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인터뷰

11년차 치매환자 보호자 정성기 씨의 토로

“이러다 내가 먼저…개인이 감당할 수 없다”

  • 입력2018-07-08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11년째 치매 老母 돌보는 67세 아들

    • 집에서 간병하다 쓰러져 응급실 실려 간 적도

    • 매일 ‘사랑의 죽’ 직접 만들어 요양원 찾아가

    • “요양보호사 서비스, 최단 8시간은 돼야”

    손수 만든 죽을 어머니에게 먹이고 있는 정성기 씨. [지호영 기자]

    손수 만든 죽을 어머니에게 먹이고 있는 정성기 씨. [지호영 기자]

    5월 중순, 늦봄 햇살 아래 선 예순일곱 정성기 씨는 푸근한 옆집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이따금 경기 부천시 송내동 아파트에서 시흥시 오이도까지 왕복 54km를 자전거로 달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파트 현관 앞에 묶어놓은 오래된 자전거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우울하다고 느낄 때마다 돌파구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지칠 때까지 자전거를 타요. 그저 무념무상에 젖어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정씨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초면의 방문객을 17평 남짓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그는 이제 막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와 늦은 점심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치과기공소 여러 곳을 돌며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일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러 다닌다.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월급은 대략 30만 원이라고 한다.

    오전엔 알바, 오후엔 치매환자 수발

    “어머니에게 들어가는 한 달 비용이 200만 원에 가까워요. 요양비, 약값, 식비, 공과금, 관리비 등등 해서요. 다른 가족들이 보태줘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지만, 어머니 식사 준비에 들어가는 식재료만도 적은 돈이 아니다 보니….” 

    정씨가 말끝을 흐렸다. 치매 노모를 돌보는 일은 비(非)치매 노모를 모시며 사는 것과 분명 달랐다. 안방 문짝에 걸어놓은 안전손잡이, 접이식 목욕의자, 박스째 들여놓은 노인용 기저귀와 환자영양식, 1인용 탁자…. 그는 “이러고 삽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정씨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이 집에서 치매 어머니 전정금(94) 씨를 돌봤다. 지난해 4월 그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게 되자, 어머니는 인천 남구의 한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어머니가 집을 떠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치매 환자 용품은 그의 집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한다. 치매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치매지원센터를 확대하는 등 치매 환자 및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정책의 주요 방향이다. 

    지난 10년간 정씨의 삶은 치매 환자 및 그 보호자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는 2016년 어머니에게 해드린 삼시 세끼 ‘밥상 일기’를 묶어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헤이북스)를 펴냈다. 책은 밥상 일기의 형식을 빌렸지만, 고통과 소진 속에서 절규하는 치매 가족의 일상이 절절하게 드러난다. 정씨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부모가 병이 날 수도 있고 내 몸이 성치 않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하나?’ 나는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들을 회피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적었다. 

    정씨는 “치매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바뀌기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한다”고 말했다. 

    “사실 아들 입장에선 어머니의 건강 상태를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지 고민됩니다. 하지만 노인 치매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실상에 대해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백성사하듯 제 얘기를 하려는 겁니다.” 

    정씨는 아내, 자녀들과 함께 지내던 서울 성북구 보문동 자택을 비워두고 지난 2008년 이곳, 부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다. 정씨의 아버지도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 그는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해 불효를 저질렀다는 응어리진 마음을 갖고 있었다. 당시 의사는 어머니가 “길어야 1년 사실 것”이라고 했다. 또다시 한(恨)을 남길 순 없다는 생각에, ‘1년쯤이면’ 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어머니 수발을 들겠다고 자청했다.

    ‘징글맘’과의 징그러운 시간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사용하던 이동식 좌변기.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어머니 물품을 치우지 않았다. [지호영 기자]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사용하던 이동식 좌변기.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어머니 물품을 치우지 않았다. [지호영 기자]

    그렇게 그가 ‘징글맘’이라고 부르는, 어머니와의 징그러운 시간이 시작됐다. 그 세월이 자그마치 10년이 넘는다. 그사이 어머니는 뇌와 신체 기능이 많이 퇴행했다. 일본어를 구사할 정도로 명석하던 어머니가 이제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숟가락 놓고 바로 돌아앉아 “배고프다”는 말을 반복한다. 짐작조차 어려운 행동을 하거나 괴성을 지를 때도 많다. 용변 처리는 잊어버리기 일쑤. 화장실이든 거실이든 어디서나 거침없이 옷을 내리고 “배 아프다”고 소리를 지른다. 아무리 아들이라도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다. 한밤중에 서너 시간씩 엽기적인 행동을 하며 괴성을 질러대는 일도 부지기수다. 

