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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하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중국어워드프로세서 文杰로 중국진출 감잡았다”

  • 안기석 daum@donga.com

“중국어워드프로세서 文杰로 중국진출 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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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드프로세서 ‘글’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사는 인터넷 종합서비스회사로 제2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부도위기에서 회생한 비결과 새 버전의 출시가 늦어진 ‘글’에 대한 의혹, 인터넷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인 ‘예카’와 중국 진출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진 사장에게 들어보니… . 》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글용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컴퓨터라는 새로운 문명의 도구와 함께 들어온 영문 소프트웨어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한글을 마음대로 쓰고 편집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로서 국민들의 총애를 받은 것이 바로 한글이기 때문이다.

한글을 만드는 곳이 (주)한글과컴퓨터(한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다. 1989년에 설립된 한컴은 IMF 상황이었던 98년 6월 부도위기에 몰렸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들의 모금운동에 힘입어 1년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98년 6월 자본금 약 42억원, 시장가치(발행주식수×주가) 약 40억원에 불과하던 회사가 2000년 4월 현재 자본금 약 243억원, 시장가치 약 2조원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매출도 98년에는 140억원이었지만 99년에는 340억원을 넘어섰고 2000년 매출 목표는 750억원이다.

현재 한글은 도스나 윈도우 뿐 아니라 리눅스 매킨토시 유닉스 등 대부분의 운영체제(OS)에서 작동하는 멀티플랫폼 워드프로세서로서 자리를 잡았다. 또 일본어 중국어 대만어용 워드프로세서까지 개발돼,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한컴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서의 명성에 만족하지 않고 ‘한글에서 인터넷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또 한번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인 스카이러브(www.skylove.co.kr)를 운영하고 있는 ‘하늘사랑’을 인수했다. 하늘사랑은 4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컴의 ‘가족사’ 중 하나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네띠앙(www.netian.com) 회원 200만명과 한글 커뮤니티 사이트인 소프트(www.haansoft.com) 회원 25만명을 모두 합하면 한컴은 600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지닌 거대 인터넷기업으로 부족함이 없다.

한컴은 독자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 오피스’ 개념을 도입한 ‘넷피스(netffice)’와 ‘인터넷 통합 서비스’를 가능케 한 ‘예카(YECA)’가 바로 그것.

넷피스는 문서작성, 표계산, 프리젠테이션 등의 프로그램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10월9일 처음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는 무료였지만 금년 5월1일부터는 유료 서비스를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15일 선보인 예카는 새로운 차원의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사이버상에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네티즌들은 단 하나의 ID로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117개 업체가 예카에 참여중이다.

한때 부도위기에 처했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거대한 인터넷종합서비스업체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인터넷기업 거품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한컴은 인터넷산업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을까. 전하진(42) 한글과컴퓨터사장을 4월 중순과 5월초, 두 차례에 걸쳐 만나보았다.

둥근 얼굴과 투명한 유리

전사장은 첫 눈에 ‘둥글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키는 제법 커보였지만 얼굴은 전혀 모난 구석이 없고 큰 눈도 타원형보다는 원형에 가깝다는 느낌을 줬다. 말투도 논리적이라기 보다는 직관적이었다. 전사장은 전문적인 각론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총론에 강한 것처럼 보였다.

전사장의 얼굴과 말투 못지 않게 인상적인 것은 그의 사무실 분위기였다. 한컴은 현재 ‘테헤란밸리’로 유명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대화벤처프라자에 입주해 있다. 7층에 위치한 전사장의 사무실은 벽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 환히 들여다보인다. 사장실이 투명하다는 것은 경영의 투명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사장은 야식비 지출명세서부터 경영실적에 이르기까지 회사 경영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사내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한컴은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 국민들이 주주로 참여해 재기했다고 할 수 있는데 주주들에게도 경영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합니까.

“우리 회사의 경우 주주게시판이 있는데 여기에서 활동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어 주주동호회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650명이지만 앞으로 계속 커나갈텐데 무시할 수가 없어요. 이들 리더들이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총에 참여합니다. 어떤 문제든지 감출 수가 없어요. 배당금 문제도 주주들이 토론해서 주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됐어요. 이런 벤처기업이, 주주도 한두명이 아닌데 배당하기 보다는 재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여론이 몰린 거죠.”

