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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꿈을 결코포기하지 말아요

  • 정여울|문학평론가 suburbs@daum.net

여성들이여, 꿈을 결코포기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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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그들이 겪는 시련의 뿌리는 전쟁으로 인한 아버지의 부재다. 이 집의 실질적 가장은 씩씩하고 강인한 어머니다. 어머니는 가난 속에서도 아이들이 절대로 기죽지 않도록 늘 용기를 심어주고, 딸들이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그리하여 ‘가난’ 하면 흔히 떠오르는 침울한 분위기는 이 소설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들은 가난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낸다. 어머니와 딸들이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는 장면은 읽는 이에게 ‘왜 나는 그때 이런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하는 뼈아픈 후회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조 마치의 집안은 항상 크고 작은 사건으로 떠들썩하지만, 그때마다 조의 재치와 용기, 메그의 침착함과 인내심이 빛을 발한다. 베스는 자신도 몸이 약하면서 더 가난하고 더 아픈 다른 사람들을 돕다가 본인까지 병에 걸리기도 하고, 에이미는 그림에 대한 재능을 살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꿈을 이뤄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둘째 딸 조가 가족을 향해 던지는 말들은 너무도 따스하면서도 용감무쌍하다. 메그가 숨길 수 없는 가난 때문에 서글픈 기색을 보이자 조는 이렇게 말한다. “불쌍한 언니! 내가 한몫 잡을 때까지만 기다려. 그때가 되면 마차를 타든 크림을 먹든 언니 마음대로 흥청거려도 되고,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빨간 머리 남자들과 고고하게 춤을 춰도 되니까.” 때로는 든든한 아버지 같고, 때로는 다정한 남편 같은 조. 아니 조는 세상의 그 어느 남편과 아버지와도 비교할 수가 없다. 조는 단지 조 그 자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고 사랑스러우며 믿음직하니까. 조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여성적 역할을 거부하고 인간으로서 남성들과 똑같이 세상 밖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원한다. 조는 마침내 작가가 되고, 글쓰기의 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천천히 이뤄나간다.

그들은 가난 속에서도 한 번도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정신적 지주가 돼주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더없이 사랑한다. 또한 그들은 가난하다고 해서 모든 아름다운 것들, 행복한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따스한 정성과 놀라운 솜씨로 직접 만들고 꾸미고 가꿈으로써 가정을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어간다. 작가는 ‘남이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돈을 주고 사는 것’보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직접 손으로 만드는 세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돈을 통한 소비가 아니라 정성과 솜씨를 다하는 창조의 세계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일들을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다. 가정적인 일은 사랑이 담긴 손길을 거쳐야 더욱 아름다워지는 법이다.”





“우리들만의 불빛을 만들어갔다”

로리가 메그의 결혼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음 차례는 조’라고 말하자 조는 질색한다. “나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자가 아니야. 나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어느 집안에나 노처녀가 한 명씩은 꼭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 “넌 누구에게도 기회를 주지 않잖아.” 로리는 얼굴이 발그스름해져서 조에게 간접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조는 여전히 눈치가 없다. 이런 ‘선머슴 같은’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내게 ‘작은 아씨들’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내가 꿈꾸는 세상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원하는 세계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는 여성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따스하게 그려져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착하기만 한 큰 딸 메그가 좀 더 늦게 결혼했더라면, 그녀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 어린 소녀인데도 자신보다 더 어렵고 아픈 사람을 돕다가 병에 걸린 베스가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하지만 그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소중한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거듭날 것 같다.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조는 이렇게 고백한다. “전쟁으로 등잔 기름이 귀한 시기였지만, 그 어두운 시절에 우리 마치 가족은 우리들만의 불빛을 만들어갔다.” 조의 끊임없는 글쓰기, 고독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용감한 글쓰기가 바로 ‘자기 안의 빛’을 찾는 과정이었으며,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우리들만의 불빛’을 만들어나가는 힘이 돼주었다.




신동아 201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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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문학평론가 suburb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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