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나 오빠로 돌아갈래!”

중년남 그루밍族 ‘회춘 바람’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4-08-21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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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오빠로 돌아갈래!”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한 음식점. 40대 후반 남성 10여 명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모이는 대학동창들이라고 했다. 누군가 “그사이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자 직장인 유재호(47) 씨가 기다렸다는 듯 “관리 좀 받았지” 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내 대화 주제가 피부 관리로 모아졌다. ‘○○화장품을 써보니 좋더라’ ‘△△피부과를 다녔는데 비용 대비 효과가 만점이었다’는 체험기에서 ‘□□피부마사지숍 여직원 손길이 부드럽더라’는 내밀한 정보까지 얘깃거리가 쏟아졌다. 대화 중간중간 성형외과 전문용어와 복잡한 화장품 제품명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매일 수분에센스, 아이크림, 선블록 크림을 챙겨 바른다는 유 씨는 이틀에 한 번은 모공수축용 클렌징 화장품으로 세안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피부관리실도 찾는다고 했다. 그는 “피부가 좋지 않아 사람들을 만날 때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 피부가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 후로는 자신감이 생긴 게 사실”이라며 “젊을 때 얼굴이 부모님께서 주신 거라면 40대 이후의 얼굴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중년 이후 삶의 질을 드러내는 첫 번째 지표가 얼굴 피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11년 전인 2003년,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당시 서울대 교수(현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남자들도 화장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대부분의 동물은 짝짓기 결정권이 암컷에게 있어 수컷들은 본능적으로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한다. 반면 인간은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치장하는데, 이는 경제권이 대개 남성에게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인간들도 남성이 여성의 ‘간택’을 받기 위해 화장을 하게 되리라는 설명이었다.

    평균 4.6개 화장품 사용



    40대 이상 중년이라면 남자 모델이 화장법에 대해 설명하는 TV 광고를 보며 “뭐라는 거야” 하며 화를 내는 화장품 광고에 공감했을 것이다. 다소 각진 턱에 검게 그을린 피부, 무심함과 터프함을 남성미의 상징으로 여기던 이들 세대에게 이것저것 복잡하게 발라야 하는 화장은 ‘귀찮음’ 그 자체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최 교수의 예언처럼 화장하는 남자가 급격히 늘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외모를 가꾸는 데 돈과 관심을 아낌없이 쏟는 ‘그루밍족’이 확산되더니 40대 이상 중년에서도 ‘아저씨’라 불리기를 거부하며 적극적으로 외모 관리에 신경을 쓰는 ‘꽃중년’ ‘노무족(No More Uncle)’이 늘고 있다. 이들은 화장품 시장, 피부관리숍, 피부과에서 ‘큰손’으로 대접받는다.

    아모레퍼시픽이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외모에 대한 관심도가 30대보다도 높았다. 또한 화장품을 구매하는 40대의 경우 평균 4.6개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스킨과 로션은 기본이고 폼클렌징, 자외선차단제, 에센스를 사용하는 비율도 높았다. 웬만한 여성만큼 화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년 남자들이 왜 뒤늦게 화장에 빠진 것일까.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신보미 씨는 그 이유가 “외모로 인해 불쾌감을 주지 않음으로써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매너, 그리고 몸의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를 감지하고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를 원하는 욕구”라고 분석했다.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남편이 40대 후반인데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피부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엔 그렇게 사다줘도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는 팩도 사달라고 조른다”고 했다.

    ‘제2 사춘기’의 선택

    다른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이모(45) 씨는 “전에는 얼굴에 별 신경을 안 썼는데 마흔 살이 넘어가니까 ‘얼굴색이 검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침마다 오늘 만날 사람들한테 내 얼굴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여 관리를 안 할 수 없다. 업무 능력 못지않게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장 직원과 한참 동안 진지한 표정으로 상담하더니 제품을 구매했다.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다. 그동안 먹고살기 바빠 외모에 관심 없던 중년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화장대 앞에 서야 한다.

    “나 오빠로 돌아갈래!”

    퓨린피부과 김민정 원장이 기자의 얼굴 피부 상태를 관찰한다.

