바다로 뛰어든 아기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비로소 생을 시작하고, 생의 불안을 극복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요인은 그 자체로는 중립적일 수 있다. 어떤 스트레스 요인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지를 좌우하는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발달과정에서 아이가 겪는 필연적인 스트레스 요인들을 이해하고,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은 부모다. 좋은 안내자가 있다면 스트레스의 부정적 측면은 줄어들고, 나아가 발달의 긍정적 촉진 요소로 변모한다.

안전감과 조절감 획득해가는 영유아기

갓 태어난 아기는 앞으로 나를 줄곧 돌봐줄 양육자의 존재를 실상 모르고 있기에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양육자의 존재를 차차 인식하게 된 아기는 이후부터는 양육자와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걱정한다. 돌 전에 나타나는 분리불안과 외인불안의 시작이다. 영아기의 아기에게 좋은 부모의 역할은 신속하고 일관적이며 애정이 깃든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좋은 보살핌을 받아야 하며, 양육자가 자주 바뀌는 것은 세상이 안전하다는 확신의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는 차차 독립성을 길러가고, 배변을 비롯해 스스로 하려는 시도가 늘어난다. 반면 욕구는 늘어나지만 허용되는 범위를 모르기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고 떼쓰기가 심해지는 시기다. 이 시기의 좋은 부모 역할은 독립심을 길러주되, 욕구를 조절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할 수는 없지만, 원하는 대로 안 되더라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사회적 관계 확장되는 학령 전기와 학령기

인생은 ‘고통의 바다’ 부모는 아이의 안내자

서울 마포구 상암산 유아숲 체험장을 찾은 어린이집 원생들이 산책로를 오르고 있다.

양육자와 잠시 떨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느 정도 자신의 욕구를 조절할 수 있게 된 아이는 이때부터 다채로운 사회적 관계 속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여러 가지 관계와 활동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때론 어렵지만 시작할 만한 가치가 있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부모의 인정과 격려, 적절한 지도가 필수적이다. 부모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긍정적 경험을 하며 내가 인정받는다는 확신,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의 내적 가치관을 모방하고 물려받으며 사회화의 기초를 닦는 과정이 이 시기에 일어난다.

학령 전기의 아이가 사회적 활동의 기초를 닦는 과정에 있다면, 학령기 아이는 사회적 관계 내에서 노력과 성취의 의미를 배워나가야 한다. 학령기 아이들에게 무언가 노력을 기울여 해내고 진보한다는 느낌은 필수적이다. 적절한 도전과 과제, 이를 마쳤을 때의 성취감과 기쁨이 아이를 성장시킨다. 이는 학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전 영역에 해당한다. 아이의 현재 능력을 약간 웃돌지만 해낼 수 있는 적절한 과제를 주고 격려함으로써 성취감으로 이끄는 것이 좋은 부모의 역할이다.



점진적 독립 과정인 청소년기

이 시기의 주요 발달 과제인 독립성과 자기주체성에 대한 욕구로 인해 아이와 부모 사이에 쉽게 갈등이 발생한다. 부모와의 갈등 요소는 아이에게 늘 스트레스다. 독립 욕구와 이에 대한 불안을 함께 갖고 있기에 청소년은 불안정하다.

어른이 돼가는 아이에게 어느 정도 독립성을 부여하고, 어느 정도 한계를 둬야 할 것인지에 대해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끊임없는 논의가 필요하다. 바람직한 원칙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설정한 한계 내에서 아이가 최대한 독립성을 갖도록 하고, 독립의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발달 단계의 특성에서 오는 이러한 스트레스 외에도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대한민국 청소년의 스트레스 요인 또한 심각하다. 학업지상주의, 경제적 불균형에 따른 특권과 소외, 조직적으로 변해가는 학교폭력 등은 이미 낯선 얘기가 아니다.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이런 스트레스 요인을 극복하려 애쓰지만 자신이 성공적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들은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을 피하기 위해 제도권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아이와 부모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데, 갈등해소 과정에서도 위의 원칙은 최대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또한 사회적 차원에서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상적 발달과정 자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에게 스트레스 요인을 제공한다. 또한 정상적 발달과정과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외부의 부정적 스트레스 요인도 존재할 수 있다. 대다수 소아와 청소년에겐 이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어른이 보기엔 사소한 일도 아이에겐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선 아이의 발달 시기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신동아 2014년 7월 호

오소영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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