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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

“인터넷 모르면 개인도 국가도 망한다”

  • 안기석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인터넷 모르면 개인도 국가도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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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에 출마하리라는 언론의 예상과는 달리 유임된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은 벤처기업가 키우는 일에 신명을 바치고 싶어한다. ‘사이버코리아21’이란 기치를 내걸고 정보화시대를 개척하는 남궁 장관이 말하는 한국 정보통신 산업의 미래와 한국형 실리콘밸리 건설 구상.》
대부분의 언론이 1월13일 개각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16대 총선 출마 확정적’이라며 교체를 예상했던 남궁석(南宮晳) 정보통신부 장관이 유임됐다. 정보통신부 직원들과 정보통신업계 내에서도 남궁 장관의 출마 여부와는 관계없이 정보통신부 장관이 바뀔 것을 전제로 후임 장관이 누구일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청와대와 새천년민주당측에서는 언론을 통해 남궁 장관을 비롯한 몇몇 장관들의 출마를 부추겼지만, 남궁 장관은 미동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측의 설명에 따르면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과 이상용(李相龍) 노동부장관의 경우 “정부에 남아 전공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겠다”며 출마 고사 의지를 접지 않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은 “대통령이 직접 말씀한 것도 아닌데 장관 입장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유임이 결정된 다음날인 14일 오후 남궁석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 유임되리라고 예상했습니까?

“전혀 몰랐어요. 이번에 그만둔 장관들도 개각 발표 10분 전에 알려줬다고 하지 않습니까.”

― 연초에 대통령에게 계속 일하고 싶다든지,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았습니까?

“장관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어떻게 그런 의사를 표시합니까? 침착하게 있었습니다.”

― 대통령이 남궁 장관을 유임시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이버코리아21 등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일을 끝까지 잘 완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초고속통신망 건설을 앞당기고 국민의 정보화교육도 철저히 시키고 소외계층도 무료나 저렴한 가격으로 정보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신년사에서 밝히셨는데, 저를 유임시킨 것은 이를 더욱 강화하라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추진해오던 정책의 속도는 더욱 빨리, 범위는 더욱 넓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 박태준 총리와는 인연이 있습니까?

“큰 인연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정보화에 관심이 많으니까 정통부가 추진하는 일을 잘 이해하고 밀어주시리라 믿습니다.”

대통령의지 속도 덧붙여 정책 추진

남궁 장관은 전화 인터뷰 끝머리에서 앞으로 정보통신부의 정책은 ‘사이버의 속도’에 ‘대통령 의지의 속도’까지 덧붙여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궁 장관은 자신의 유임을 대통령의 격려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김대중 정부가 업계의 미묘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자리인 정보통신부 장관에 기업체 인사를 발탁한 것은 파격이었고 모험이었다. 이런 자리는 기업체의 이해와는 거리를 둔 관료를 발탁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첫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된 배순훈씨도 대우전자 사장 출신이었는데 관료들과의 마찰로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관료들의 텃세에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남궁 장관은 달랐다. 삼성SDS 사장으로 있던 98년 12월 김중권 당시 비서실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다음날 정보통신부 장관이 된 그는 ‘사이버코리아21’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사이버코리아21이란 정보화시대에 한국이 21세기의 지식강국이 되려면 전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화 교육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인터넷PC’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 보급하고 초고속통신망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 이 일을 하는 데 드는 예산은 민관 합쳐서 2000년까지 28조원 정도. 연관 효과는 120조원이며 70만~80만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에 이해가 엇갈리는 업계에서는 이런저런 비난도 하고 초고속통신망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고 비판도 했지만, 남궁 장관은 사이버코리아21을 계속 밀고 나갔다. 이 정책은 마치 산업화 시대에 고속도로를 만들고 자동차의 대량 보급으로 마이카(my car) 시대를 연 것과 비슷하다. 정보화시대에는 초고속통신망이 바로 정보에 이르는 고속도로이고 PC가 사이버공간에서는 자동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천년 단위의 역사관

정보화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일선에서 진두 지휘를 하는 남궁석 장관은 어떤 인물이며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의 비전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1월8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보통신부 장관실을 방문했다. ‘독서광’인 남궁 장관은 정보통신 분야 뿐아니라 역사 철학 문학 등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구체적인 질문 사항을 미리 보내지 않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남궁 장관의 미래예측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이 10년 안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리 역사를 되돌아봐야 앞으로 나갈 방향에 대해서 확신이 서고 방향도 정확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 이맘 때 정보화에 대해 대통령께 보고드리면서도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가볍게 던진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이 꽤 길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광범위한 독서를 통해 ‘인류사’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해 먼저 물어보았다. 남궁 장관은 지난해 1월21일 ‘정보화의 길’이란 주제로 장시간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사이버코리아21’이 정보통신부의 핵심정책으로 결정됐다.

“당시 대통령께 ‘산업화는 서구에 비해서 200년 뒤지고 일본에 비해서 100년 뒤졌지만 천만다행으로 우리는 20세기를 40년 남겨 놓은 시점에서 분발해서 먹고 입고 자는 것을 어느 정도 해결하는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데 정보화 물결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대처를 해야 되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제 의견을 받아주셨습니다. 의견이 일치했다고 할까, 역사 인식이 같았습니다. 요즘은 대통령께서도 공식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시죠.”

― 정보화에 대해 대통령께 특강을 한 셈이군요. 대통령은 어떤 질문을 많이 했습니까?

