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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허드슨 강 계곡의 ‘조각 파라다이스’

스톰 킹 아트센터

  • 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허드슨 강 계곡의 ‘조각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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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인근 우드버리 아웃렛을 갈 계획이라면 그 근처 스톰 킹 아트센터도 꼭 들르길 권한다.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조각 전문 야외 미술관이다. 광활한 초원에 거대한 추상 조각품이 우뚝우뚝 선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허드슨 강 계곡의 ‘조각 파라다이스’

대자연을 품은 미술관, 스톰 킹 아트센터의 전경. 가운데 보이는 작품은 마크 디 수베로의 \'Phyramidian\'이다.

미국 뉴욕 주(州)를 남북으로 길게 가르는 허드슨 강은 하구에서 뉴욕 시(市)를 만들면서 대서양으로 흘러든다. 이 강과 어우러지는 산과 계곡은 아름답기로 유명해 예부터 많은 화가가 몰려들어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이들을 허드슨강파(Hudson River School)라고 한다. 미국 미술사에 매우 중요한 업적을 남긴 화가들이다.

뉴욕 시에서 이 강을 따라 북쪽으로 한 시간가량 올라가면 ‘마운틴빌(Mountainville)’이라는 아담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한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우드버리 커먼(Woodbury Common) 아웃렛과 웨스트포인트 미국 육군사관학교 옆 동네다. 여기서부터는 ‘스톰 킹 아트센터(Storm King Art Center)’라는 조그만 도로 표지판이 등장한다.

광활한 조각 들판

허드슨 강 계곡의 ‘조각 파라다이스’

마크 디 수베로의 ‘Frog Legs’

표지판을 따라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가면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가로수길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 길 옆으로 이상하게 생긴 철 구조물이 하나둘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어라, 이게 뭐지?’ 하며 어리둥절해하는 외지인의 눈앞에 곧 500에이커(약 60만 평)에 달하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초원에는 여기저기 야트막한 구릉도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온갖 형상의 대형 조각 작품들이 각자의 모양을 한껏 뽐낸다. 이곳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 전문 미술관, 스톰 킹 아트센터다. 미술관에는 꼭 지붕이 있어야 하나. 스톰 킹은 미술관에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곳이다.

‘스톰 킹’이란 이름은 인근 스톰 킹 산(Storm King Mountain)과 스톰 킹 주립공원(Storm King State Park)에서 따왔다고 한다. 야외이지만 이곳은 조각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술관이지, 정원이나 공원이 아니다. 대자연 속의 조각 전시장이고, 조각 들판(sculpture landscape)이다.

이곳 조각품은 대부분 건물 3, 4층에서 10층 이상 높이의 대형 사이즈여서 실내 전시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엄청난 작품 사이즈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작품에 걸맞게 전시 공간도 광활한 대자연이고, 작품들은 그 속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완벽한 야외 조각 미술관이다.

미술관이 워낙 넓기 때문에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돌아야 전시장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트램을 타고 멀리서 작품의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한 후, 걸어서 작품 가까이로 다가가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 보면 사뭇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본관 건물에서 트램 광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테라스로 들어서보자. 발아래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지고, 셀 수 없이 많은 집채만한 대형 조각물이 여기저기 우뚝우뚝 서 있는 광경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도대체 누가 이런 엄청난 규모의 야외 미술관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일까. 그 방대한 구상과 추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설립자는 쇠못 회사 사장

스톰 킹 아트센터의 설립을 주도한 사람은 옥덴(Ralph E Ogden)과 스턴(Peter Stern)이다. 이들은 재벌은 아니고 알찬 중소기업을 운영한 지방 부호였다. 스톰 킹은 작은 부자도 큰 미술관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다. 면적으로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일 것이다.

옥덴은 마운트빌에서 ‘Star Expansion Company’라는 쇠못 제조회사를 운영했다. 각종 나사못, 너트, 볼트 등을 생산하는 회사인데, 쇠못 회사 사장이 철제 조각품 전시장을 만들었다는 게 우연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스턴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인텔리로 젊은 시절 국무장관을 꿈꾸며 워싱턴 DC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나 옥덴의 사위가 된 인연으로 스톰 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게 됐다. 실제 국무장관이 된 사람은 그의 대학 동기동창인 헨리 키신저였다.

1956년 옥덴은 돈은 충분히 벌었으니 이제부터는 돈 쓰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사위 스턴을 불러들여 사업을 맡기고, 자신은 돈 쓰는 일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미술품 수집과 미술관 설립이었다. 하버드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한 스턴 역시 이 일이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스톰 킹 중앙의 높은 언덕에 서 있는 본관은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마치 유럽의 고성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건물은 실내 전시관이다. 여기에는 사이즈가 작은 작품과 바깥에 전시된 대형 작품의 미니어처 등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창문을 통해 야외 전시장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훨씬 더 운치가 있다. 193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버몬트 해치(Vermont Hatch)라는 부호의 저택이었다. 옥덴의 친구였던 그는 이 건물과 그 주변 부지를 옥덴재단(Ogden Foundation)에 기꺼이 팔았다. 이렇게 미술관으로 가는 길이 하나씩 갖춰졌다.

1960년 옥덴은 허드슨 강 계곡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위해 조그마한 미술관을 만들었다. 옥덴의 미술관 사업이 정식으로 출발한 것이다. 1967년 옥덴은 추상표현주의 조각의 대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1906~1965)의 작품 13점을 구입해 건물 밖에 전시했다. 그래놓고 보니 미술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를 시작으로 야외 전시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시골 마을의 작은 미술관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스톰 킹 아트센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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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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