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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권 ‘386실세’ 김민석 의원

민주당 대권후보 경선때 캐스팅보트 역할하겠다

  • 손석희·문화방송 아나운서

민주당 대권후보 경선때 캐스팅보트 역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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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그가 14대 총선에서 실패한 후였으니까 93년쯤이었을 게다. 서로에 대한 인상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지 그 후로도 두세 번 더 만났던 것 같다. 그는 당시 KBS 아나운서였던 김자영씨와 이른바 몰래 데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불쑥 내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나 ‘결혼할 사이’라고 털어놓는 바람에 깜짝 놀랐던 기억도 새롭다. 그 뒤 그는 미국으로 갔고, 나 역시 그가 귀국할 때쯤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5년 가까이 소식이 끊기게 됐다.

인터뷰를 위해 의원회관으로 가는 길. 뙤약볕 속을 걸으면서 사람 사이라는 것이 끈끈해질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주 담백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그와 나는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만난 적은 있지만 미처 친해지기 전에 별 아쉬움 없이 제 갈 길로 가버린, 그래서 이제는 이해관계의 개연성마저도 없는 ‘담백한’ 사이가 돼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지금 인터뷰어로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려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나는 의원회관 634호를 찾아냈고, 김의원은 어느새 문 앞까지 나와 손을 내밀고 있다.

김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해 놓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선거 얘기로 시작하되 이 부분은 짧게 끝내기로 했다.

―선출직 일곱 명 가운데 대여섯 명은 확정적이고 김 의원이 되느냐 마느냐가 관심사라고 하더군요?

“아니요, 저는 이미 당선권에 들었다고 봅니다. 아마 1, 2위를 빼고는 돌풍이 불 겁니다. 소장파들이 예상 외로 선전할 겁니다.”

초장부터 기분 좋은 소릴 안 한 건 이번 인터뷰를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아달라는 뜻이었지만, 반격의 강도가 생각보다 세다.

여기서 소장파란 정동영, 추미애, 김민석 의원을 말하는데 그는 적어도 두 명 이상, 많으면 세 명 모두 최고위원이 될 수 있다는 투다. 이 셋은 이번 선거에서 공조냐, 연대냐를 놓고 개념정리가 안돼 초기에 혼선을 빚었지만, 지금은 소장파 출마의 대의명분을 살리되 각자의 특성을 살리는 ‘공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단 그의 낙관론을 믿어주기로 하자. 안 그러면 두 번째 질문이 나오기 힘들게 생겼다.

“당 지도부 개혁해야 한다”

―현재의 당 구조에서 소장파 몇 명이 지도체제로 들어간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 의사결정은 몇몇 핵심이 독점하는 게 아니냐 하는 겁니다.

“사실 선거 때는 전략상 소장파들이 전진 배치됐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다시 후진으로 밀리는 현상이 되풀이돼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기상으로 아직 완전히 뒷전으로 밀리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잖습니까? 이 때에 전당대회가 열리는 건데 지금 소장파가 전면에 다시 나서지 않으면 대회가 끝난 뒤로는 소장파의 후진이 아주 제도화 돼버린단 말입니다. 즉 이번 선거에서 이기는 건 개혁적 소장파들의 전진배치를 제도로 보장하는 의미지요. 그것도 개인이 아닌 복수로, 당내의 일정한 흐름을 업고 들어간다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게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다 옮겨 적질 않아서 그렇지 그가 한 말 가운데 제일 많이 쓰인 게 ‘개혁’이란 단어다. 개혁파, 개혁전선, 개혁적 세력 등등… 하긴 이 나라 정치판에는 그 말이 수사로 쓰이든 화두로 쓰이든 늘 약발이 먹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좀 더 과격한 표현을 써볼까?

―그럼 지금 민주당 내에서 혁파해야 할 대상이 뭐라고 봅니까? 나이만 젊다고 개혁세력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인데, 저는 이른바 소장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개혁이 뭔지 잘 모를 때가 있어요.

“다섯가집니다. 우선 정부와 달리 당은 지도부부터 개혁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율적이어야 한다고 봐요. 이를 위해선 정치력 있는 인적구성이 필요하겠지요. 계파정치를 타파하고 열린 운영으로 가야 합니다. 또 지식정당, 서비스 정당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조직위주의 조직이 아니라 정책, 기획, 여론조사, 민원, 이렇게 네 가지 기능을 예산과 조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고 여성지위가 향상된 정당이어야 합니다. 상층부만 그럴 게 아니라 사무처까지도 그렇게 돼야 한다는 거지요.”

