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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텍사스 ‘시골’의 작은 ‘루브르’들

킴벨 · 포트워스 · 아몬카터 미술관

  • 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텍사스 ‘시골’의 작은 ‘루브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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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댈러스는 알아도 포트워스는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 그러나 텍사스의 오지라 할 작은 도시에 미술관 순례자라면 꼭 가봐야 할 작은 보석 같은 미술관이 세 곳이나 있다.
  • 특히 킴벨 미술관과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미술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텍사스 ‘시골’의 작은 ‘루브르’들

킴벨 미술관(위)과 아몬카터 미술관.

텍사스 동북쪽에는 댈러스(Dallas)라는 유명한 도시가 있고, 그 서쪽 가까운 곳에 포트워스(Fort Worth)라는 낯선 이름의 작은 도시가 있다. 댈러스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한 곳이고,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이기도 해서 그 이름이 익숙하다. 하지만 ‘포트워스’는 생소하다. 텍사스에서도 외진 곳에 속하고, 한국과도 별 인연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도시에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작은 미술관이 하나 있다. 킴벨 미술관(Kimbell Art Museum)이다.

문화도시 포트워스

킴벨 미술관은 케이 킴벨(Kay Kimbell)이라는 부호와 그의 아내 벨마 킴벨(Velma Kimbell)이 모든 것을 바쳐 만든 미술관이다. 소장품은 350여 점에 불과하지만, 주옥같은 유럽 명품으로만 구성됐다. 또한 미술관 건물부터가 미국에서 최고 건물로 인정받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가히 ‘작은 루브르’라 할 만하다. 미술관의 태동은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972년 지금의 미술관 건물이 지어지면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포트워스 인구는 75만 명 정도(2010년 기준)로 텍사스에서 5번째로 큰 도시다. ‘요새(fort)’로 시작하는 이름에서 보듯 도시는 1849년 군사 요새로 출발했다. 1846년 발발한 미국-멕시코 전쟁 때 군사적 요충지였는데, 당시 이 지역에서 활약한 미국 장군 윌리엄 워스(William Jenkins Worth)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지었다. 군사도시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문화도시를 지향한다. 문화시설이 꽤 많다. 미술관은 이 도시의 아이콘이다.

포트워스는 텍사스에서 미술관이 가장 먼저 설립된 곳으로. 문화적 자부심이 매우 강한 도시다. 킴벨 미술관 말고도 아름다운 미술관이 두 곳 더 있는데, 포트워스 현대미술관(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과 아몬카터 미술관(Amon Carter Museum of American Art)이 그것이다.

킴벨 미술관은 정통 유럽 미술품을,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대 작품을, 아몬 카터 미술관은 미국 작가 작품을 소장한다. 뉴욕 시에 비교한다면 킴벨 미술관은 프릭 컬렉션,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아몬카터 미술관은 휘트니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세 미술관은 서로를 보완하며 종합 미술관 구실을 한다. 포트워스가 문화도시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보다 질’ 350여 점만 소장

텍사스 ‘시골’의 작은 ‘루브르’들

미켈란젤로, The Torment of Saint Anthony, 1487~88(위), 카라바조, The Cardsharps, 1595

세 미술관은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한꺼번에 관람하는 데 불편한 점이 없다. 나는 단지 이들 미술관을 둘러볼 목적으로 2011년 10월 포트워스를 방문했다. 이 도시는 일부러 가지 않으면 좀체 방문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곳이다. 텍사스의 한쪽 끝에 있는, 미국에서도 오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술관 순례자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도시다.

미술관 설립자 케이 킴벨(Kay Kimbell·1886~1964)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방앗간에 취직할 정도로 빈한한 가정 출신이었으나 사업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그는 제분, 음식료품, 석유, 유통, 보험 등에 걸쳐 70개가 넘는 회사를 일궈 텍사스 재벌로 부상했다. 1931년 아내 벨마는 남편을 포트워스에서 열린 한 그림 전시회에 데리고 갔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 킴벨은 그림에 빠졌다. 당장 그 자리에서 영국 그림을 한 점 샀다고 한다.

킴벨은 그림을 사 모으기 시작하면서 1935년 미술관을 위한 재단(Kimbell Art Foundation)을 만들었다. 그리고 30년 뒤인 1964년, 그동안 모은 명품들과 기타 재산을 재단에 넘기면서 “최고의 걸작이 될 미술관 건물을 지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내도 자신 몫의 재산을 재단에 기부했다. 킴벨재단은 미 서부 지역 최고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 관장을 지낸 리처드 브라운을 초대 관장으로 초빙해 새 미술관 신축 임무를 맡겼다. 브라운은 미술관에 전시할 렘브란트, 반 다이크 등의 작품과 잘 어울릴 보석 같은 건물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수많은 건축가를 심사한 후 루이스 칸이라는 대가에게 미술관 신축을 맡겼다. 건물은 1969년 공사가 들어가 1972년 완성됐고, 기대하던 대로 걸작이 탄생했다. 미술관 건물은 그 안에 전시될 작품의 품격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받았다. 이후 소장품이 늘어나자 건물을 더 짓기로 계획했는데, 기존 건물에 흠이 될까봐 새 건물은 길 건너에 따로 지었다. 새 건물도 또 다른 고품격을 자랑하면서 2013년 개관했다.

킴벨 미술관은 최고의 품격을 지향한다. 초대 관장 브라운은 ‘양보다 질이고, 작품 수를 늘리기 위해 소장품의 품격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그래서 미술관은 지금도 여전히 명품만을 고르고 골라 350여 점만 소장한다. 이와 더불어 미술사 전문가들을 위해 5만9000여 권의 장서를 갖춘 도서관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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