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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도시를 걷다

찬란한 건축 유산 앙상블 다시 볼 수 있을까

네팔 카트만두 계곡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찬란한 건축 유산 앙상블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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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팔 카트만두 일대에선 힌두교와 불교가 융합된 건축 유산을 만날 수 있다. 왕궁과 사원, 광장, 불탑 등이 한데 모여 있는 이 도시를 걷다보면 형언할 수 없는 매력에 젖어들게 된다. 네팔 대지진으로 유적이 파괴됐다는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에 펄럭이던 윈드호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주 많은 곳을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내게 다시 가고 싶은 도시를 꼽으라면 네팔 카트만두(Kathmandu)가 두말할 것 없이 1순위다. 꼭 1년 반 전 아시아건축사협의회 회의 및 포럼 참석차 카트만두를 처음 찾았다가 엄청난 교통체증에 놀랐지만, 뚜렷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 도시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다음 달 ‘살아 있는 도시유산 보호(Revisiting Kathmandu-safeguarding Living Urban Heritage’ 관련 심포지엄이 카트만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다시 달려갔다.

1년 반 전에 둘러본 네팔의 찬란한 유산이 지진으로 상당 부분 파괴됐다는 게 차마 믿기지 않는다.

재해 위험 토론하던 곳, 지진으로 파괴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카트만두 계곡(The Kathmandu Valley)은 단일 유적이 아닌 앙상블(ensenbles) 유적으로 총 7개 구역(seven monumental zone)으로 구성된다.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 파탄 더르바르 광장,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 스와얌부나트 불교 사원, 부다나트 불교 사원, 파슈파티나트 힌두교 유적, 창구 나라얀 힌두교 유적이다. 이 중 오래된 유적은 기원 후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건축 유산은 이번 지진 이전에도 1833년과 1934년 지진으로 일부 파괴된 바 있다. 등재 세계유산의 점유 면적은 167ha로 서울 창덕궁의 약 2배 넓이다(완충 지역 면적은 70ha).

세계유산 등재 당시 뛰어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판단하는 평가 세부 기준 중 iii, iv, vi을 충족시킨 것으로 인정됐다. 그 내용은 이렇다(이 중 한 가지만 충족돼도 세계유산에 등재된다).

ⅲ. 7개 구역의 기념물 앙상블은 카트만두 계곡의 전통적인 문명을 잘 드러낸다. 벽돌, 석재, 목재 및 청동을 다루는 장인의 솜씨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며, 멀리 떨어진 히말라야 계곡에서 2000년 넘게 살아온 네와르(Newars)족의 문화적 전통이 이 독특한 도시에서 분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또한 힌두교와 불교의 공존과 융합이 매우 독특하다.

ⅳ. 카트만두 계곡은 뛰어난 건축물들과 앙상블, 그리고 도시 조직으로 구성돼 1500~1800년 정점에 이른 고도로 발달된 문화를 보여준다. 정교하게 건축된 왕궁, 사원, 불탑들로 구성된 유산은 세계에서 카트만두 계곡이 유일하다.

ⅵ. 정령 숭배 의식이나 탄트리즘(Tantrism), 힌두교와 불교의 독특한 공존과 융합이 돋보인다. 그 상징적, 예술적 가치가 전설, 의식, 축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건물 장식이나 도시 구조, 때로는 주변 자연환경에도 잘 나타난다.

카트만두 계곡은 2006년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경계 변경’을 허가받는데, 이때 세계유산이 도시 개발로 훼손될 우려가 있음이 거론됐다. 그러나 위원회에 자연재해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어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은 논의되지 않았다.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데 또 하나의 필수 요건은, 등재 이후 어떻게 관리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이다. 네팔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가장 높은 수위로 보호하겠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해 위험 관리”라고 밝혔다. 등재 결정 당시부터 재해 위험 관리에 대해 고민했지만, 자연재해는 인간의 대처 이상으로 위력이 세다보니 이번 지진 참사로 무참하게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이제 본격적으로 카트만두 계곡 탐방을 시작한다. 탐방에 앞서 자주 등장하는 주요 개념 두 가지를 살펴보자.



△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 : 네팔 중세 왕국의 궁전 및 전면 광장과 그 일대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명칭. 왕궁, 사원, 조각상, 정원, 분수 등으로 이뤄진다. 카트만두 계곡에 포함된 3곳의 더르바르 광장은 이번 지진으로 거의 다 파괴됐다.

△ 네와 건축(Newa Architecture) : 네와르족이 발달시킨 고유한 건축양식. 사리탑과 카이티야(chaitya·기도처)가 있는 불교 수도원에서 정원, 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는 건축양식으로 괄목할 만한 벽돌 작업과 네팔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나무 조각이 특징이다. 네와르 장인들에 의해 해외, 특히 중국에 전파되기도 했다.

파탄에서 묵을 집으로는 황금사원(Golden Temple)이 보인다는 중세 목조주택 게스트하우스 맨 위층을 예약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오래된 골목 안에 있는 집이었다. 아침식사를 즐기던 발코니에서는 황금사원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외지인에게 숙소로 빌려주는, 훨씬 저렴하고 역사가 더 깊은 네와르 주택도 많았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선진국보다 와이파이 인심은 후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목조주택들을 복구하느라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카트만두 3대 역사 도심 중 하나인 파탄 더르바르 광장은 현 행정구역 랄릿푸르(Lalitpur· ‘美의 도시’라는 뜻)의 중심이며 수도 카트만두에서 약 5km 떨어져 있다. 한때는 칸티푸르(카트만두), 랄릿푸르(파탄), 박타푸르 세 왕국이 독립적인 세력을 이뤘으나, 네팔을 통일한 샤 왕조(Shah Dynasty·1768~2006)가 중앙집권적 통치를 하면서 독립 왕국 파탄은 사라졌다.

찬란한 건축 유산 앙상블 다시 볼 수 있을까

파탄 크리쉬나 만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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