    수입 남성화장품 브랜드 랩시리즈 매장의 김혜민 매니저는 “영업직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 고객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과거엔 아내나 여자친구가 선물하려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남성들이 직접 와서 상담하고 구매하는 비율이 60%가 넘는다고.

    “40대 이상 고객이 40% 이상이다. 상담하다보면 ‘동기에 비해 나이 들어 보인다’며 그게 승진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래서 40대 이상은 이미 생긴 주름을 완화해주는 안티에이징 제품을 많이 찾는다.”

    김 매니저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일수록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인상이 그 사람의 평판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 첫인상은 처음 3초 동안의 인상이다. 얼굴은 이목구비가 반듯한지보다는 피부 톤, 주름, 피부색이 영향을 준다. 광택이 있고 맑은 피부를 가지고 있으면 첫인상에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것은 물론, 자기관리를 잘한 사람으로 보여 신뢰감을 줄 수 있다.”

    40대는 ‘제2의 사춘기’를 겪는 나이이기도 하다. 가족을 위해 직장에 충성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다 문득 초라한 중늙은이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시기다. 아직은 ‘아저씨’보다 ‘오빠’로 불리고 싶고, 청춘(젊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내면적 욕구가 자신을 꾸미는 데 투자하게 하는 것이다.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이틀에 한 번꼴로 로션을 바르는 정도였던 기자 역시 40대 중반이 넘어선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툭’하고 내려앉은 기억이 있다. 탱탱하고 깨끗하던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고 여기저기 검버섯 같은 검은 반점이 피어났는가 하면, 입가엔 팔자주름이 잡히고 이마와 미간, 눈가에도 주름이 선명했다. 조금 전에 술을 마신 것처럼 볼과 눈가에 불그레 홍조가 사라지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나도 늙었구나’ 하는 씁쓸함이 몰려왔다.

    서울 강남의 퓨린피부과 김민정 원장은 “신체적 나이를 낮춰보려는 남성들의 욕구가 강해졌다. 60대에도 할아버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오는 분도 있다. 자기 나이보다 5~10살은 젊게 살려는 욕구가 강한 것도 중년 남성들이 피부에 신경을 쓰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은 얼굴보다는 헤어스타일과 몸(body)에 관심이 큰 반면, 40대 남성은 얼굴에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를 관리하는 방법에서도 30대는 술·담배 자제, 음식 관리, 운동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데 비해 40대는 화장품에 의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40대 이상은 ‘얼굴 젊게 만들기’가 좀 더 현실적이고 손쉽게 젊어보일 수 있는 선택으로 보는 듯하다.

    지난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가 1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전 세계 판매액의 5분의 1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인데, 인구 규모를 고려한 구매율은 단연 세계 1위다. 꼭 이것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내 화장품업종의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2009년 70만 원대에서 최근 200만 원대로 급등했다.

    “60cm 앞에서 환해 보이게”

    화장품 멀티스토어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 들어 남성 고객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옥션 역시 남성화장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남성화장품 구매 고객 중 50대 이상 비중이 2012년 24%에서 올해 3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남성화장품도 여성화장품처럼 고급화, 세분화하고 있다. 심지어 중년 남성을 위한 BB크림까지 나왔다.

    화장품 구매에서 더 나아가 피부관리숍을 찾거나 피부과에서 보다 전문적인 관리를 받는 중년 남성도 늘고 있다. 퓨린피부과 김민정 원장은 이런 고객이 5년 전에 비해 3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오빠로 돌아갈래!”

    남성을 겨냥한 화장품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랩시리즈(왼쪽)와 아이오페 매장.

    “점이나 검버섯을 빼러 오는 경우도 많지만 꾸준히 관리받는 고객도 늘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나 고객을 대면하는 게 직업인 분들은 탈모 방지, 피부 미백, 피부 탄력, 주름 제거 시술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남성은 여성처럼 세세하게 관리하기보다는 60cm쯤 떨어진 거리에서 봤을 때 환해 보이는 정도를 선호한다.”

