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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안보연애소설 <마지막회>

려명黎明

10장 여명(黎明)

  • 이원호

려명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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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한정철의 배후가 얼마나 든든한지는 이인수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박도영이 손으로 못을 빼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안 된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박도영이 마침내 시선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조사해보겠습니다.”

“윈난(雲南)성에 볼 것이 많아.”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농경지를 보면서 임승근이 말했다.

“우리 회사 선배도 가족하고 다녀왔는데 괜찮다고 했어.”



선양을 떠난 직특(直特)은 베이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선양에서 베이징까지는 9시간 반 걸린다. 윤기철이 머리를 돌려 창가에 앉은 정순미를 보았다. 정순미는 창밖으로 시선을 준 채 옆모습만 보인다. 둔화에서 지린(吉林), 창춘(長春), 선양을 거쳐 베이징으로 향하는 중이다. 오전 11시 반, 어제 오후 4시부터 계속해서 열차를 타는 셈이었다. 갈아타느라고 지린에서 두 시간, 선양에서 세 시간을 기다렸지만 애초 계획했던 고속버스보다는 빨리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다. 셋이 마주 앉은 좌석 구도여서 임승근이 앞에 앉은 윤기철을 보았다.

“베이징에서 회사에다 연락을 해야겠다.”

“왜?”

“내가 바빠서 여름휴가를 안 썼거든.”

“그만 됐어.”

금방 알아들은 윤기철이 정색하고 임승근을 보았다.

“베이징에서부터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형은 돌아가. 휴대전화나 주고.”

임승근의 휴대전화는 아직 넘겨받지 못했다. 그때 정순미가 머리를 돌려 임승근을 보았다. 그러나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내렸다.

“닷새는 쓸 수 있어. 그 시간이면 윈난성에 갈 수 있겠지.”

“됐다니까 그러네.”

“내가 기사 때문에 그러는 거 아냐.”

“알아, 형.”

임승근의 얼굴이 이제는 굳어졌다.

“너, 지금 심각해. 알고 있지?”

다시 정순미가 시선을 주었으므로 임승근이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외면했다. 그때 윤기철이 대답했다.

“안다고. 시발놈들이 우리를 다 버렸다는 걸 말야.”

윤기철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임승근을 보았다가 외면했다. ‘우리’는 윤기철과 정순미를 나타냈지만 ‘다’라는 표현은 제각기라는 뜻도 된다. ‘제각기 다’가 맞다. 한국은 윤기철을, 북한은 정순미를 버렸다는 말이다. 윤기철은 문득 머리를 돌려 제 손을 보았다. 어느새 정순미가 자신의 손을 쥐었던 것이다. 윤기철도 정순미의 손을 깍지 껴 쥐면서 말을 이었다.

“형, 그러니까 형까지 피해 보는 건 싫어. 우리 둘이 저질렀으니까 우리 둘이 책임을 질게.”

“좆 까고 있네, 시발놈.”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임승근이 머리를 돌리면서 말했다.

“베이징에서 보자. 할 일이 많으니까.”

오후 1시 40분, 사무실 근처 순댓국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던 박도영이 젓가락 움직임을 멈췄다. 식당 안으로 이인수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왜?”

이인수는 먼저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박도영이 그렇게 물었다. 앞쪽 자리에 앉은 이인수가 심호흡을 했으므로 박도영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님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뿐이다. 이인수가 박도영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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