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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의 미술과 마음 이야기

양산을 든 여인 카미유의 임종

클로드 모네

  • 박상희 |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양산을 든 여인 카미유의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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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장면, 영원의 풍경

‘양산을 든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요즈음 현실에 대한 제 생각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은 현상의 하나는 ‘나 홀로 삶’입니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혼자 지내는 것은 이제 평범한 풍경이 됐습니다. 살다 보면 이따금 친구가 성가시고, 경우에 따라선 가족마저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불어 지내는 것보다는 혼자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게 더 편안하기도 합니다.

나 홀로 살아가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공동체의 지나친 구속은 개인의 자립심을 키우지 못하고 의존적인 성격을 강화하기 때문에 나 홀로 일상을 보내는 게 긍정적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떠나는 긴 여행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공동체의 유대 못지않게 튼튼한 개인의 자율성을 지켜나가는 게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개인화하는 과정이 아쉽습니다. 그 까닭은 ‘나 홀로’라는 말의 이중적 의미에 있습니다. 이 단어를 보며 독립심보다 외로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저만이 아니겠지요.  

‘양산을 든 여인’을 보면 가족이 주는 행복에 공감하게 됩니다. 아내는 녹색 양산을 든 채, 아이는 다소 긴장한 듯한 자세로 이 편에서 캔버스를 펴고 그림에 몰두하는 남편이자 아버지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모네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 순간의 장면이지만 영원의 풍경으로 잡아두기 위해 빠르게 붓질하며 행복감에 젖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인생일까요. 상담학을 공부해온 저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진행된 연구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연구는 75년간 724명의 인생을 추적한 성인발달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가족·친구·공동체와의 사회적 연결이 긴밀하면 긴밀할수록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데 있습니다.

모네의 사랑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네는 두 번 결혼했습니다. 첫 번째 아내 카미유가 살아 있을 때 모네는 유부녀인 알리스 오슈데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렇다고 카미유를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슈데는 병든 카미유를 돌봤고, 카미유가 죽고 난 다음 모네와 결혼했습니다. 모네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습니다. 우리 문화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네가 서른두 살의 젊은 나이에 죽은 카미유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켜주려 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양산을 든 여인 카미유의 임종

‘카미유의 임종’

‘카미유의 임종’(Camille on her Deathbed, 1879)은 카미유의 죽음을 그린 작품입니다. 아침 햇빛이 방 안을 비출 때의 순간입니다. 막 세상을 떠난 카미유의 가슴에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카미유는 눈을 감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약간 돌린 채 깊은 잠에 빠진 듯한 모습입니다. 화폭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거친 붓질은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탄식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카미유를 작품에 담으면서 모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이 작품에서조차 모네는 빛의 효과를 캔버스에 담으려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슬픈 이별 과정에서도 모네는 직업으로서 화가의 자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작품 전체를 감싸는 분위기는 깊은 슬픔 그 자체입니다. 꺼질 수밖에 없는 불꽃을 안간힘을 다해 되살리고 싶은 모네의 마음이 보입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모네가 끝까지 자신의 곁을 지킬 것을 아는 카미유 역시 안심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카미유는 두려운 죽음과 만나고 있지만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저물어가는 가족의 시대

앞서 말한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 프로젝트의 결론은 가까운 이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몸뿐만 아니라 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함께 있다는 것이 힘들 때도 많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웃고 울며 지지고 볶으며 다투고 화해해가는 과정이 소중한 것 아닐까요. 사랑하는 이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존재는 가족이겠지요. ‘양산을 든 여인’과 ‘카미유의 임종’은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묻게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에서 나 홀로 삶이 더욱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가족의 중요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가족보다는 다소 외로운 나 홀로 삶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현실에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집니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보아 저도 제법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양산을 든 여인 카미유의 임종
박 상 희
● 1973년 서울 출생
●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문학박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방문학자
● 現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JTBC ‘사건반장’ 고정 패널
● 저서 : ‘자기대상 경험을 통한 역기능적 하나님 표상의 변화에 대한 연구’ 등






신동아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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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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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든 여인 카미유의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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