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교육 한류 ‘뇌교육’ 엘살바도르 공교육을 바꾸다

  • 송홍근 기자

    carror@donga.com

    입력2018-12-12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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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이 뇌교육 정립

    • 이 총장, 교육 한류로 ‘호세 시메온 까냐스’ 수상

    • 8년 만에 1개→1800개 학교 확산

    • 성적 최하위 학교가 수학 분야 1위로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의 호아킨 로데스노 학교 학생들이 뇌교육 수업과 명상을 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의 호아킨 로데스노 학교 학생들이 뇌교육 수업과 명상을 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고 살인 발생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2017년 1월 12일 엘살바도르는 ‘살인 없는 날’로 떠들썩했다. 하루 전인 1월 11일 살인 사건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아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이전의 날은 2015년 1월 22일이다.

    엘살바도르는 중남미에 위치한 인구 640만 명의 나라다. 내전에 시달린 후 실업과 빈곤이 만연하며 마약·폭력 범죄가 빈발한다. 교육 여건도 나쁘다. 학업 성취도가 낮을뿐더러 출석률도 엉망이다. 2017년 상반기에만 1만2000명이 학업을 포기했다. 갱단에 속한 학생 탓에 교사마저 두려움을 느낀다.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우범 지대에 위치한 호아킨 로데스노는 범죄 소굴 같은 학교였다. 갱단이 학교를 마약과 무기 은신처로 사용했으며 폭력 범죄가 빈번했다. 교사가 갱단에 살해된 적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정문에서부터 철창이 설치돼 있다. 무장 경찰이 실탄을 넣은 총을 갖고 근무를 선다. 경찰들은 학생들이 등하교할 때마다 검문한다. 각 층에 경관 서너 명이 배치돼 학생을 감시한다.


    악명 높은 학교로 간 명상·뇌체조

    글라디스 포르틸로 시궨자는 엘살바도르 교육부 커리큘럼 개발자다. 한국에서 건너온 뇌교육(Brain Education)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자 호아킨 로데스노를 찾은 시궨자는 학교에서 일어난 변화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무법지대 같던 학교가 뇌교육을 통해 변화한 것이다.



    놀라운 변화 중 첫 번째는 학업 성적 향상이다. 교사, 학생 관계가 개선됐으며 마약 복용과 폭력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코카인 중독으로 집에서 쫓겨 난 한 학생은 마약을 얻고자 학교에 다녔으나 뇌교육에 참여한 후 중독에서 벗어났다.

    호아킨 로데스노에 다니는 학생은 대부분 저소득층 자녀다. 학생 중 절반 이상이 갱단에 연관돼 있다.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지 못했다. 신체·언어 학대가 난무하던 교실은 뇌교육 프로젝트 도입 후 평화롭게 바뀌었다.

    시궨자는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학생들의 자기 통제와 대인 관계에서 나타난 긍정적 변화”라고 보고했다.

    엘살바도르 교육부에 따르면 뇌교육을 받은 학생과 교사는 건강이 증진됐으며 자존감이 향상됐다. 뇌교육을 통해 스트레스 이완 방법을 익힌 게 집중력·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학업을 가능케 했다. 신체·정신 건강뿐 아니라 학교 및 지역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교육부 결론이다.

    호아킨 로데스노 학교 교장 글로리아 뮐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학교는 갱과 범죄로 방송에 나올 만큼 악명이 높았다. 갱단이 전임 교장을 살해했다. 나도 부임하자마자 갱단에 의해 감금당했다. 학생을 지키는 일에 목숨을 바치겠다고 마음먹었다. 학생들의 안전은 어느 정도 확보했으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치는 게 어려웠다. 그때 마침 우리 학교에 뇌교육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뇌를 쓰는 방법을 익히면서 학생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뇌교육 덕분에 완전히 바뀌었다.”


