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50대의 性

“젖은 낙엽이라니 내 나이가 어때서?”

지금 그들의 침대에선…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젖은 낙엽이라니 내 나이가 어때서?”

2/4
“젖은 낙엽이라니 내 나이가 어때서?”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우리 나이 때는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과 결혼식 비용 등 목돈이 많이 들어간다. 침대에 같이 누워서도 경제적인 문제로 아내와 대화하다 보면 성욕은 저만치 가고 근심걱정이 앞선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호기롭게 고급 술집에 들러 종종 ‘2차’도 나가곤 했지만, 요즘은 몸은 아직 건강해도 ‘쩐’이 없어 못한다.”(54세 조모 씨, 대기업 임원)

“동갑내기 남편과 20세 때 만나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살았다. 10년째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데, 최근 5년간 섹스리스 부부로 살았지만 애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에 대여섯 번은 함께 여행을 한다. 남들은 우리가 금실이 좋아 보이니까 지금도 밤에 엄청나게 ‘바쁜’ 줄 안다.”(50세 이모 씨, 주부)

50대 가운데 일부는 지난날의 50대와 달리 뜨거운 사랑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과거 50대에 비해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압박해오는 세월에 순응하기보다 저항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 대기업 임원 최모(54) 씨가 털어놓은 사연은 이랬다.

“자랑은 아니지만, 회사 인근 마포구에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5만 원짜리 ‘아지트’를 마련했다. 정말 사랑했던 대학 시절 후배를 다시 만났는데 금방 사랑에 빠져버렸다. 머리가 희끗희끗한데 매번 모텔을 들락거리기도 볼썽사나워 우리만의 아지트를 마련한 거다. 폐경이 일찍 온 아내와는 잠자리를 안 한 지 오래됐고, 사회적 지위와 아이를 생각하면 이혼할 수도 없는 일이라 가끔 아지트에서 만나는 사랑을 택했다. 요즘 노래방에 가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자주 부르는데, 50대는 가사처럼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다. 어느 정도 경제력도 있고. 이제는 지난 내 삶을 위로하고 싶다. 친구들도 애인 한둘씩은 있는 눈치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50대 중반의 윤모 씨는 최근 회사 여직원과 사랑에 빠지면서 아내에게 이혼을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보다 학력이 높고 집안도 좋은 아내를 3년 넘게 쫓아다니다 어렵게 결혼했지만, 지금 그의 결심은 확고하다.



“신혼 초부터 콧대 높은 아내를 위해 살았다. ‘아내가 나를 그 여직원처럼 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포기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줄 줄 알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아내는 나를 ‘일꾼’쯤으로 취급한다. 잠자리도 아내가 원할 때만 가졌다. 나도 곧 60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나도 사랑받고 싶다. 왜 나는 행복하면 안 되나.”

“젖은 낙엽이라니 내 나이가 어때서?”

50대는 곧 노인이 된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에 와 있어 자신의 사랑을 찾아 나선다.

노인과의 경계선

50대의 이러한 심리에 대해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는 “노인과 경계를 가르는 ‘심리적 마지노선’에 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50대 이혼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관계가 문제 돼 이혼하려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자신의 외도가 원인이 돼 이혼 위기에 이른 50대 남성 상담자들의 태도가 무척 당당해졌다. 내가 ‘아내에게 하룻밤 실수였다고 사과하라’고 충고해도, ‘나는 그녀(외도 상대)를 사랑한다’며 거부한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그랬는데, 요즘은 남성들이 ‘내 인생 돌려내라’고 외치는 시대다.

가정과 사회의 모범생으로 살아온 50대는 ‘잘살든 못살든 늙어가는 건 똑같다’는 걸 깨닫지만, 부부 사이에 신뢰가 없는 남자는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 여자보다 훨씬 쉽게 무너진다. 심리학적으로도 50대는 ‘생산성’을 따져보는 나이다. 남은 건 달랑 명함 한 장뿐인데, 은퇴하면 그나마 사라진다. ‘지금껏 뭐하고 살았나’ 하는 회의가 들면서 코앞에 ‘환갑상’이 보이니까 이대로 청춘이 끝난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난다. 그러니 작은 희망이나마 남아 있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사랑을 찾는 것이다. 이혼도 불사하면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체념하고 사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50는 또 다른 통로를 찾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50대는 젊은 시절 하이텔, 천리안 같은 PC통신을 통해 소통하던 초기 디지털 세대다. 옛 50대와 달리 인터넷과 SNS에 익숙하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새로운 사람을 은밀하게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학원강사 안모(54)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50대 초반인 아내가 폐경기가 오면서 성욕이 확 줄었다. 가끔 관계를 가져도 성교통으로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 이후 섹스리스 부부가 되다보니 가끔 친구들과 ‘밴드’나 ‘카톡’을 이용해 ‘묻지마 미팅’을 한다. 우리는 학창 시절 ‘단체미팅’을 하던 세대라 학창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즐긴다. 한 번 미팅할 때마다 회비 1만~5만 원을 내고 처음 본 여성들과 음주를 즐기다가, 마음이 맞으면 2차를 가는 식이다. 등산모임으로 만나는 경우도 많다. ‘한국판 애슐리 매디슨’으로 불리는 기혼자 대상 데이트 사이트를 이용하는 친구들도 있다.”

2/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젖은 낙엽이라니 내 나이가 어때서?”

댓글 창 닫기

2019/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