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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덕사 주지 법장스님

“이회창 총재, 침묵의 정치를 배우고 갔다”

  • 김기영 hades@donga.com

“이회창 총재, 침묵의 정치를 배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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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덕사(修德寺)하면 일반인들은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애절한 가요를 먼저 떠올린다. 불교를 아는 사람은 수덕사를 선지종찰(禪之宗刹) 덕숭총림(德崇叢林)이라고 부른다.
  • 한국 불조(佛祖)의 선맥(禪脈)을 계승해온 대표적 사찰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표현이다.
  • 그런데 최근 수덕사는 다른 이유로 유명해졌다. 지난 1월20일 늦은 오후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가 돌연 이 절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회창 총재가 충남 예산 수덕사를 찾기 전날, 조계종 정대(正大) 총무원장은 조계사를 방문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이총재를 가리켜 “그 사람(이회창 총재)이 집권하면 단군 이래 희대의 보복정치가 난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정대스님은 또 “야당이 입만 열면 총선 민의를 주장하나 97년 대선 민의도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5년 국정을 끌고 갈 책임과 의무가 있다. 나라의 운명을 맡겨놨으면 아끼고 감싸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총무원장의 발언은 그 날 밤 방송뉴스를 통해 곧바로 전 국민에게 전해졌다. 이총재와 한나라당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이런 소동이 있은 다음날 이총재가 수덕사를 찾은 까닭에 그의 언행은 언론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산사에서 이총재를 맞은 사람은 수덕사 주지 법장(法長) 스님. “그날 아침에 연락이 왔어요. 오후에 들르시겠다구요. 그래서 나도 공인인데 몇 시쯤 올 건지 시간을 얘기해줘야 기다리지 않겠느냐 했더니 5시쯤 오신다고 그래요. 이총재를 만나 나눈 얘기는 신문에 다 났더라구요. 그대로예요. 차 마신 것 뿐, 별다른 얘기는 없었어요.”

과연 그 것 뿐이었을까. 수덕사를 찾기 전까지 이총재는 전날 총무원장의 발언에 상당히 기분이 상해 있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도 총무원장의 사회적 비중 탓에 공개적으로 비난도, 반발도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었다.

법장스님의 선물

그런데 수덕사를 다녀온 뒤 이총재는 변했다. 맹렬하게 상대를 몰아붙이던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여당의 제안에 맞장구를 치는가 하면, 많은 권한을 부총재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여유롭게 정국구상에 나섰다. 도대체 수덕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월16일, 법장스님을 만나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수덕사를 방문한 이총재에게 법장스님은 선물로 그림 한점을 줬다고 한다. 선물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기기 마련. 그래서 그림 얘기부터 물어보았다.

―이총재에게 선물로 그림을 한 점 줬다고 하던데 어떤 그림이었나요.

“통도사에 계신 수완스님이 그린 그림인데 산이 있고 해가 있는 그림이지요. 해인지 달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빨간 게 있으니까 해라고 보는 거죠.”

―이총재가 수덕사를 찾은 게 처음이 아니라고 하던데.

“많이 왔었죠. 잠시 들르기도 하고 몇 년 전에는 주무시고도 가고 그랬죠.”

―이총재가 수덕사를 찾은 것은 그 전날 정대스님의 말씀 때문에 속이 상해서였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종교지도자가 특정정치인을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는데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총무원장 스님이 일부러 누구를 깎아 내리거나 배척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장스님의 얘기를 가타부타 논하기는 별로 안좋은 것 같고, 설혹 잘못했다 쳐도 또 한 번 사회여론화 하는 것은 별로 환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장스님 말씀 중 이총재가 공천을 주지 않았다고 예를 든 김광일 씨의 경우, 이총재가 공천을 줬는데 반납하지 않았습니까. ‘정치 보복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한나라당이나 이총재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현 정부가 재집권하더라도 보복은 하지 말아야한다는 일반론을 얘기한 것이지, 이름을 거명했다고 그분한테만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생정치를 하라는 얘기였지요.”

―주무시고 갈 정도면 두 분이서 나눈 얘기도 많았을텐데요.

“글쎄 얘기할 시간이야 많지만 그야말로 자연스런 얘기죠. 나하고 무슨 정치 얘기를 하겠어요. 역사 얘기, 또 인간의 윤리 얘기, 그런 자연스러운 얘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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