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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150마일 마디마디 비극의 스펙트럼

분단의 영화들과 DMZ

  • 글 · 오동진 | 영화평론가

150마일 마디마디 비극의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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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17~24일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가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다. 볼 수 있지만 볼 수 없는 곳, DMZ는 분단 70년을 맞는 우리의 인식과 냉엄한 현실의 괴리를 잘 보여준다.
150마일 마디마디 비극의 스펙트럼
분단 70년이라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DMZ를 가는 길 자체가 그렇다. 어떻게 가야 할지도 막막하다. 민간인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은 분명한데, 어디서 어디까지가 허가된 것인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통일대교에서 도라산 전망대, 제3땅굴이 있는 DMZ 전시관까지는 어떻게 가는 것일까. 민통선 안, 캠프 그리브스까지는 또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일까.

문산을 거쳐 임진강역 자유의 다리에서 흔히들 ‘공동경비구역’으로 불리는 판문점까지는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진서면, 군내면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판문점은 명실공히 DMZ 안에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38선이라 불리는 군사분계선 지역을 정확하게 양분하는 것이다. 일반인은 특정한 허가를 득하지 않으면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 남방한계선 밑, 도라산역과 도라전망대, 제3땅굴 지역이 있는 DMZ 전시관까지만 관람이 허용된다. 물론 그것도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지도 참조).

이번 호 취재를 기획하면서 광복 70년, 분단 70년이라는 낱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른 것은 그다지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분단 상황을 그린 영화는, 뒤져보면 부지기수다. 그런데 정작 분단의 상징이라는 휴전선은커녕 그 이남의 철책도 평소라면 결코 갈 수 없는 지역이다. 군사지역이기 때문이다. 볼 수 있지만 볼 수 없는 곳, 인지하고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이 바로 여기다. 그 현실과 인식의 괴리를 느낄 때에 비로소 분단 현실에 대한 진정한 경각(警覺)이 생긴다.

세계 유일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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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안을 그나마 망원경으로라도 기웃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덕이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 경계의 코앞 현장에서 개막식을 하는 영화제다. DMZ 자체가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여기서 분단의 현장이란 군사분계선 남쪽과 철책(GOP) 바깥 사이, 그러니까 비무장지대라 불리는 DMZ(DeMilitarized Zone)를 말한다.

올해로 7회를 맞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철책 바로 아래의 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 내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다. 캠프 그리브스(Camp Greaves)는 6·25전쟁 정전협정 후 50여 년간 미군 2사단 506보병대대가 주둔해오다 1997년 미군 철수 후 2007년 8월 한국 정부에 반환됐다. 이를 경기도와 파주시, 경기관광공사가 평화, 안보, 생태체험시설로 활용할 것을 군 당국에 제안했다가 2013년에 이르러서야 안보체험시설 지원협약이 체결된 후 DMZ 체험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캠프 그리브스는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한 곳이다. 그 때문에 미군의 현대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는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볼 만한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제 개막행사를 위해 사람들은 보통 임진강역에 모여 주최 측이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통일대교를 거쳐 마을로 들어간다. 이전에는 문산역에 모여 기차를 타고 가기도 했다.

영화제는 해마다 세계의 다큐멘터리 작품 100여 편을 모아 상영하는데 아무래도 전쟁과 평화, 분단과 통합, 이념 혹은 탈(脫)이념의 얘기를 담은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다. 분단 70년을 맞아 올해는 ‘분단70년 특별전’을 마련해 특히 눈길을 끈다. 특별전을 구성하는 11편의 작품(표 참조)들 면면은 분단된 지 ‘70년’이 됐다는, 물리적인 오랜 비극성과는 별개로 그야말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그려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만큼은 특히 이 특별전 하나만으로도 영화제와 휴전선 인근을 찾을 가치를 지니게 됐다는 의미다.

작품 중에는 ‘가미카제 특공대원의 증언’처럼 분단의 기원이 된 일본 군국주의의 실체에 접근하는, 지금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 다큐멘터리에서부터 ‘안나, 평양에서 주체영화를 배우다!’처럼 한국 국민으로서는 좀처럼 가능하지 않은, 엉뚱발랄한 평양행을 실현해낸 유쾌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콘텐츠로 빼곡하게 차 있다. 아마, 이미 70년이나 흘러버려서 파편화하고 내면화한 분단을 일상으로 사는 지금, 이런 미시적 서사들이야말로 분단의 비극성을 궁극적으로 비추는 먼, 그러나 명징한 불빛이 돼보려는 기획일 것이다.

2년 전, 영화제 개막식을 위해 민통선 안으로 들어갔다 온 국내외의 영화감독, 영화 관계자들은 평생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겠는가. 어찌 그렇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세계 어느 곳에 이러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나라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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