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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아홉 살

  • 심언주

마흔아홉 살

마흔아홉 살
나는 안개로 걸어 들어간다 나는 흩어지는구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구나 커튼이 모른 척 딴짓을 하고 있구나 뭉쳐 다니는 아이들에게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구나 안개와 나는 자주 길을 잃는구나 커튼이 불빛을 삼켜도 불빛이 집 한 채를 삼켜도 바라보고만 있구나 아무도 막지 못하는구나 안개가 정어리들과 떼지어 다니는구나 바다는 바닥을 내어 주는구나 물밀듯이 안개와 먼지는 솜사탕의 허세를 부풀리는구나 아무도 안개를 걷어 내지 못하는구나 솜사탕은 분홍빛 혀를 녹이고 혀는 문장을 소비하고 내 잉크는 메말라 가는구나 내가 갈증을 하룻밤으로 메울 때 안개는 내 꿈을 들여다보는구나 꿈속에 나는 어디까지 걸어갔다 돌아온 걸까 내 꿈은 더 멀리서 왕성한 식욕을 드러내야 하는데 더 쓸쓸해져야 하는데 나는 개와 함께 돌아오는구나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아침을 차지하는구나

* 시집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민음사) 중에서

심언주

● 충남 아산 출생
●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

신동아 2015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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