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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예능감? 냄비는 끓고 있지만…

스타 셰프가 본 ‘스타 셰프 전성시대’

  • 박찬일 | 요리사, 요리 칼럼니스트 chanilpark@naver.com

실력? 예능감? 냄비는 끓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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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의 시대다. 방송마다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른바 스타 셰프들이 주인공이다. 스타 셰프 양성학과마저 생겨났다. 이 현란한 요리의 시대는 얼마나 지속될까. 그 자신 스타 셰프인 박찬일 요리사가 관찰한 스타 셰프 시대의 빛과 그림자.
실력? 예능감? 냄비는 끓고 있지만…
“공중파 텔레비전 3곳 출연 및 자문 요청, 라디오 2곳 출연, 출판 의뢰 1곳, 출판할 서적 추천사 의뢰 1곳, 케이블텔레비전 출연 섭외 3곳, 종편채널 출연 섭외 1곳, 백화점 요리쇼 출연 섭외 1곳, 정부(농림수산부) 간담회 초청 1곳, 정부 산하기관 강연 섭외 1곳, 지자체 강연 섭외 1곳, 도서관 강연 섭외 1곳…”.

최근 필자가 연락받은 각종 출연 섭외의 대강이다. 이 밖에도 기록하지 않은 소소한 온갖 연락이 문자 그대로 쇄도했다. 필자는 책을 출간하거나 원고를 쓰기 때문에 원래 섭외 요청이 많은 편인데도 엄청난 변화를 실감한다.

좀 웃기는 얘기지만 한 수입 자동차 론칭쇼에서 요리를 좀 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까지 받았다. 비용을 얼마나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재료비와 수고료를 따져 대답했다. 500만 원이 넘지 않는 비용이었다. 그러자 담당자가 아주 난처한 듯 한참 뜸을 들였다. 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 깎아드리기 어렵습니다” 하고 추가로 정중히 말했다. 그랬더니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저희 예산이 1500만 원 잡혀 있는데 너무 적게 부르셔서….”

‘스타 셰프 양성학과’

최근 한 요리잡지를 뒤적이다가 놀라운 광고를 하나 발견했다. 한 요리전문학교에서 내놓은 광고였다. 나는 눈을 씻고 다시 봤다. 모집 학과에 아주 특별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스타 셰프 양성학과’였다. 스타 셰프를 양성한다니. 헛웃음이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여러 동료 후배들이 이 광고를 보고 우려 섞인 연락을 해왔다. 너무들 한다, 이게 무슨 짓이냐, 선임급 요리사들이 당장 뭔가 발언해야 한다, 아이들 다 망치겠다, 이런 의견이 나왔다.

결국 아무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입맛이 썼다. 스타 셰프를 양성하겠다는 의지가 진짜라고 해도, 그게 가능한 일인가. 훌륭한 명장 셰프가 될 수 있는 기초를 가르치겠다면 그것은 가능하다. 물론 2년의 재학 기간에 초보적인 토대를 잡아준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스타 셰프란 문자 그대로 대중의 인기를 담보하는 인기인을 말한다. 그것을 어떻게 양성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스타 셰프란 그야말로 우연히 탄생한다. 실력이 좋다고 해서 스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예능감이 있거나 우연한 기회에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경우에나 가능하다. 그런데 그걸 ‘양성’하겠다고? 이러다가 양현석과 박진영이 셰프를 키우겠다고 나설 일이다.

이 학과와는 관련 없지만 적어도 이른바 ‘스타 셰프’를 전면에 내세워 학생을 모집하는 전문학교가 늘고 있다. 지망생이 전부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다수가 그 셰프의 명성에 반해서 지원하게 될 것이다. 서울의 한 전문학교는 한동안 에드워드 권(권영민 씨)을 모델로 내세워 학생을 모집했다. 그에게 부여된 직책은 학장급이었다. 알려진 바로는 정식 커리큘럼 강의는 거의 없고, 가끔 특강하는 조건이란다.

최근에는 그 인물이 바뀌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인기 절정인 최현석 씨다.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JTBC)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 요리사다. 그도 아마 비슷한 조건일 것이다. 이 밖에 ‘마스터셰프 코리아’(올리브TV)로 알려진 강레오 씨도 모 전문학교의 학과장급 대우를 받고 광고에 참여한다.

일반 대학의 조리학과에서는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지만,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전문학교(고용노동부 소관의 2년제 직업학교)에서 주로 스타 셰프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친다. 이런 마케팅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시설과 탄탄한 강사진, 우수한 재료와 학사 일정 투자가 더 우선인 것은 학교라면 당연할 일일 테다.

필자가 알기로는, 스타 셰프란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7~8년 전의 일이다. 바로 에드워드 권이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필자는 서울 청담동 이탈리아 식당에서 셰프로 일했다. 어느 날 잡지를 보다가 인상적인 인물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중동으로 가서 속칭 별이 일곱 개인 호텔의 수석주방장이 된 입지전적인 남자의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인물이 출중했다.

기자 출신인 필자는 그의 인물 사진에서 받은 느낌으로, 곧바로 그가 스타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 대중이 좋아할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었다. 잘생겼지,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를 가졌지, 막 뜨는 고급 서양요리사지, 게다가 별이 일곱 개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호텔에 별이 일곱 개라는 건 다소 과장된 마케팅이다. 법적인 구속은 없지만, 호텔의 별은 다섯 개가 최고다. 별이 일곱 개라고 한 건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일 텐데, 업계에서는 이런 것을 자격지심의 발로로 보기도 한다. 별 다섯 개란 단순히 시설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역사와 전통, 서비스의 격조 등이 조합돼야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를 방문했는데, 다이애나비가 묵은 호텔에 나도 묵을 기회가 있었다. 그 호텔의 별은 고작(?) 4개였다. 유럽 주요 도시의 최고급 호텔은 대부분 별이 4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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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 요리사, 요리 칼럼니스트 chanil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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