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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풍광, 사투리, 지역정서 모든 게 영화가 된다

곽경택 영화의 고향 부산

  • 글 · 오동진 | 영화평론가 사진 · 김성룡 | 포토그래퍼

풍광, 사투리, 지역정서 모든 게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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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경택 감독의 주요 작품 대부분이 부산을 배경으로 한다. 부산 말씨와 정서를 고스란히 영화에 옮겨 싣는다. 지역색을 정면에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더 보편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곽경택의 부산은 ‘주변’이 아니다. 보란 듯 중심이며 주인공이 된다.
풍광, 사투리, 지역정서 모든 게 영화가 된다
곽경택 감독은 요즘 ‘숨어서’ 영화를 찍는다. 아니, 숨어서 영화를 찍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치고 빠지는 데 선수다. 아니, 선수가 됐다. 소리 소문 없이 영화를 만들어서는, 소리 소문 없이 영화를 개봉하고는, 소리 소문 없이 300만쯤 관객을 들게 하고는 또 ‘잠수’를 탄다. 사람들은 영화를 실컷 보고 나서야 새삼 그게 곽경택 영화임을 알고 ‘어쩐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하필 제목이 뭔가 숨어서 하는 느낌이 드는 ‘극비수사’다. 6월 18일 개봉한 ‘극비수사’는 7월 9일 현재 관객 수 274만354명을 기록했다. 나름 ‘대박’을 친 셈이다.

곽경택은 한때, 아니 지금도 유명 스타감독이다. 물론 옛날이 지금보다 훨씬 대단했다. 그건 분명히 2001년에 만든 ‘친구’ 때문이다. 고등학교 동창인 4명의 친구 이야기인데, 그중 두 명이 조직폭력배 사회에 끼어들게 되면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는 줄거리다. 화자는 서태화로, 그가 이야기를 회상해 나가지만 주인공은 두 명, 곧 장동건과 유오성이다.

영화 ‘친구’는 한국 영화계에 이른바 ‘조폭 영화’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었다. 지금껏 이런 유의 영화로 ‘친구’만한 작품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곽경택 스스로 자신의 영화를 유전자 복제한 ‘친구2’를 2013년에 다시 만들었을까. 2009년에는 이를 TV드라마로도 만들었는데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그것이다. ‘친구2’가 3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것은 그간 전편인 ‘친구’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자기만큼 자기 영화를 다시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니가 가라, 하와이”

사람들은 ‘친구’를 낱낱이 기억한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수많은 장면이 패러디 됐을 정도다. 예컨대 가장 잔인한 장면으로 꼽히는, 장동건이 수차례 칼에 찔려 죽는 신 같은 것이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대사를 사람들은 아직도 떠올리곤 한다. 그 기억에는 잔인함보다는 이상한 쾌감 같은 것이 묻어 있다. 그 장면 직전 유오성과 장동건이 술집 룸에서 대화를 나누는 신은 더 많이 회자돼왔다. “하와이 가라” “니가 가라, 하와이”로 이어진 대사는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로 유오성은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으며 장동건은 외모만 출중한 스타가 아니라 (머리를 짧게 깎아 그 외모를 슬쩍 감추고도) 언제든 성격 연기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연기자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개봉 당시 ‘친구’의 흥행은 가히 폭발적이었는데, 그 이전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JSA 공동경비구역’ 등의 성적을 가볍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당시 600만 관객을 모았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1000만 관객에 버금가는 숫자다.

굴곡진 인생살이의 ‘군내’

풍광, 사투리, 지역정서 모든 게 영화가 된다
그래도 ‘친구’ 하면 뭐니뭐니 해도 로버트 팔머가 부른 ‘Bad case of loving you’다. 이 노래가 나오는 장면은 정말 신나게 찍혔다. 나중에 피가 튀기고 살이 튀기는 살육전을 벌이게 되든 말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그래도 마냥 즐거운 순간이 있는 법이다. 장동건과 유오성, 서태화, 정운택 등이 국제시장 골목길을 냅다 뛰어 도망갈 때 나오는 이 노래는 사실 가사 내용과 영화 장면은 전혀 별개의 것인데도, 주인공들이 젊고 어린 시절에 지녔던 뜨거우면서도 순수한 가슴속 열정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 노래는 ‘친구’의 OST로 사용된 후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었다.

‘친구’의 바로 그 장면을 찍은 국제시장 골목들, 그리고 남포동으로 이어지는 길들을 다시 한번 걸어 다니는 것은 꽤나 기시감(旣視感)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친구’를 만든 후 15년쯤 지났다. 부산은 이제 꽤나 ‘트랜스포밍’된 도시다. 일부 지역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다. 예컨대 지금의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이 들어선 센텀시티 같은 곳이 그렇다. 불야성을 이루는 광안리와 해운대를 밤에 바라다보면 마치 할리우드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1980년에 만든 ‘블레이드 러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광경이다. 곽 감독이 ‘친구’를 만들던 2000년대 초반 장엄한 분위기의 광안대교는 흔적조차 없다.

그런 변화의 와중에 ‘친구’의 느낌을 여전히 살려내주는 동네가 국제시장 · 남포동 · 광복동을 잇는 굽이굽이 시장길, 골목길이다. 여기는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대며 살아간다. 사람과 삶과 굴곡진 인생살이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그건 약간 비릿하면서도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 특유의 군내 같은 것이다.

이 길을 지나가는 데는 빠른 걸음이 부적절하다. 중간중간 멈추고, 구경하고, 사 먹고, 잡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어슬렁거리게 만드는 지역이다. 그러다 막상 남포동 부산극장 같은, 이제는 허름해지고 비루해진 옛 극장과 마주치면 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세월이 정말 무상한 것이다. 그 옛날 ‘친구’ 속 그 친구들처럼 숨차게 달리던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곽경택만큼 자신의 소속, 그 정체성을 상업적으로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활용하는 감독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는 부산 토박이다. 이미 오래전 부산을 벗어나 영화를 시작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기가 ‘팔아먹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아이템은 부산에 몽땅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주요 작품 대개가 부산을 베이스로 하고 부산 곳곳을 무대로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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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동진 | 영화평론가 사진 · 김성룡 |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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