    “어머니가 깨어 있는 동안에 제가 주로 하는 일은 밥을 먹이는 것이에요. 밥 먹지 않는 시간에는 수도 없이 화장실을 드나듭니다. 어머니는 변기에 앉아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노래를 부르곤 해요. 치매 노인들은 정신이 돌아오면 단아한 자세로 어진 아버지나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지만, 정신이 흐려지면 엄청난 추태를 보여요. 극과 극을 오가는 거지요.” 

    치매를 앓는 그의 어머니는 새벽 1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덩달아 정씨도 새벽 1시에 잠에서 깬다. 밤잠 못 자는 치매 노인 보호자의 일상.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수년간 지내다 보니, 정씨 몸도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다. 

    “수면 부족은 건강에 치명적이에요.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흐릿해지고 손가락도 마비되고 복통도 심해집니다. 이러다 어머니보다 내가 먼저 쓰러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정씨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간 것은 지난해 4월. 그가 치매 노모를 모신 지 햇수로 꼭 10년이 되던 해다. 폐기종. 수술을 받기 위해 20일간 입원해야 했다. 그가 의식을 잃은 사이 정씨 동생들은 부천 아파트에서 버스로 40분 걸리는 인천 남구의 한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보냈다. 

    “인생이 둥그런 원이라면, 어머니는 한 바퀴를 빙 돌아 먹고 자고 용변을 보는 것이 전부인 아기처럼 원초적 본능만 남은 단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죠. 그 원초적 본능이 아직은 어머니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셈이니까요.” 

    요즘 어머니 상태가 어떤지 묻는 질문에 정씨가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주인이 1년 넘게 자리를 비운 안방 문을 열었다. 방 한구석에는 원목으로 만든 이동식 좌변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액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학사모를 쓴 어머니의 대학 졸업 사진이다. “이건 어머니 영정으로 사용하려고요.” 정씨가 가리킨 다른 사진 속 어머니는 곱고 단아해 보였다.

    어머니 전정금 씨의 대학 졸업 사진.

    어머니 전정금 씨의 대학 졸업 사진.

    시곗바늘이 오후 2시를 가리켰다. 정씨가 부엌 싱크대 선반에서 바가지를 꺼냈다. 오늘 저녁 어머니가 드실 ‘사랑의 죽’을 만들 시간이다. 정씨는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린 뒤 그 물에 시금치를 씻는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둔 양은냄비엔 쌀뜨물을 한 바가지 붓는다. 표고버섯과 멸치로 국물을 내어 어머니가 좋아하는 시금치된장국을 끓인다. 완성한 시금치된장국과 밥, 애호박새우젓볶음, 두부조림을 믹서에 넣어 곱게 간다. 밥을 기본으로 하되, 날마다 다른 국과 반찬을 섞어 갈아서 만드는 사랑의 죽은 요즘 어머니의 주식이다.
     
    치아가 부실한 노인들은 채소를 섭취하기 힘들다. 질긴 것을 잘 씹지도 못한다. 연하고 단 음식만 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영양 불균형으로 피부병과 비타민 결핍증이 생겨 고생하게 된다. 정씨 어머니가 딱 그러하다. 

    “노인들의 죽음은 거의 대부분 영양 부족과 폐렴 등이 원인이거든요. 어머니에게 죽을 드리는 건 차선책으로 생존을 연장하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자, 연명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에요.” 

    정씨는 큰 보온병에 죽을, 작은 보온병엔 맑은 된장국물만 덜어 담는다. 환자영양식과 우엉차도 챙긴다. 이것들을 배낭에 차곡차곡 담으니 그 무게가 7㎏. 정씨가 짊어진 십자가의 무게다. 그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평일이든 주말이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요양원으로 어머니 식사를 배달한다. 