    “삶과 정신에 변화 생겨”

    9월 12일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오른쪽)이 엘살바도르 정부 최고상을 수상한 후 산체스 세렌 대통령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9월 12일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오른쪽)이 엘살바도르 정부 최고상을 수상한 후 산체스 세렌 대통령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뇌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과 교사에게 나타난 신체 변화는 △비만 비율 감소 △중성지방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복부 둘레 감소 등이다. 정신적 변화로는 △학교 분위기 개선 △스트레스 감소 △젠더 관계 개선 △감정 피로 감소 △탈(脫)개인화 장애 감소 △성취감 증대 등이 나타났다. 교사와 학생이 속한 학교 및 지역 차원의 변화는 △폭력지수 감소 △부모-학생 간 갈등 해결 △높아진 성평등 인식 등이다.

    카를로스 마유리쿄 린아러스 엘살바도르 교육부 장관의 평가다.

    “뇌 발달 및 창의력 개발을 통해 삶의 통제권을 갖도록 도와주는 뇌교육 프로그램의 8년 활동을 기쁘게 생각한다. 국적, 나이, 성별, 민족,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신체와 뇌에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으며 모두가 인류와 지구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생각한다. 2011년 폭력이 난무하는 지역 중 한 곳에 위치한 작은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뇌교육을 통해 학생과 교사의 정신과 삶에 변화가 생겼다. 교육부와 엘살바도르 교사 복지회(ISBM)가 체결한 합의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엘살바도르 전체 학교의 25%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도움을 줬다. 뇌교육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열매를 맺어 이 나라의 미래를 변화시키길 바란다.”

    한국발(發) 뇌교육이 엘살바도르에서 주목받고 있다. 뇌교육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이 정립한 뇌 활용 교육 방식으로 뇌의 잠재성을 계발해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다. 뇌를 생물학적 대상이 아닌 교육적 대상으로 살피는 패러다임이다. 한민족 고유 정신문화적 자산과 21세기 뇌과학을 접목했다.

    이 총장은 9월 12일 엘살바도르 정부 최고상인 호세 시메온 까냐스(Jose′ Simeo′n Can⌒as)상을 수상했다. 엘살바도르 교육을 바꾸고 평화의 문화를 조성한 공로다. 뇌교육 효과와 가치를 체험한 엘살바도르 교사 500여 명이 정부에 포상을 추천했다

    이 총장은 카를로스 알프레도 카스타네다 엘살바도르 외교부 장관에게 상을 받은 후 산체스 세렌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면담했다. 세렌 대통령은 “교사와 학생이 한국 뇌교육을 체험하면서 심신 건강이 좋아졌으며 학교에 평화의 문화가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호세 시메온 까냐스는 사회·교육·과학·문화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엘살바드로인과 외국인에게 수여된다. 인간의 존엄성을 고양하고 보호한 행위에 국가적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시상이다.


    방탄소년단 6명 글로벌사이버대 학생

    이 총장은 글로벌사이버대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석·박사 과정) 설립자다. 글로벌사이버대는 4년제 뇌교육 특성화 대학으로 방탄소년단(BTS) 멤버 7명 중 6명이 이 대학 학생이다. BTS가 K-POP으로 한류를 통해 세계를 몸 달게 했다면 이 총장은 뇌교육으로 교육 한류 열풍을 일으킨 셈이다. 이 총장은 “엘살바도르는 뇌교육을 통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변화시켰다”면서 “뇌교육을 가르치는 2000명 넘는 교사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총장은 최근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를 출간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이야기다.

