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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대통령?유식해야지, 남의 머리도 빌릴줄 알아야 하고”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대통령?유식해야지, 남의 머리도 빌릴줄 알아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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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표정이 무척 밝으신 것 같습니다. 총선이나 전당대회 등등 하시는 일마다 잘 돼서 그런 모양이죠?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표정을 좀 밝게 하고 있는 거죠(웃음). (요즘)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데 정치에 들어와서는 일이 좀 잘된다고 너무 기분 좋아하면 안좋아요. 뭔가 항상 우리 뜻대로 안되는 일도 생긴다는 조심스런 마음가짐입니다.”

─요즘 ‘뉴 이회창 플랜’이라는 게 있던데요.

“글쎄요, 그런 이름의 플랜 자체는 내가 처음 듣는 얘기인데. 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새삼 포용력을 키우고 스스로 대중적으로 새삼 변 신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정치에 들어온 이후 그런 점에 대해서는 사실 이미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봐요. 그런데 정치는 본인이 뭐가 되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거 외에, 국민이나 일반 대중이 어떻게 보고 인식하고 있느냐 하는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그런 이미지 업이랄까, 홍보들이 좀 제대로 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거죠.”

─당지도부가 온통 이총재의 측근들로 짜인 느낌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내 의사결정이 더욱 일방통행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총재가 ‘브레이크 없는 벤츠’가 되어 무리수를 빚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정말 측근만으로 주변을 둘러싸고 그랬다면 안되죠. 그리 되면 문제가 정말 심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에 관해서 말하는 경우 측근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거죠? 우선 과거로 거슬러 가보면 제가 원내총무로 이부영총무를 지명하고 정책위의장으로 정창화의원을 임명하고 할 때 그분 들이 이른바 내 측근들이었나요?

또 이번에 중하위당직자 개편의 경우에도, 당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당직자중에 하나가 바로 제1사무부총장인데, 거기 임명된 이재오 의원은 통상 말하는 제 측근이 아닙니다. 또 제1정조위원장, 이게 앞으로 정책정당 지향하는 데에 있어 아주 핵심포스트인데, 거기 정형근의원도 통 상적으로 말하는 제 측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측근들 위주로 짜고 비주류는 구색맞추기로 약간 섞었다’,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말 이 나오는데 저는 그거는 맞지 않다고 봐요. 제 주변에 가까이 와서, 당직을 맡아서 일하기 때문에 측근이라고 한다면, 그건 당을 만들자면 어차피 그런 측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거죠.

또 일단 당직을 맡아 총재 주변에 와서 일하게 되면 마땅히 총재와 주파수를 같이하고 당을 결속해서 한 방향으로 가는 데 합심전력해야 합니 다. 그걸 갖고 ‘총재와 부화뇌동한다’든가, 측근으로서 이회창당화했다고 하면 그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측근만 갖고 했다는 말 자체 에 대해 저는 강한 불만이 있다 이거예요(웃음).”

─앞으로 이총재의 정국대처 방향이 ‘투쟁형’이냐 ‘대화형’이냐를 놓고 관심들이 많은데, 일단 현재까지 보면‘상생의 정치’로 표현되는 대화형 정치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DJP공조가 다시 복원되고 여러 가지로 볼 때 ‘상생의 정치’로만 갈 수 없는 상황변화도 엿보입니다. ‘상생의 정치’를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갖고 갈 생각이신지. 얼마에 “많이 참고 있다” 고 하셨는데….

“기본적으로는 ‘대화와 상생의 정치’로 가야죠. 3김 시대의 정치와 구별하는 첫째 조건이 바로 ‘대결·상극’이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정치니까. 그런데 대화와 상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 오면 야당은 또 감연히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투쟁도 반드시 해야 하지 않겠 어요?”

─이총재가 총재수락연설에서 화두로 던진 ‘새로운 국가경영 리더십’의 구체적 내용은 뭡니까? 또 그런 준비는 어떻게 해나갈 생각이십니까?