―그건 일사천리로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 문제는 그걸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이게 바로 경선을 통한 지도부 구성에 의해 상당부분 반영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 다음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작업을 계속하고 나중에 기구개편 과정에 반영할 수 있을 겁니다.”

아, 나로선 뭔가 좀 막히는 느낌이다. 화려했던 다섯 가지 목표에 비해 그 방법론은 너무 소박하지 않은가. 그런데 김 의원은 내가 묻지도 않은 말로 재빨리 옮겨간다. 그다운 순발력이다. 그 내용은 앞에서 열거했던 ‘보도용’ 발언보다 더 그의 속내를 나타내고 있다. 뭐랄까, 앞의 것이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라면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참고서용이라고나 할까.

“영남권 젊은층을 설득하겠다”

“저는 최고위원 선거가 끝나면 그 다음엔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할 겁니다. 이건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금 젊은 지구당 위원장들의 논의구조가 과거와는 달리 전국적으로 형성돼 있으니만큼 청년층에 대한 설득과 조직 작업을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청년층은 우리 당이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도록 밑받침이 된 계층이고 특히나 앞으로 남북 화해가 진전되는 상황에 가장 힘이 되는 원군이거든요. 또 하나는 영남권의 민주당에 대한 감정해소 작업을 집중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이 두 가지는 당 차원에서 필수적인 작업입니다.”

―그건 당 차원보다는 김 의원 개인적 차원의 과제라는 성격이 더 강한 것 아닐까요? 젊은층이야 사실 민주당에 호의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고 굳이 더 설득하고 조직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어 보이질 않는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영남권에 집중적으로 접근한다는 것도 김 의원 훗날에 대비하겠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요.

“아닙니다. 지금 사실 민주당 지지층이라는 젊은 층도 많이 동요하고 있어요. 당의 개혁성을 강화해서 동요하는 젊은 층을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영남권 문제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영남권을 설득하는 것도 결국은 젊은층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 그들은 지역감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니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당 차원의 문제지, 제 개인의 정치적 입지 때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나 만이 할 수 있는 일’로 꼽는 만큼 개인적 목표가 완전히 배제돼 있다고는 보기가 어렵군요.

“저는 정치인의 세 가지 조건이 애정, 의지, 욕심이라고 봅니다. 제가 하겠다고 하는 두 가지 일은 애정과 의지가 없이는 안되겠지요. 동시에 물론 욕심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걸 부인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그걸 당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인터뷰 도중에 그의 나이를 확인했더니 서른 여섯이란다.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는 만 40세니까 앞으로 4년은 당권이나 대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하긴 이번에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 가운데 그만이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굳이 다른 소장파와의 연대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란다.

영남권과 젊은층. 김민석 의원은 그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의원의 민주당내 입지를 고려할 때 정해진 코스일지도 모른다. 김의원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청년층의 리더로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힘을 보태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확실한 지지기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동교동계가 아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청년층이라는 대표성을 갖고 정치적으로 중도적 입장을 견지하면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패를 모르고 정치권을 헤쳐 나온(그는 첫 총선 패배도 내용적으로는 승리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의원에게 늘 고운 시선만 있는 것일까?

―영남권을 공략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영남권에서 김 의원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동교동계에 파묻혀 의지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인식이 많다는 겁니다. 개혁파라고는 하지만 당내에서 너무 양지에 있는 게 아니냐는 거지요.

“동교동계와의 관계는 명료합니다. 저는 계보나 파벌에 묶인 적이 없습니다. 일 중심으로 움직여왔을 뿐이지 어느 파벌이나 개인에게 경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권교체나 재창당 작업을 예로 봐도 그렇습니다. 저는 그 두 가지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지 계파에 기대느라고 그러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고 있는 시기니만큼 일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어도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겁니다.”

―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했는데, 결과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일 중심이 결국 동교동 중심이 돼버린 게 아닌가 싶군요. 당에서 해온 일이 대통령의 의중을 내려받은 동교동계가 추진해온 것이니까 말입니다.

“당은 조직이고 저는 조직인입니다. 조직 내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할 수는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열어놓은 역사적 과제를 얼마만큼 발전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야지, 그걸 계파 문제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세력 없인 정치 못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으니까 동교동계도 그 나름의 가치는 있었다고 보지만, 저는 스타일상 계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교동계에 가서 물어보면 금방 아실 텐데 왜들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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