    그는 “여성은 선크림, 에센스를 열심히 바르는 등 평소 자리 관리를 잘해서 잔주름, 작은 점 하나까지 없애는 게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남성은 흐린 점까지 다 빼줘도 관리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에 햇볕에 그 부위가 노출돼 나중에 더 까맣게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치료할 때 평소 햇볕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느냐를 보고 시술 방법과 정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잔주름이 잘 안 생기는 대신 굵은 주름이 생기기 쉽다. 인상을 많이 써 미간 주름이 깊게 패는 바람에 인상이 사나워 보인다든지 눈가나 이마, 입 주위 팔자주름 등으로 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면 자연스럽게 펴서 젊어 보이게 한다. 보톡스가 효과가 가장 크지만 단순히 펴주는 기능만 하니까 고주파 탄력관리도 하고 영양도 준다. 탄력 레이저도 있는데 남자는 그 정도까지 안 해도 된다.”

    퓨린피부과에서 간단히 피부관리 체험을 했다. 집중관리는 예약이 필요하다기에 간단하게 피부 상태를 체크한 후 바이탈이온트 치료, 레이저 치료,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김 원장은 “이 정도만 해도 안색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먼저 피부 측정을 위해 기계에 얼굴을 대고 정면, 좌측, 우측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방향별로 3장씩 찍혀 나왔는데 평소 거울로 보거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을 때보다 피부 톤, 모공, 피부 색소 침착 상태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김 원장은 사진을 바탕으로 모공과 주름, 색소침착, 피지, 피부 톤별로 어느 연령대 평균에 해당하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했다. 굵은 주름이 별로 없어서인지 주름은 37세로 실제보다 열 살이나 젊게 나왔다. 색소침착(검버섯의 원인)도 37세로 나왔다. 아직은 괜찮은 모양이다. 그런데 모공이 47세로 나온 데 이어 피부 톤 51세, 피지는 57세로 열 살이나 늙게 나왔다. 이마와 콧등으로 이어지는 T존에 피지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적인 피부 상태는 원래 나이로 나왔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피부관리를 전혀 안한 것치고는 좋은 편이다. 그런데 건성피부인 데다 여드름균이 많다. 피지가 모공을 막아 뾰루지가 나면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니 모공이 안 막히게 세안을 잘해야 한다. 오일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

    기자가 “얼굴이 울긋불긋하게 붉은 기운이 올라오는 게 신경 쓰인다”고 고민을 털어놓자 “햇볕 때문이라기보다는 민감한 피부라 그런 것 같다. 풀이나 벌레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주말농장에 다녀온 후에는 깨끗이 잘 씻고 보습제로 진정을 해주면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이탈이온트 치료를 받기 위해 침상에 누웠다. 간호사가 오른손에 접지봉을 쥐여줬다. 이 접지봉을 통해 몸에 약하게 전류를 흐르게 하고, 이 전류를 통해 입자가 큰 비타민C를 이온화해 피부 깊숙이 침투시키는 원리다. 건성, 지성, 민감성 피부에 상관없이 피부 톤을 개선하고 기미로 올라올 수 있는 색소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데, 얼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레이저로 기미와 주근깨 색소를 잡아주는 치료도 했다. 얼굴이 울긋불긋하고 기미 색소가 있는 기자에겐 꼭 필요한 시술이라고 했다. 시작하기 전, 간호사가 아이스롤링을 주며 계속 얼굴을 문지르라고 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치료가 시작되자마자 얼굴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남자는 여자보다 피부 톤이 어두워 에너지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좀 더 아플 수 있다고 한다. 간호사는 “피부가 좋아지는 것이니 참으라”며 위로했지만 계속 따끔거리는 게 신경 쓰였다.

    “뭔 일 있어? 환해졌네”

    그러더니 갑자기 고기 타는 냄새가 났다. 내 얼굴이 구워지는 건 아닌가 하고 놀랐는데, 솜털에도 색소가 있어 솜털이 타는 냄새라고 했다. 잠시 후 솜털이 다 제거됐는지 냄새가 사라졌다. 수염을 깎지 않고 온 게 후회됐다.

