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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초저녁

  • 하종오

초가을 초저녁

초가을 초저녁

일러스트·박용인

나무에게 가서 산에 관해 떠들고

돌에게 가서 허공에 관해 지껄이고

개에게 가서 들판에 관해 소곤거리던

초가을 초저녁이 여기에 지금 와 있다



불룩하고 둥그스름하고 펑퍼짐한 초가을 초저녁에게

나무가 산에서 물소리를 가져왔냐고 묻고

돌이 허공에서 새소리를 가져왔냐고 묻고

개가 들에서 바람소리를 가져왔냐고 물으니

초가을 초저녁은 다 품속에 지니고 있다고 대답한다



어두워질 때 사방이 낮고 아늑하고 너른 건

물소리가 초가을 초저녁을 불룩하게 하고

새소리가 초가을 초저녁을 둥그스름하게 하고

바람소리가 초가을 초저녁을 펑퍼짐하게 해서다

나무가 산으로 옮겨가지 않고

돌이 허공으로 날아가지 않고

개가 들판으로 뛰어가지 않는 것이

여기에선 지금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시집 ‘초저녁’(도서출판b) 중에서

하종오

●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 197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어미와 참꽃’ ‘세계의 시간’ 등

신동아 2014년 10월 호

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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