    정씨가 지난 10년간 직접 개발한 508가지 요리 가운데는 치아가 부실한 어머니를 위해 만든 ‘고구마샐러드’가 있다. 우유에 채소 등을 갈아 넣어 영유아 이유식과 비슷하게 고안해 만든 ‘우유채소수프’도 있다. 이 레시피들은 ‘소화를 시킬 여력만 있다면 콧줄 식사(의료용 튜브를 코로 연결해 식사하는 방법) 말고 최대한 음식을 직접 섭취해야 생존에 도움이 된다’라는 정씨의 신념에 따라 만들어졌다. 

    치매는 무서운 질병이다. 신체적 이상이나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급격하게 죽음에 이르는 질병도 아니다. 치매환자는 하루 종일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됐을 경우 제정신이 돌아온 상태는 하루 중 두세 시간도 안 된다. 

    그런 환자를 옆에서 수발하는 가족은 지칠 수밖에 없다.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내과적 질환이 발병하기도 한다. 정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집에서 10년간 모셨다. 그 긴 세월 동안 그는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가족과 여행을 간 적도 없고, 제대로 외식을 해보지도 못했다. 경조사 참석은 고사하고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홀로 움직이지 못하는 섬이 돼버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룻밤이라도 푹 자봤으면…”

    정성기 씨는 매일 직접 어머니에게 먹일 죽을 만든다. [지호영 기자]

    정성기 씨는 매일 직접 어머니에게 먹일 죽을 만든다. [지호영 기자]

    특히 그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2008년부터 치매 어머니를 모시기 시작한 그는 휴직과 이직을 거듭하다가 2009년부터는 아르바이트 외 경제활동을 접고, 친구를 만나는 등의 사회활동을 끊었다. 소득이 없어도 삼시 세끼는 먹어야 하고, 관리비나 공과금을 내야 한다. 그가 느낀 가장으로서의 자괴감과 패배 의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회적 고립감과 과거에 대한 회한이 밀려올 때면 죽음을 앞둔 것 같은 두려움과 인생에 대한 허무감에 휩싸이곤 했다. 그는 “비록 내가 선택한 생활이지만, 겪을수록 느끼는 것은 치매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치매국가책임제를 거론하는 것을 보고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시설에 모시고 싶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환자 등급 판정을 받는 것이 무척 힘들거든요. 중증 치매 환자라도 MRI(자기공명영상)에 이상이 없다고 나오기도 하고요. 저희 어머니는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치매환자 등급 판정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민간 요양센터에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의사 진단을 받아 2014년에야 겨우 노인장기요양인정서를 받았어요.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환자 가족이 환자를 시설에 모실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어떻게 국가가 치매를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치매, 중풍 등으로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가정으로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로부터 신체 및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요양보호사 서비스에 대해 정씨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평일에 가정 방문하는 요양보호사의 근무시간이 3시간입니다. 이 정도로는 보호자가 마음 편히 쉴 수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어요. 그마저 평일 야간과 주말, 공휴일에는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을 수가 없고요. 정부가 치매 환자 가족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시기 전 제 소원은 단 하룻밤이라도 잠을 푹 자는 거였어요. 그보다 더 간절했던 것은 한 달에 단 하루만이라도 요양보호사가 최단 8시간 이상 도우미 활동을 해주는 것이었고요.” 

    정씨가 요양원에 도착한 건 오후 3시. 그는 곧장 배낭을 내려놓으며 어머니 식사를 준비했다.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죽을 푸드파우치에 덜어 어머니 입으로 가져간다. 100g의 죽을 정신없이 흡입한 어머니가 이어 완전영양식과 우엉차를 섭취한다. 후식은 초콜릿 세 알.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프다, 배고파!”를 외치던 어머니는 다행히 요양원 생활에 적응한 듯 보였다. 

    “요양원에선 간호사가 할 일을 간호조무사가, 간호조무사가 할 일을 요양보호사가 한다고 해요. 휴일이면 간호사는 고사하고 간호조무사조차 없는 요양원도 있다고 하고요. 일본은 요양보호사가 직접 기저귀를 차고 하루를 보내는 실습 과정을 운영한다던데….”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