    검은 색소에 반응하는 레이저에 이어 붉은 색소에 반응하는 레이저를 얼굴에 쏘였다. 이번엔 얼굴에 따뜻한 물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는데 수분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걸 일주일마다 몇 차례 반복해야 한다니 ‘젊어지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원장은 기자에게 눈가, 이마, 콧등과 팔자주름에 보톡스를 맞으라고 권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체험 기사를 쓰려면 보톡스 체험도 당연히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용기를 냈다. 이번에도 간호사가 아이스롤링을 손에 쥐여줬다. 주사 한 대 맞는데 웬 아이스롤링인가 싶었는데 보톡스는 한 번에 주입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나눠서 주입하기 때문에 한 부위를 시술할 때마다 주사를 10회 이상 맞는 셈이었다. 다 맞으니 50회도 더 맞은 것 같았다.

    “보톡스로 주름을 완전히 펴기도 하지만, 남자 분들은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해서 주름의 절반 정도만 펴는 것을 선호한다. 보톡스는 시술 후 5일에서 일주일 지나야 자리를 잡는다. 효과는 3~6개월 지속된다. 그 후엔 보톡스 맞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그 기간만큼 주름이 더 깊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팔자주름 부위에 주사를 맞을 때 뜨거운 게 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입술 끝이 약간 마비되는 기분이 들었다. 필러를 주입하는 중이라고 했다. 필러엔 마취 성분이 섞여 있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완전히 풀린다고 한다. 입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보톡스보다 필러 시술을 하는 게 효과적이고 효과도 1년으로 더 길다고 했다.

    “지방이 꺼진 곳은 보톡스로 펴주기만 해서는 효과가 적고 필러로 채워주는 게 효과적이다. 팔자 주름과 콧등 주름이 그런 부위다. 이런 곳은 필러로 채워주고 보톡스로 펴주면 훨씬 젊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머드팩에 이어 에센스 등 몇 가지 화장품으로 얼굴 마시지를 해주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한결 개운해진 기분이 들었다(이날 저녁 집에 들어서자 아내가 의아스럽다는 듯 바라보더니 “뭔 일 있어? 얼굴이 왜 이렇게 환해졌어” 하고 물었다!).

    김 원장은 “중년 남성들은 물건을 살 때 어디든 처음 들어간 곳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피부 시술을 받을 때도 최소 두 군데 이상 방문해 상담하고 비교해서 선택하는 게 좋다. 시술을 많이 할수록, 비용이 비싼 시술일수록 효과가 좋기는 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부담이 덜 하면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술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특히 처음 관리를 받는 경우에는 이것저것 다하는 것보다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부터 하나씩 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개기름’과 블랙헤드

    CNP차앤박화장품 피부연구소 박준우 수석연구원은 “남성 피부는 안드로겐이라는 남성호르몬의 작용으로 여성보다 피부(피하지방층)가 두껍고 각질이 많이 생기며 피지량이 많은 데 비해 수분 함량은 여성의 3분에 1밖에 되지 않아 겉은 번질거리고 속은 건조한 상태가 많다”고 설명한다. 특히 30대 이후부터 탄력이 떨어져 40대 이후에는 피부의 콜라겐이나 탄력 섬유의 양이 점차 감소한다. 이에 따라 깊은 주름이 생기고 기미, 주근깨, 잡티, 검버섯 등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중년남성의 얼굴 피부 관리 첫째 원칙은 세안을 통한 충분한 수분 공급과 청결이다. 폼클렌징이나 세안 비누 같은 피지를 녹이는 제품을 이용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민감한 지성 피부는 폼클렌징보다는 화학 성분이 적은 자극 없는 비누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한다.

    오후가 되면 땀과 피지가 뭉쳐진 ‘개기름’이 생기는데, 깔끔하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고 모공을 넓혀 귤껍질 같은 피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외출 후 비누나 세안제로 꼼꼼히 클렌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하지만 너무 잦은 세안은 오히려 건조한 피부를 만들 수 있다. 개기름이 심하지 않다면 낮에는 물로만 씻고 스킨과 로션, 영양크림을 발라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이 좋다.

    “나 오빠로 돌아갈래!”

    보습과 자외선 차단만 열심히 해도 젊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남성 피부는 각질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일주일에 한 번은 각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미세한 알갱이가 있는 스크럽제로 예민한 눈가를 제외한 얼굴과 목에 살살 문지르듯 마사지하면 된다. 그렇다고 뽀드득한 느낌일 날 때까지 세안하면 필요 이상으로 각질이 제거돼 피부가 약해질 수 있다.