“우리가 소위 박정희시대의 근대화, 이른바 산업화 과정을 거치고, 김영삼·김대중대통령 시대로 들어오면서 민주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러한 산업화 민주화에 역사적 의미와 그 시대적 요청에 맞는 측면이 있었지만 문제는 그러한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부정적 흔적들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산업화시대에는 정부주도 형태의 발전모델로 가기 때문에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적 사고와 행태가 뿌리를 내렸어요. 민 주화시대에 들어와서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각 사회영역에 이기적인 의견표출이 많아지고 정치는 그런 다양한 요구에 영합하 려는 인기주의적 사고와 행태가 확산되었습니다.이렇게 권위주의적 사고와 인기영합적 정치가 우리 발목을 잡고 있는 구태정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제 21세기 새로운 정치를 여는 화두는 선진화 입니다. 선진화를 이룩하는 리더십은 권위주의를 탈피한 민주적인 리더십이 돼 야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인기영합주의를 탈피한, 국가이익을 위하고 올바른 길일 때 당당하게 감연히 이런 목표를 추진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 역동적 리더십이 돼야 합니다.”

공조직이 중심돼야 효율적

이총재께서는 미묘한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나름의 참모진이나 비선 또는 조언그룹이 있으실 텐데. 어떤 분들 얘기를 주로 들으십 니까?

“그걸 지금 전부 밝히면 또 이 사람들 뒷조사 당할지 모르고 계좌추적당하고 도청당할지도 모르니까…(웃음) 다양한 그룹의 얘기를 듣고 도 움을 받는 그러한 분들이 있습니다. 경제라든가 통일 ·남북문제라든가 기타 사회·문화분야 그런 식으로 대별을 해서 좋은 의견과 충고를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당내에서도 좋은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구요.”

─남북문제와 경제문제는 특히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텐데, 이에 관한 내공이랄까, 역량을 더 높이기 위해 특별히 기울이는 노력 은 어떤 게 있습니까?

“남북문제와 관련, 당내에는 특별히 남북관계대책특위를 구성하고 있고요. 경제와 관련해서는 경제관계대책특위를 구성했습니다. 이런 대 책특위가 형식적 당 기구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많은 현안이나 중장기적 문제를 갖고 토론하고 결과를 보고받고 제 스스로 그 문제들에 관해 의견을 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 밖에는 저에게 좋은 의견을 주는 그룹 중에서 특별히 현안이 있거나 아주 장기적 전망이 필요한 부 분이 있을 때 제가 좀 의견을 구하고 듣고 그러죠.”

─98년 총재에 복귀하신 후 지난해 말까지는 주말이면 자택으로 전문가들을 불러 깊이있는 일종의 과외랄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아는데요. 요즘은 총선이다, 경선이다 해서 그럴 겨를이 없으셨죠?

“뭐 자주는 못하지만, 장소가 외부에서 만나기 마땅치 않을 때는 집에서 좀 만났고요.

─이제 국정전반에 걸쳐 정치지도자로서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과 아젠다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뭐 여의도 어 디에 일종의 태스크 포스랄 수 있는 실무기획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우리 야당은 큰 정치방향이랄까, 정치스케줄을 위한 조직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태스크 포스 같은 것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우선 중요한 일을 한 사조직이나 비선조직을 갖고 하는 것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그런 것은 당의 공조직이 주가 돼서 움직여야 만 전체 기능을 동원할 수 있는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죠.

─당 안팎에 각종 보고서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히 빠듯할텐데 어떻게 그걸 다 읽고 소화하시는지요. 보고서를 읽으실 때 체크 포인트는 주로 어디에 두시는지. 특히 신뢰가 가는 보고서 유형은 어떤 겁니까?

”나는 법관으로 오래 있으면서 서류기록 보는 데는 이골이 났고, 감사원장 총리를 하면서도 그런 보고서의 홍수에 파묻히다시피 한 일이 있 어요. 자연히 그런데서 습득한 노하우라면 노하우 같은 건 있어요. 굉장히 빨리 봅니다. 빨리 봐서 중점적으로 파악을 하고. 우선은 당총재 같은 경우는 실무진이 만든 모든 보고서를 다 보겠다고 생각하면 안되고, 비서진에서 적절히 정리를 해줍니다. 그러나 때로는 하루에 봐야 할 양이 꽤 될 때가 있는데 필요한 것은 집에 가서 자기 전에 대체로 한 번 훑어보고 아주 유념하거나 다음날 좀 문제제기해야 할 부분들은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하죠.”

“나한테 나쁘게 난 기사는 꼭 챙겨서 본다”

─신문·잡지는 어떤 식으로 보시는지도 좀 궁금하군요.

“신문은 일간지 전부가 가판까지 집에 옵니다. 물론 아침판도 따로 오고요. 사실 가판 을 전부 읽는다는 건 굉장히 힘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자세히 정독할 시간은 도저히 없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언론의 논조나 제기된 문제점 같은 것을 알기 위해 훑어는 봅니다. 잡지는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주는 못보죠. 특별히 우리 당이나 저에 관한 게 났다거나 특별히 나 쁘게 얘기하는 게 났다거나 할 때는 꼭 봅니다.(웃음)”

─TV프로그램 중에 좋아하는 것은 좀 있습니까?