    정씨와 그의 어머니가 지금까지 만난 요양보호사가 10명이다. 그는 “10명의 요양보호사는 성격도, 성품도, 하는 일도 제각각 달랐다”며 “우리나라는 요양보호사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요양보호사의 성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맞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10년 넘게 치매 환자인 부모를 직접 모셔온 그는 이러한 일을 그 누구에게도 쉽게 권하지 못한다. 환자와 보호자, 둘 다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치매 환자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이 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어머니에게 치매가 처음 찾아왔던 때로 되돌아간다면, 저도 선뜻 어머니를 손수 돌보겠다고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치매 환자를 요양원으로 보내는 시기를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그는 “대변을 혼자 가눌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판단하는 게 좋다”며 “용변을 못 가눈다면 요양원으로 모시는 게 치매 환자에게도, 가족에게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제 정씨의 어머니는 원초적인 본능만 가진 상태일 때가 더 많다. 그래도 아직 이 세상을 떠나기 싫으신지 열성적으로 음식을 찾는다. 정씨로서는 지치고 힘이 들다가도, 그 놀라운 본능적 의지에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어쩌면 스스로 십자가를 짊어졌다고, 세상 사람들이 정씨를 향해 혀를 찰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어머니가 아이 같은 웃음을 짓고 계시잖아요.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에스겔 16:6)’고 하시는 성경 말씀대로 오늘도 그 길을 걸을 수밖에요.”

    인터뷰 | 홍귀령 중앙치매센터 전문위원 
    “치매안심센터 홍보 시급”  

    [김도균 객원기자]

    [김도균 객원기자]

    현재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72만 명으로 추산된다(2017년 기준). 치매 환자와 함께 사는 가족은 약 270만 명. 보건복지부가 이들 가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가족이 75% 이상으로 파악됐다. 병간호에 지친 일부 치매 환자 가족은 자살, 친족 살인 등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치닫는다. 

    홍귀령 한양대(간호학부) 교수는 “이것이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중앙치매센터 전문위원이자 한국치매협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이 치매 등급 판정의 불합리성을 성토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요양보호사를 보내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서비스(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급 판정을 위한 50여 개 조사 문항이 주로 신체 및 인지 기능 구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치매 판정 등급 받기가 매우 어렵다.” 

    국가가 권장하는 치매 등급 판정 절차는 뭔가. 

    “누군가 치매가 의심될 때 그 보호자가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 등급 판정이다. 국민 대다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부터 찾는다. 물론 공단 조사 등의 절차를 통해서도 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치매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지역 치매지원센터를 찾기를 권한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지역에 광역치매지원센터가 있고, 그 밑에 252개 자치구 치매안심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치매 선별 검사를 받은 후, 그 결과에 따라 센터가 해당 지역 대학병원에 신청자에 대한 치매 등급 판정 검사를 의뢰한다. 중앙치매센터가 365일 운영하는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국민 대다수가 치매 등급 판정 절차를 잘 모른다. 대국민 홍보가 시급하다. 무작정 공단을 찾아가면 시간만 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폭력적 치매 환자 위한 시설 필요  

    일부 요양원에선 간호사가 할 일을 간호조무사가, 간호조무사가 할 일을 요양보호사가 도맡는다(국민건강보호법에 근거하는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운영되기 때문에 의료 전문인력 구성에서 요양병원과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노인이면 소득과 상관없이 급여를 지원받는다. 사정이 나은 노인에게까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차라리 이 비용을 전문 인력을 충당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간호사를 간호조무사로 대체하면 적정 수준의 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다.” 

    치매 환자 가족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환자의 정신행동증상(BPSD·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이다. 

    “그러한 치매 환자는 시설에 단기간 입소해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이런 시설이 없다는 사실이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선 이러한 치매 환자를 감당하지 못한다. 치매 환자를 억제대에 묶어두거나 약물로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에 대한 정서·육체 관리 또한 시급하다. 

    “전국 2007개 주·야간 보호소(www.nid.or.kr/info/facility_list.aspx)에는 치매 환자 가족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들 보호소가 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어 안타깝다. 농촌 지역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치매 환자의 가족뿐만 아니라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을 위한 정서 지원, 상담 서비스도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평가한다면. 

    “복지부가 올해 1월부터 기존 1~5등급인 치매등급체계에 인지지원등급(6등급)을 추가, 신체 기능이 양호한 치매 환자까지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 건강보험을 적용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같은 검사 비용 부담을 완화(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100만 원→ 40만 원 이하로 감소)한 것이나 식재료비와 기저귀(평균 6만~10만 원) 지원 혜택을 확대한 것도 바람직하다. 지역별 치매 서비스 제공기관, 전문인력 확보, 서비스 질 등 자원 인프라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