    콧망울 주위에 검은 깨알처럼 블랙헤드가 돋는 경우가 있다. 피지 과다 분비가 원인인데 지저분한 인상을 주기 쉽다. 스팀타월로 모공을 열어준 다음 코팩을 이용해 피지를 빼낸 후 반드시 얼음이나 찬물로 열린 모공을 조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피지가 들어 있던 모공이 열린 상태로 남아 모공이 더 넓어 보일 수 있다. 코팩이 번거롭다면 살리실산 성분이 들어 있는 스크럽 제품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크럽 후에는 모공을 조여주는 화장품을 사용한다. 블랙헤드가 덜 생기게 하려면 평소 클렌징을 철저히 하고 과음을 삼가는 것이 좋다. 사우나나 찜질방 등을 너무 자주 이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한번 넓어진 모공은 회복이 힘들기 때문.

    선크림만 챙겨도…

    두 번째 원칙은 자외선 차단이다. 특히 골프, 등산 등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중년 남성은 꼭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자외선은 색소질환을 일으켜 기미, 주근깨, 검버섯의 원인이 된다. 자외선 중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UVA는 창문도 통과하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노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김민정 원장은 “선크림만 꼬박꼬박 발라도 피부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잔주름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피부과 전문 치료도 있지만 평소 스킨, 로션 등 기초 화장품과 함께 아이크림 같은 기능성 화장품을 꾸준히 발라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이크림은 눈밑과 눈가 위주로 피부 결을 따라 안에서 바깥으로 발라야 주름이 생기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면 화장품 용기의 성분표를 확인해 파라벤, 테녹시에탄올 같은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화장품은 제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스킨, 에센스, 로션, 크림 순서로 바르면 된다. 거기에 아이크림 등 재생크림을 따로 바르면 좋다. 랩시리즈 김혜민 매니저는 “젊은 남성이라면 여러 기능이 합쳐진 제품 하나만 써도 별 상관이 없지만 40대 이상의 중년이라면 되도록 종류별로 사용하라”고 권했다. 또한 대형 전문 매장의 경우 무료로 피부 측정을 해주므로 피부의 유분, 각질, 탄력, 수분 상태를 파악하고 피부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아 선택하라고 충고했다. 또한 아내와 화장품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했다. 남성과 여성은 피부 타입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남성의 피부는 활발한 호르몬 활동으로 인해 여성보다 최대 5배나 많은 피지를 분비한다. 그런데 여성용 화장품은 유지방이 많아 중년 남성에겐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김민정 원장은 “피부는 결국 몸의 반영이다. 몸속이 상했는데 피부만 좋아 보일 수는 없다”며 “근본적인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잘 쉬고 적절히 피부 관리를 하는 것보다 더 피부를 좋게 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 피부 관리에 좋은 생활습관

    ● 40대 이상은 젊은 사람보다 수분이 빨리 날아간다. 하루 8잔 이상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중요하다.

    ● 피부 관리의 기본은 청결 유지다. 물로만 간단히 씻지 말고 비누나 클렌징폼으로 피부에 쌓인 노폐물이나 각질을 꼼꼼히 씻어낸다.

    ● 독소의 일종인 활성산소는 우리 몸속 세포를 손상시켜 노화를 촉진한다. 비타민 A, C, E나 베타카로틴 등의 항산화 물질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항산화 식품으로는 검은콩, 검은깨, 검은 쌀과 같은 블랙푸드와 브로콜리, 발아현미, 호두, 양파, 토마토 등이 있다. 알로에, 오이, 사과, 감, 복숭아 등 피부에 좋은 음식을 자주 섭취한다.

    ● 금연, 금주로 활성산소를 줄인다. 담배에는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가 많이 들어 있고,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면서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한다.

    “나 오빠로 돌아갈래!”
    ● 과음한 다음 날은 사우나를 피한다. 술을 먹으면 탈수 현상이 생겨 피부가 건조해지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사우나를 할수록 탈수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

    ● 숨이 찰 정도의 격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많이 발생시키므로 피하는 게 좋다. 걷기, 조깅, 줄넘기 등 가볍게 땀을 흘리는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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