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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만든 ‘문단 아이돌’ 웃자란 순수문학의 위기

신경숙 표절 논란과 문단권력

  • 정해윤 | 문화비평가 kinstinct1@naver.com

자본이 만든 ‘문단 아이돌’ 웃자란 순수문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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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을 대표해온 신경숙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 그러나 이 논란의 배경에 대한 냉정한 토론이 필요하다.
자본이 만든 ‘문단 아이돌’ 웃자란 순수문학의 위기
소설가 이응준이 제기한 신경숙 표절 논란으로 우리 문단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신경숙은 그동안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였다. 표절 대상이 일본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한층 컸다. 이응준이 6월 16일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신경숙의 또 다른 표절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신경숙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영일 문학평론가는 “읽지 않았는데 그렇게 일치했다면 아마 우주가 도와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책을 낸 ‘창작과비평(창비)’은 “문제가 된 묘사는 일상적 소재이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필자는 ‘신동아’ 2014년 1월호에서 신경숙 표절 의혹 사례를 언급했다. 따라서 필자에겐 이응준의 문제 제기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신경숙 표절 논란을 전혀 몰랐다는 점을 이번에 알게 됐다. 그게 놀라왔다. 문학계 일각에선 실망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문학이 아니라 한통속 사기극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사실 이번 의혹은 15년 전에 제기된 것이다. 그땐 SNS가 없었다. 전문가들 끼리 왈가왈부하다 끝나고 말았다. 당시 대중문학 진영을 대표해 작가 이용범은 이렇게 말했다.

창작의 주체는 자본?

“내가 문학 엘리트들에게 요구한 것은 내 소설을 비난하거나 우대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최근 문학 엘리트들이 옹호하는 문학이 과연 본격문학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중문학에 상표를 달아주는 일을 멈추고 이제 본격문학을 하라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한국 문단이 벌이는 사기극 논란의 본질을 지적하는 듯했다. 본격문학이 아닌 것을 ‘명품으로 포장해 내다 팔고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 신경숙은 조연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또 표절은 ‘차떼기냐, 비타500이냐’와 같은 부패의 한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표절 논란을 일으키는 아이돌 가수가 있다고 하자. 현재와 같은 기획사 시스템에서 이를 과연 가수 개인의 문제로만 돌릴 수 있을까. 기획사와 그 대표에게도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문학에서 창작의 주체는 작가에서 자본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번 표절 의혹의 배경엔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과 그가 주관해온 창비, 신경숙의 남편 남진우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또 이 사기극 논란의 본질은 ‘순수문학을 빙자한 상업주의’일 수 있다.

1980년대까지 우리 문단은 순수문학을 주장하는 ‘문학과지성사(문지)’와 현실참여를 강조하는 창비의 양대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자기 진영에 대한 소속감이 강했고 색깔도 뚜렷이 구분됐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제공격은 창비가 날렸다. 신경숙과 관련된 일이기도 했다. 신경숙은 1990년 고려원에서 첫 소설 ‘겨울우화’를 냈으나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1993년 문지에서 출간한 ‘풍금이 있던 자리’로 주목받게 된다. 작가와 출판사 간 인간적 의리를 중시하는 관행대로라면 그는 문지 그룹에 남았어야 했다. 그러나 1993년 그는 창비의 계간문예지 ‘창작과 비평’에 단편을 기고한다. 백낙청은 이때부터 신경숙에게 적잖은 공을 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출판 자본의 시녀’

그 후 1996년 창비가 제정한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신경숙의 ‘외딴방’이 선정됐다. 백낙청은 “한국 문학의 보람” “작가는 우리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부여하는 엄청난 일을 해내었다”라고 극찬했다. 신경숙은 1996년 창비에서 ‘오래전 집을 떠날 때’를 출간한다.

신경숙의 이런 행보는 1990년대 문단에서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자기 사람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문지에서는 펄펄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신경숙처럼 ‘문학동네’를 포함한 빅3에서 돌아가면서 책을 출간하는 것이 인기작가의 새로운 전통이 됐다.

이후 신경숙은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고르게 받으며 1980년대 이문열이 누리던 위상을 차지한다. 신경숙이 이렇게 문단의 통합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데엔 창비의 마케팅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그런데 신경숙이 창비에서 낸 첫 책 ‘오래전 집을 떠날 때’가 바로 이응준 작가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그 책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창비가 이 책의 제목을 2005년부터 ‘감자 먹는 사람들’로 바꿔 출간한 점이다. 오래돼 절판된 것도 아니고 꾸준히 팔리는 유명 작가의 책인데 굳이 제목을 바꿔 출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확인이 필요하지만, 일각에선 ‘창비가 내부적으로 이미 신경숙의 표절 소지를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신경숙 이후 여성 작가가 ‘대세’가 되자 창비는 여성 작가에게 크게 투자했다. 신경숙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창비는 은희경에게도 정성을 쏟았다. 그러다 2008년 신경숙의 최고 히트작 ‘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해 대박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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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문화비평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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