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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안보연애소설

려명黎明

9장 대가를 받다

려명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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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경마을에서 빠져나온 윤기철과 정순미는 윤기철의 선배 임승근의 도움으로 옌지의 한 호텔에 숨어든다.
  • 둘의 행적을 쫓는 국정원은 북한 쪽에도 정보를 건네는 이중 플레이를 한다.
  • 마침내 두 사람은 처음으로 몸을 섞는데….
려명黎明

일러스트레이션·박용인

“검문소다.”

장씨가 낮게 말했지만 이미 차 안의 사내들은 앞쪽의 불빛을 보았다. 정순미는 의자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있다. 윤기철은 검문소 앞에 세워진 차량 두 대를 보았다. 트럭과 소형 승용차다. 차량 통행이 뜸해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먼 쪽에서 전조등 빛 하나가 보였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은 더 뜸하다. 트럭 한 대가 반대쪽 검문소를 그냥 스치고 지나갔다. 거리가 200m쯤으로 가까워지면서 검문을 끝낸 트럭이 떠나고 소형차 한 대가 남았다. 차 안은 조용하다. 엔진음만 울린다. 윤기철이 머리를 돌려 옆에 누운 정순미를 보았다. 입을 약간 벌린 정순미는 잠이 든 것 같다. 문득 혼수상태인지 걱정이 됐지만 그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차가 멈췄다. 머리를 든 윤기철은 소형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았다. 공안 두 명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그때 운전사 장씨가 창문을 열고 떠들썩한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가 있다고 합니다.”

장씨 뒷좌석에 앉은 최영수가 윤기철에게 낮게 말했을 때 차 옆문이 열렸다. 찬 바람이 휘몰려 들어오면서 공안이 상반신을 굽혀 안쪽을 보았다. 정순미는 문 바로 앞쪽에 누워 있다. 그때 최영수가 공안에게 말했다. 중국어라 윤기철은 알아듣지 못했다. 정순미를 내려다보던 공안이 시선을 윤기철에게로 옮겼다. 룸라이트가 켜 져 있어서 공안의 넓은 얼굴이 다 드러났다. 작은 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장씨는 창가에 선 공안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그때 공안이 윤기철에게 물었고 최영수가 중국어로 대답했다. 공안이 최영수의 말을 듣더니 윤기철에게 손을 내밀었다.

“패스포트.”

윤기철이 주머니에서 여권을 꺼내 내밀자 손전등으로 여권을 비춰본 공안이 윤기철의 얼굴과 대조했다. 그러더니 다시 정순미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어느새 장씨는 창가의 공안과 이야기를 그쳤고, 차 안에 정적이 3초쯤 덮였다. 이윽고 정순미의 얼굴에서 시선을 뗀 공안이 최영수에게 말했다. 아직 손에는 윤기철의 여권이 쥐어져 있다. 최영수가 머리를 흔들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윤기철은 어금니를 물었다. 그때 뒤쪽이 환해지면서 트럭 한 대가 도착했고 공안이 시선을 다시 윤기철에게 옮겼다. 공안이 여권을 내밀면서 말했다.

“오케이.”

윤기철이 여권을 받자 공안이 시선을 다시 정순미에게 옮기더니 상반신을 차 밖으로 뺐다. 곧 옆문이 닫혔고 운전석 옆에 서 있던 공안이 뒤쪽 트럭으로 다가갔다. 장씨가 시동을 켜면서 말했다.

“살았다.”

차가 100m쯤 달렸을 때 최영수가 심호흡을 하면서 말했다.

“공안이 ‘누워 있는 여자가 탈북자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윤기철의 시선을 받은 최영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운이 좋았지요. 아마 귀찮아서 놔둔 것 같습니다.”

어깨를 늘어뜨린 윤기철이 소리죽여 숨을 내뱉었다. 귀찮아서 놔둔 바람에 한 생명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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