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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부부, 기러기 남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주말 부부, 기러기 남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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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운 정 고운 정’은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생겨난다. 부부가 떨어져 있으면 감정보다는 이성이 작용한다. 이성은 내가 결혼생활을 통해 얻는 득실만 계산한다. 갈등의 골이 깊은 부부는 더 그렇다. 이때 어느 한쪽이 외도라도 하면 ‘계산’이 맞지 않는다. 결혼관계는 끝장난다.
주말 부부, 기러기 남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일러스트·김영민

진료를 하다보면 우울증을 앓는 ‘기러기 아빠’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혼자 한국에서 지내다 견딜 수 없어 아내에게 들어오라고 했지만 아내가 들어오지 않아 결국 이혼한 아빠도 있다. 그렇게 혼자가 된 뒤에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언어장애와 보행장애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내와 자녀는 그를 돌보지 않았다. 마음이 짠했다.

두 자녀를 유학 보내고 생활비까지 대느라 거의 ‘알거지’가 된 기업 임원도 생각난다. 기나긴 기러기 아빠 생활에 지친 그는 둘째가 대학에 들어가자 아내에게 ‘이제 돌아오라’고 했지만, 아내는 대학생이 된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자의 반, 타의 반 은퇴한 후 재산을 정리해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미국 생활에 익숙한 아내는 남편을 노골적으로 따돌렸고 자식들도 아버지를 귀찮게 여겼다. 상처받은 가장은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간 모아둔 돈은 미국에 정착하느라 다 써버렸다. 남은 거라곤 혼자 말년을 보낼 자그마한 오피스텔 하나가 전부였지만 아내는 생활비를 계속 보내라고 다그쳤다. 그는 죽을 궁리를 하다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부부가 결혼하는 이유는 함께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살다보면 직장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거나, 둘이 있으면 늘 부딪치기 때문에 일부러 떨어져 살기도 한다. 사이 좋던 부부가 떨어져 살면서 관계가 서먹서먹해지기도 하고, 만날 싸우던 부부가 주말 부부가 되면서 관계가 좋아지기도 한다. 아내가 조기 유학 간 아이를 따라가면서 남편이 기러기 아빠가 되는 사례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구나

가장 흔한 것은 직장 문제 때문에 떨어져 사는 경우다. 주말 부부가 되면 처음에는 애틋할지 몰라도 점점 힘들어진다. 우선 육체적으로 힘들다. 주말마다 차를 몰고 오건, 버스를 타건, KTX를 타건 주말 부부는 둘 중 한쪽이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자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런 배우자를 보고 상대 배우자는 자신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시댁이나 처갓집에 간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둘이서 있을 시간이 없다.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갈등이 심해진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못 가던 모임에 가도 갈등이 불거진다.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일순위여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남는 시간이 있으면 시댁, 처갓집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경우라면 일단 함께 사는 게 ‘정답’에 가깝다.

자녀가 있다면 갈등은 더욱 심하다. 맞벌이 부부라면 아내는 평일에 계속 일하고 아이까지 돌보느라 힘들다. 주말에 남편이 오면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남편 생각은 반대다. 주중에 낯선 타지에서 일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주말에라도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 갈등이 안 커질 수 없다.

아내가 주말마다 집으로 오는 경우는 더 힘들다. 남편이 알아서 집안일을 해놓았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빨래나 집안 청소에 여자처럼 신경 쓰는 남자는 드물다. 밀린 집안일을 하다보면 아내는 진짜 힘들다. 남자가 그 나름대로 집안일을 해놨는데도 구석구석 먼지를 찾아내서 걸레질을 다시 하거나, 남자가 해놓은 빨래가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삶아 빠는 여자도 있다. 남자는 짜증이 난다. 여자가 괜히 트집을 잡는 것 같다. 도와줄 마음이 사라진다.

아내가 지방 근무 발령을 받고 남편이 아내의 지방행을 극구 말리는 경우에도 갈등이 생긴다. “아이나 키우면 되지, 직장에 그렇게까지 충성할 필요가 있냐”고 하는 남편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남자는 순환보직 때문에 지방근무를 신청해야 하는데 아내가 “나 혼자 일하면서 애까지 보라는 거냐”면서 말린다.

남편이 보기에 아내의 일이, 아내가 보기에 남편의 일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상대방이 나의 일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 즉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 먼저 그 일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한쪽이 희생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희생할 차례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 때문에…’는 핑계?

허구한 날 다투다보니 차라리 떨어져 지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 가정이 화목했다면 지방근무를 거부했겠지만, 집에만 가면 다투고 짜증이 나다보니 흔쾌히 받아들인다. 같이 살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너무나 숨 막히게 하는 경우, 간섭이 심한 경우라면 떨어져 사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부간 갈등의 골이 깊은 경우, 떨어져 지내는 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더 멀게 만들기도 한다. 함께 사는 동안에는 싸울 때는 싸워도 한 식탁에서 밥 먹고, 한 이불 덮고 자면서 섹스를 한다. 부부가 서로 미워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참는다. 머릿속으로야 수도 없이 이혼을 생각하지만 그때그때 감정이 풀리기도 하고 이혼을 망설이기도 한다.

그런데 떨어져 있게 되면 감정은 작용하지 않고 이성만 작동한다. 감정이라는 것은 한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미운 정, 고운 정’이라는 거다. 감정은 서로를 묶어주는 힘이 된다. 떨어져 있으면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다. 이성은 내가 결혼생활을 통해서 얻는 득실만 계산한다. 그러다가 어느 한쪽이 외도라도 하면 ‘계산’이 맞지 않는다. 결혼관계는 끝장난다.

남자가 직장에서 지방 발령을 받았는데, 자식 교육을 이유로 남자 혼자만 가는 경우가 있다. 여자는 남편의 외로움과 자식 교육 중에서 자식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지방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사실 자식이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좋은 대학에 간다는 보장은 없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게 아니라면 가족은 함께 사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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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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