―소액주주들을 어떻게 관리합니까.

“의혹을 갖지 않도록 소상하게 알리는거죠.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소액주주 관리의 첩경입니다.”

전하진 사장은 한글과컴퓨터가 단순한 소프트웨어개발업체가 아닌 인터넷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키우기를 원한다. 비싼 돈을 들여 예카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람들의 기억속에는 국민소프트웨어로서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컴이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글 5.0 버전인 워디안의 개발이 늦어지면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글워디안 2000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큰데 왜 출시가 늦습니까.

“한글 97 버전까지 한글이 사용한 엔진은 초기 것을 계속 버전업한 것입니다. 그런데 워디안의 경우는 기존 엔진을 다 바꾸다 보니까 시간이 걸립니다. 과거의 경우는 윈도우와는 관계가 없었어요. 폰트(글자체)도 전부 우리 것을 썼어요. 그런데 워디안 2000의 경우는 폰트도 유니코드를 쓰기 때문에 윈도우에 상당히 의존하는 모델이 되겠죠. 그리고 그동안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보강하느라 시간이 좀 걸립니다.”

소프트웨어에서 ‘엔진’이란 바로 그 소프트웨어를 작동케 하는 핵심파일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엔진을 바꾼다는 것은 바로 그 소프트웨어를 원점에서 다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글이 그동안 윈도우 등 운영체제에 구애받지 않고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적인 폰트, 즉 조합형 한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워디안 2000에서는 조합형을 사용하지 않고 유니코드를 사용한다. 유니코드는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언어코드로서 유니코드 속에는 영어뿐 아니라 한자나 한글 등 여러나라 언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유니코드 속에 조합형 한글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조합형 한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디안 2000의 출시가 늦어지자 일각에서는 “한컴이 소스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넘겨줬다”거나 그 과정에서 “조합형 한글을 포기했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소스코드 넘기지 않았다”

―한글 소스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넘겨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

“그런 적이 없습니다. 98년에 우리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수하려 했을 때 예비접촉 과정에서 소스코드를 볼 수는 있었겠지만 이용할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개발실무자는 소스코드를 보여준 일이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소스코드를 보여주지 않았겠죠. 그러나 도큐멘트 정도는 의향서 교환과정에서 가볍게 볼 수 있었겠죠. 투자하겠다고 했으면 내부를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의향서 과정과 본계약 과정에서 내부를 들여다 본다는 것은 강도의 차이가 있죠.”

―당시는 전사장이 한컴을 맡기 전이기 때문에 전임자들이 투자협상과정에서 넘겨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전임자들에게 확인해봤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얼마전 한 일간지는 한글과컴퓨터가 한글 소스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넘겼다는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에 대해 한컴은 왜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대응하지 않으니까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아예 무시한 것입니다. 우리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비아냥거리는 것인데 따져봤자…”

―워디안은 언제 출시할 예정입니까.

“6월말경에 출시할 것으로 보고는 받았지만 독자들에게 완전한 제품을 보여주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겠죠.”

―워디안이 이미 출시된 한글 워드 2000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기능적으로 비슷하겠지만 단순한 워드프로세서가 아니라 장문을 편집할 수 있으니까 경인쇄(DTP) 수준이 되겠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2000이 글 파일로 전환하기가 쉽다는데 이런 부문에서는 서로 협조한 것 아닙니까.

“그런 부문에서는 협조가 있었을 겁니다.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면 어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든 호환성이 있도록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 것을 막아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한 개의 소프트웨어가 독점하는 것보다는 경쟁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는 것이 보다 나을 수 있는데 현재 한글 사용자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 사용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됩니까.

“7대3 정도로 한글 사용자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가 직접 조사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워드 2000이 나오기 전에 비하면 워드 사용자가 많아진 것 아닙니까.

“글쎄요. 일부 언론에서 그런 보도를 한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조사중인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아요. 어차피 습관적으로 쓰던 워드프로세서를 쓰게 마련이니까… .”

―전사장은 앞으로 한글 소스를 공개할 의향이 있습니까.

“의향은 있습니다. 시기가 문제죠.”

―언제 공개할 생각입니까.

“저는 가능한 한 빨리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소스 공개는 사용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공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저작권을 갖고 계약을 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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