“얼마전까지 왕과 비는 시간이 맞으 면 꼭 봤는데 그후에 바뀌어서 왕건이 됐죠? 그런데 대체로 드라마라는 게 초기에는 좀 그렇고 그렇다가 중간 이후에 가면 재미가 있고 그렇 게 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왕건은 자주 못보고 있어요.”

─혹시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은 누가 있습니까?

“김혜자 고두심 전인화 등 중견 연예인과 ‘와’의 이정현 전지현 핑클 황수정 채림 김규리 등 여러 명이 있지만 이들 연기자 모두가 특징이 있어서 어떤 연기자를 특히 좋아한다고 얘기하기가 사실 어려운 것 같아요.”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으신가요? 혹시 경기장에 가서 보신 스포츠 종목은 있습니까?

“어릴 때는 권투도 배운 적이 있어요. 법관시절에는 한때 테니스를 즐겼는데 지금은 바빠서 못하고요. 가족들을 데리고 잠실야구장에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간 일이 있어요.”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어떤 겁니까? 최근 인상깊게 보신 영화가 있습니까?

“인간의 원초적 감성과 휴머니즘에 호소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히 방 화 ‘쉬리’를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그런데 아시는 대로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 시간을 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인터넷처럼 요즘 젊은이들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솔직히 그 부분에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당내에서도 정보화 계 통의 그 부분을 특별히 강화하고 접촉 기회를 확대하려고 하는데 아직 미흡한 점이 좀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과 관련해서는 벤처창업부분 이, 대체로 그게 인터넷 내지 PC와 관련된 게 많던데, 그런 부분은 몇 번 실제 창업사를 찾아가서 직접 보고 주식도 한 번 산 일이 있습니다. 내가 통 주식을 안사는데 그때 약 100만원어치 정도 샀어요. 그게 주식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르겠네. 상당히 뛰었다고는 그러더라고요.”

“시험에는 당일치기, 실력에는 지속적 학습이 필요”

─학창시절, 고시준비때, 판사시절,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입시생들이나 각종 수험준비생 기타 인생의 큰 도전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참고될 만한 이회창식 공부비법이랄까, 방법론을 소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글쎄, 우리가 공부할 때와 지금 시대는 너무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가 학창 때 공부했던 방법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크게 나눠보면 실력을 키우는 공부방법이 있고 시험을 준비하는 공부방법이 있는 거 같은데. 시험을 준비하는 공부방법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몰입하는 것입니다. 흔히 당일치기라고 그러죠. 시험에 있어 당일치기공부를 뭐 나쁜 것처럼 얘기들 하는데 저는 이게 아주 효과적이라고 봐요. (크게 웃으며) 나는 고시공부도 그런 식으로 했지만 토플시험 같은 거칠 때도 바로 시험 얼마전에 한두달동안에 집중적으로, 그때는 정말 밥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몰입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는 게 시험점수 올리는 데는 효과적입디다.

그런데 실력을 기르는 것은 그런 식으로 해서는 별로 도움이 안되죠. 내가 토플 시험을 친 다고 한두달동안 학원도 다니고 열심히 했는데 시험이 끝나고 나니까 그때 외웠던 영어단어 같은 게 다 도망가 버리더라고. 실력을 기르는 공부는 평소에 정말 밥먹듯이, 밥먹고 살아가듯이 차근차근 씹어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두 가지 공부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적으로 괴롭거나 힘들 때 격의없이 술한잔 하거나 얘기를 나누거나 기타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함께 풀 수 있는 친구는 어떤 분들이 있으십니까?

“그런 사람들이 있죠. 구체적인 인명은 들지 않겠습니다. 또 뭐 괜히…. 아주 격의 없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네댓명 되고 그 외에도 내가 인간적으로 가깝게 얘기할 수 있는 분들은 10여명 될 겁니다.”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잘된 겁니까?

남북정상의 만남과 공동성명까지 이끌어낸 김대중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을 가져오는 역사적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앞으로 남북공동성명이 갖는 몇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군요.

예컨대 자주적 평화통일이라는 말이 외세배격주장과 주한미군 철수문제까지 이어질 것이 아닌지, 또 연합-연방제 언급이 자유민주 주의체제에 대한 어떠한 양보를 시사하는 것이 아닌지 등 몇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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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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