“말씀을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니까 몇가지 확인만 하셨어요. 대통령께서는 다방면에 워낙 많이 알고 계실 뿐 아니라 정보화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셨더군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을 한국에 초청해서 만나보시고, 휴렛 팩커드의 룸필트 회장, 시스코의 챈모리스 회장, 앨빈 토플러 박사 외에 다른 석학들도 만나보시면서 정보화의 개념을 완전히 익히고 계셨기 때문에 제가 브리핑을 한다기보다는 정보통신부 장관 면접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궁 장관이 ‘면접시험’에서 발표한 ‘천년 단위의 역사관’을 요약하면 이렇다. 제1의 천년은 한민족이 웅대한 나라를 건설했다가 마지막 고비에 백제 고구려 신라 발해 등 4개 국가가 망한 시기였고, 제2의 천년은 고려와 조선왕조가 900년을 버티다가 세계적 조류인 산업화의 물결에 뒤져 마지막 100년간 외세에 수모를 당한 시기라는 것. 따라서 제2의 천년 마지막에 시작된 정보화 물결을 따라잡아 제3의 천년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남궁 장관은 이처럼 수천년의 역사를 한번 조감한 뒤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했다.

“저는 향후 10~20년 동안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지나간 40년 동안에 급속하게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일본을 통해 서구기술을 간접적으로 받았습니다. 그래서 산업화 기술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었어요.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에서는 몇가지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보통신기술을 개발하면서 일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받아들이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는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은 것들이 있습니다.”

정보화 기술은 일본 앞서

남궁 장관이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은 반도체 분야. 반도체 기술은 부분적으로 일본에서 도입한 것도 있지만 미국에서 공부한 우리나라 엘리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일으킨 산업이라는 것.

“삼성에서 일하고 있는 신대진 박사라든지 현대에서 일하던 오기환 박사 등이 미국에서 연구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일하면서 일본을 이겼습니다.”

남궁 장관은 반도체 기술 외에도 미국으로부터 직접 받은 기술 중에서 일본을 추월하고 있는 분야는 핸드폰에 쓰이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이것은 미국의 기술인데 우리가 상용화해서 세계로 나갔습니다. 작년 한해에 CDMA와 유럽에서 사용하는 GSM(전지구적 이동통신 체계)형 통신단말기를 합쳐서 47억달러를 수출했어요. 이건 대단한 일입니다. 이 분야에서는 호주나 미국보다 우리가 앞서고 있어요.”

― 디지털 TV 분야는 어떻습니까.

“컬러 TV는 우리가 일본보다 싸게 파는 수모를 오랫동안 겪어왔는데 디지털 TV에서는 일본과 동등하게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요.”

― 인터넷 성장 속도에서도 일본에 앞서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산업화 시대에는 일본에 뒤졌지만 정보화시대에는 일본을 앞설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앞으로 20년 동안은 디지털 TV, 통신 단말기, 인공위성수신기 등의 새로운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본보다 앞서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2000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런 발전도상에서 경제적 여유와 정신문화적 여유가 조화를 이루며 균형발전을 해나가면 21세기 초반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우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 앞으로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를 뒤바꿔놓을 핵심 산업은 디지털 TV와 IMT-2000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까?

“그것보다 더 많죠. 옛날에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넘어올 때 부품수가 3배쯤 늘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산업이 많이 발전했죠. 디지털 TV는 컬러 TV보다 부품수가 3배가 넘으니까 관련 부품산업이 많이 발전할 겁니다. 지금 전세계에 컬러 TV가 14억대 있는데 2010년까지 5억대 정도가 디지털 TV로 바뀔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런데 그 5억대 중에서 20%, 즉 1억대 정도는 우리가 보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따르는 부품산업이 굉장히 성장할 겁니다.”

― IMT-2000사업 전망은 어떻습니까?

“IMT-2000도 CDMA처럼 우리가 앞서갈 수 있습니다. IMT-2000 단말기는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입니다. 통신은 물론이고 인터넷도 됩니다. 이 단말기를 가지고 세계 어디서나 자기 번호 하나만 갖고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시장에서 우리가 교두보를 잡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다섯번째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본의 기업들, 선진국의 노키아 에릭슨 등도 있지만 한국이 굉장한 힘을 발휘할 겁니다.”

정보화시대에는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갈 수 있다는 낙관의 이면에는 그늘도 있다.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야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산업화 시대의 역군이었던 40대 이상 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에 밀려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궁 장관은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을까.

“산업 현장에서 밀려나는 구세대의 취업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세대들의 취업문제입니다. 지금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오는 신규 인력은 60만명 정도 됩니다. 지금부터 25년 전인 70년대에 연간 65만명 정도 인구가 태어났는데 그 인력들이 지금 산업현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이 신규 인력 60만명을 소화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다음에 산업이 정보화되면서 인력이 감축되기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빠져나오는 인력 10만명의 재취업 문제도 배려해야 합니다.”

― 결국 매년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만….

“정보화 사회라는 벌판을 개척해서 신규인력 60만명을 그쪽으로 보내고 10만명씩 나오는 인력은 재교육시켜 그 주변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제는 농경사회로 돌아갈 수도 없고, 산업사회로 돌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남궁 장관이 가장 강조한 정보화시대 핵심사업은 인터넷 산업이었다. 인터넷 이용자수는 1999년도 초에 300만명이었는데 작년 한해에 400만명이 더 늘어나 연말에 700만명이 됐다는 것.

“작년 연초부터 우리가 사이버코리아21이라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하반기에 와서야 불이 붙었어요. 하반기의 속도로 계속 나간다면 올해 600만명이 더 느는 건 간단합니다. 그러면 올해 인터넷 이용자수가 1300만명이 되고, 내년 말까지는 2000만명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됩니다. 인터넷 이용자가 구매력이 없는 청소년에서 40대 가장이나 주부 등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로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될 겁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이용자수가 2000만명이 넘는 시점에서부터 급속도로 인터넷산업이 발전해서 대혁명이 일어나는 거죠. 특히 인터넷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산업에서 대변화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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