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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리뷰

2017년의 대미를 장식한 영화 ‘1987’

“택시 운전사”를 뛰어넘는 영화적 성취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2017년의 대미를 장식한 영화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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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의 아버지(김종수)가 아들의 유해를 얼어붙은 임진강변에 뿌리며 오열하는 장면. ‘철아, 잘 가 그래이, 이 아버지는 할 말이 없데이’라는 그의 말은 동아일보 황열헌 기자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87년 1월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의 아버지(김종수)가 아들의 유해를 얼어붙은 임진강변에 뿌리며 오열하는 장면. ‘철아, 잘 가 그래이, 이 아버지는 할 말이 없데이’라는 그의 말은 동아일보 황열헌 기자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는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데뷔작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덕 기업주가 지구인으로 위장한 화성인일지 모른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토대로 스릴러, 코믹, 액션, SF가 범벅된 기발한 영화 문법과 물신주의에 빠진 한국 사회를 비판한 묵직한 주제의식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평단은 흥분했고 마니아팬이 양산됐다. 그리고 10년간 침묵 끝에 두 번째로 선보인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는 어린 시절 납치돼 다섯 명의 아빠에게 괴물로 길러진 아이의 성장담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 폭력성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 팀 버튼 같은 대중적 컬트영화 감독이 될 거라는 예측을 뛰어넘으며 심오함까지 갖춘 코언 형제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런 장 감독의 세 번째 영화가 1987년 6월항쟁의 역사를 담은 시대극이 될 거라 했을 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한국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역사의 무게에 짓눌린 범작이 되거나 최루성 가득한 ‘국뽕영화’가 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다. 그래서 ‘장준환이 만들면 뭔가 다를 거야’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거기 참여한 배우들 명단을 보고 기겁했다. 김윤석·설경구·하정우·유해진·박희순·이희준·강동원·여진구·김태리…. ‘고작 2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 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데리고 어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비주류적 감수성에 충실한 ‘장준환 표 영화’가 될 경우 흥행 실패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집회 도중 최루탄을 맞고 숨진 이한열 사건을 거쳐 ‘호헌 철폐’를 외친 넥타이부대에 얽힌 비화는 무수한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익숙한 사건 아닌가. 그렇게 속속들이 알려진 사건을 통해 극적 재미와 예술적 감동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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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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