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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상징 ‘집과 차’ 포기 거세된 욕망을 식탐으로 분출?

TV ‘먹방 열풍’의 속살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중산층 상징 ‘집과 차’ 포기 거세된 욕망을 식탐으로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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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먹어야 시청률 오른다” 불문율
  • ● 종편·공중파·인터넷…매체마다 대세
  • ● 해외 언론도 관심…‘음식 포르노’ 평가도
  • ● 시각 문화 발달, 전통적 性역할 파괴 반영
중산층 상징 ‘집과 차’ 포기 거세된 욕망을 식탐으로 분출?

차승원은 tVN ‘삼시세끼’에 출연해 ‘인기대박’을 터드렸다.

음식 전문 채널인 올리브TV나 푸드TV가 먹는 장면을 내보내는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채널은 물론이거니와 종합편성채널, 공중파방송, 케이블채널, 인터넷에서까지 ‘먹방(먹는 방송)’이 대유행이라 눈길을 끈다. 더욱이 먹방은 전통적 요리 프로그램 차원을 넘어 토크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전개된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남녀노소 불문 食神

식성 좋은 연예인은 제철을 만난 것 같다. 개그맨 정준하는 대표적 먹방 스타다. 짜장면 한 그릇을 10초 안에 ‘들이마시는’ 실력으로 ‘식신(食神)’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이런 이미지를 살려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8년째 진행한다.

배우 하정우는 연기자를 대표하는 먹방 스타다. 유독 먹는 장면을 맛깔 스럽게 연기해 보는 이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인터넷에는 그의 먹는 연기를 편집한 동영상이 인기를 끈다.

이영돈 PD 역시 먹방 스타로 분류된다. 그가 지금과 같은 대중적 유명세를 얻은 것은 날카로운 고발 전문 PD로서가 아니다. 채널A ‘먹거리 X파일’ 프로그램에서 “제가 직접 먹어보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유행어가 된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진행자가 김진 기자로 바뀐 뒤에도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제 방송가에선 “먹어야 시청률이 오른다”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먹방이 대세가 되자 예쁜 척하기 바빴던 여성 스타들도 먹방 찍기에 여념이 없다.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와 라이벌 그룹 ‘에이핑크’의 보미는 여군 체험 프로그램에서 ‘군통령’의 지위를 놓고 먹방 승부를 벌였다. 걸그룹 해체 후 뚜렷한 활동이 없던 박수진은 음식 소개 프로그램 ‘테이스티로드’를 시즌3까지 진행하며 뒤늦은 전성기를 맞았다.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 ‘음식을 약간 남기는 것이 숙녀의 예절’이라는 인식은 구시대 유물이 된 듯하다. 숙녀가 대중 앞에 자기 식성을 마음껏 드러내도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내숭 안 떨고 솔직하다며 찬사를 보낸다.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까지 ‘먹방화’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KBS2 ‘해피투게더’는 오래된 포맷으로 시청률이 하락했다. 폐지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야간매점’이라는 먹방 코너를 삽입하며 인기가 되살아났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펀치’는 검찰을 소재로 한 내용이지만 유독 먹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 먹방을 통해 캐릭터를 설명하거나 복선(伏線)을 깐다. 예컨대 검찰총장과 검사가 짜장면을 함께 먹는 장면에선 늘 음모가 논의된다. 이들은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기도 하고 중국음식점에 직접 가서 먹기도 한다. 면을 씹고 단무지를 깨무는 모습은 권력을 향한 탐욕을 상징한다. 줄거리의 대반전이 이뤄지는 곳도 한정식집이다.

유아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먹는 장면을 많이 내보낸다. 시청자들이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 어디가’의 스타 윤후,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민국이는 비슷한 또래들 가운데 유달리 좋은 먹성으로 인기를 끌었다.

종편 ‘음식-건강’ 장르도 인기

먹방을 다양한 장르에 접목하는 시도도 눈에 띈다. SBS ‘정글의 법칙’은 리얼리티와 서바이벌에 먹방을 끼워 넣었다. 해외의 오지에서 원시인처럼 최소한의 도구로 먹을거리를 마련하면서 생존하는 콘셉트다. 결국 식량을 구해 요리하고 이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하이라이트가 될 수밖에 없다.

KBS는 먹방을 인류학적 차원에서 조명한 다큐멘터리 ‘요리인류’를 방영했다. 지난해 3부작까지 방영한 데 이어 올 2월 8부작으로 완성했다. 또 ‘한국인의 밥상’은 원로 배우 최불암을 통해 요리와 여행을 접목한다.

“양파는 어디어디에 좋다” “스파게티는 어디어디에 좋다”라는 식으로 식재료나 음식을 건강과 연결하는 내용은 여러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방송되고 있다. 관련 프로그램들이 워낙 다양해 하나의 ‘음식-건강 장르’로 비칠 정도다. 이들 프로그램은 시청률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한다.

‘의식주’ 대신 ‘식의주’라고 표현할 만큼 식문화에 높은 가치를 두는 나라는 중국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먹을거리가 시원찮다”고 자주 말한다. 중국인은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런데 음식에 대한 관심에서 한국인은 이제 그런 중국인조차 뛰어넘을 태세다.

먹방의 유행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방송가에도 여러 음식 채널이 있어서 다양한 음식 관련 콘텐츠가 생산된다. 일본에서도 ‘카모메 식당’ ‘심야 식당’ ‘고독한 미식가’처럼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만한 먹방 드라마가 인기다.

문화권을 초월해 먹는 행위가 보편적 주제가 되는 것은 미각에 대한 인간의 본능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증거다. 음식이 방송과 인터넷이라는 강한 확산력을 가진 매체와 만나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게 세계적 추세이며, 한국도 이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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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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