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美 의료진 ‘침술 군무(群舞)’ 우리 한의학 쾌거

한방 치료법, 미국에서 학점 인정

  • 서효석 | 편강한의원 대표원장 www.wwdoctor.com

    입력2015-12-22 1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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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東醫) 허준, 400년의 진화.’ 지난 12월 6일까지 한 달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기획전의 제목이다. △동서의학, 그 만남과 헤어짐의 여정 △동의보감과 허준 △동의와 현대 과학 △동의의 미래 △보완과 상생의 동서의학 △한의 vs 양의 등 6개 주제로 구성됐는데, 한방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는 필자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행사였다.
    행사 기획자인 남경욱 연구사는 “16, 17세기 이후 해부학적 관점을 도입한 서양의학은 수백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건강과 장수를 위협하는 많은 질병은 여전히 정복되지 못한 채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전통 한의학의 세계관과 지혜를 통해 치유의 활로를 찾아나가기 위한 연구와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은 1596년에 허준 선생이 선조의 명을 받고 저술하기 시작해 14년 만인 1613년에 25책으로 완성, 발간했으니 무려 400여 년 전의 일이다. 동의보감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유엔과 세계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동의보감으로 한의학 공부를 한 필자로서는 당연히 이런 기획전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한의계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거시적으로 볼 때 양방에 비해 한방은 아직도 상당한 열세이며, 미시적으로는 천하의 수재들이 한의대로 몰리던 시대도 옛일이 돼가고 있다.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사들도 현장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기획전에 ‘보완과 상생의 동서의학’이라는 주제가 있었지만, 아직도 한방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양방의 반대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양방과 한방의 상생은 요원해 보인다. 한방 자체에도 반성할 점이 많다. 진화를 거듭해야 할 한의학이 정체에 머물러 있다. 오행(五行)과 오장(五臟)의 관계 하나만 가지고도 일자일구(一字一句)를 더하지도 빼지도 못하고 있는 게 한의학의 현실인데, ‘폐(肺)가 오장의 으뜸 장부(臟腑)’라는 사실을 새로이 깨닫고 이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애쓰고 있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韓醫, 고질병 치유하는 활로

    美 의료진 ‘침술 군무(群舞)’ 우리 한의학 쾌거

    2015년 11월 8일 신준식 자생당한방병원 이사장이 미국 의료진 200명에게 ‘동작침법’ 교육을 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공식 블로그

    그러나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는 말처럼, 이런 기획전과 더불어 가뭄에 단비 같은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와 용기 백배 힘을 얻는다. 자생당한방병원 이사장 신준식 박사의 ‘추나 요법과 동작 침법’이 전미의학협회(AOA)에서 정식 학점 과목으로 인정됐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한의학 과목의 학점 인정은 미국 최초의 일이다.
    신 박사는 지난 11월 8일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즈에서 미국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한방 침 치료법 교육을 실시했는데, 참석자 전원이 침법을 따라 하는 광경은 미국 의료진의 ‘침술 군무(群舞)’를 보는 듯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정식 학점 인정과목 채택은 서양의학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에서 기존 의학으로 풀어낼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 중심의 미국 진통제 시장에서 진통주사제보다 한방 침 치료법이 5배 이상의 통증 경감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가 해외 유수의 저널에 소개되면서 미국 의료진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는 이미 상당수 한의원이 개원해 있고 한의대도 많이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양의가 공인하지 않는 ‘한의만의 리그’이거나 한의가 아닌 ‘중의(中醫) 위주의 리그’였는데, 이번에 최초로 신 박사의 한의술이 양의들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는 비단 한의계뿐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축하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상욱 연구사의 말 그대로 ‘우리 한의학의 세계관과 지혜를 통해 인류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활로를 찾아가는’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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