    유엔 주재 엘살바도르 대사가 2011년 유엔본부에서 열린 뇌교육 콘퍼런스에 참석해 사례와 성과 발표를 들은 후 뇌교육 원조를 요청한 게 교육 한류가 엘살바도르에 상륙한 계기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기관인 아이브레아 파운데이션(IBREA Foundation)이 시범학교 1곳을 선정해 뇌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후 글로벌사이버대가 4개 학교에 교육 원조로서 뇌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했다. 엘살바도르 교육부는 교장 180명과 교사를 대상으로 뇌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011년 시범학교 1곳에서 시작한 뇌교육은 2017년 말 엘살바도르 공립학교 25%에 해당하는 1341개 학교로 퍼져나갔다. 현재 1800개 학교를 대상으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2011년 뇌교육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도입한 시범학교는 산살바도르 교외에 위치한 디스트리토 이탈리아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엘살바도르에서도 가난한 정도가 심한 곳으로 갱단 두 곳이 다툼을 벌이는 지역이다. 학생들 가정환경뿐 아니라 교육환경도 최악이었다. 갱단에 가입해 마약을 거래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며 학생 대부분이 수업에 무관심했다.

    뇌교육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냉방 시설이 없는 무더운 교실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뇌교육 프로그램인 뇌체조와 명상을 했다. 말썽을 피우던 학생들이 경찰과 교통안전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뇌교육은 매주 1회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진행됐다. 뇌교육을 시작한 지 3개월 후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명상을 통해 내면에 관심을 가진 덕분일까. 학생들이 꿈, 희망 같은 낱말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학업 성취도도 향상됐다. 디스트리토 이탈리아는 전국 학교 평가에서 최하위였는데 뇌교육 프로그램 도입 후 수학 분야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러한 성적 향상이 엘살바도르 교육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시범학교에서 4곳으로, 4곳에서 341개 곳으로, 다시 1341개 곳으로 뇌교육이 퍼져나간 까닭이다.


    “눈을 감고, 캔버스를 상상해보라”

    9월 12일 이승헌 총장이 엘살바도르 정부 최고상 수상 기념으로 엘살바도르 학교 교장단을 대상으로 뇌교육 강연을 했다.

    9월 12일 이승헌 총장이 엘살바도르 정부 최고상 수상 기념으로 엘살바도르 학교 교장단을 대상으로 뇌교육 강연을 했다.

    뇌교육 수업을 받은 라우라 칼데론 토레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12년 뇌교육을 처음 접하기 전까지 나는 매우 반항적이고, 변덕스러우며 열망과 동기가 부족했다. 어머니께서 상담 센터와 심리학자에게 나를 데려가는 등 도와주려 애썼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임신 사실을 안 후 어머니에게 말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낙태를 권했다. 낙태가 인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 같아 아이를 낳았다. 삶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 뇌교육을 접했다. 커플 및 그룹으로 뇌체조와 명상을 하면서 관용을 익혔고, 마음을 열었으며,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됐다. 뇌교육 실습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명상이다. 그들은 ‘눈을 감고, 캔버스를 상상해보라, 그 안에 원하는 그 무엇이든지 넣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많은 연습을 한 후 캔버스에 나를 투사할 수 있었다. 나와 내 가족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부를 계속할 것을 결정했다.”

    뇌교육은 미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뇌교육 성과와 효과를 인정해 뉴욕, 워싱턴 등 26개 도시에서 뇌교육의 날을 지정했다. 일본에서도 뇌를 활용하는 브레인트레이닝을 비롯한 뇌교육이 보급되고 있으며 치매 예방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뇌교육은 한민족 전통인 홍익인간의 평화철학과 인간의 두뇌 발달 원리, 체험적 교육방법론을 융합해 짜여졌다. 2009년 교육부 인가 국가 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 제도가 만들어졌으며 뇌교육 중점 연구기관인 한국뇌과학연구원은 2007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 기관으로 승인받았다.

    BOS(Brain Operating System·뇌 운영 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뇌교육은 연령·계층·영역별 360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두뇌 건강, 자기 계발, 학교 교육, 노인 건강 등으로 활용 분야가 나뉜다. BOS는 1단계 뇌 감각 깨우기(Brain Sensitizing), 2단계 뇌 유연화하기(Brain Versatilizing), 3단계 뇌 정화하기(Brain Refreshing), 4단계 뇌 통합하기(Brain Integrating), 5단계 뇌 주인 되기(Brain Mastering)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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