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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윤환 민국당 대표의 격정토로 6시간

“정권재창출이요? 3김연합 영남후보가 정답이요!”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정권재창출이요? 3김연합 영남후보가 정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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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P연합’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한 김윤환(金潤煥) 민국당 대표가 차기 대선에 관한 구상을 밝혔다. 김대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자민련·민국당이 공동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김씨가 합의할 수 있는 영남후보라면 승산이 높다”며 자신은 3김씨를 돕는 ‘보조 킹메이커’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2월 8일 오전 10시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30부. 김윤환 민국당 대표가 상기된 표정으로 법정에 섰다. 이날 김대표는 특가법과 정치자금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민국당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무죄를 점쳤지만, 김대표가 법정구속될 것이라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때문에 재판은 사뭇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마침내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었다. 징역 5년에 추징금 33억 5000만원. 법대로 하자면 김대표는 구속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대표가 민국당 대표로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으며, 고령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때까지 법정구속을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실형이 타당하지만 법정구속은 안 한다’는 아리송한 판결문이었다. 어리둥절하기는 김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우째 이런 일이….”

8일 오후 민국당 로비에서 김대표를 만났다. 그는 아직도 흥분한 표정이었다.

“정치재판 아니가? 이런 판결이 어디 있어? 항소가 예상된다느니, 장기 재판으로 갈 것 같다느니, 항소심까지 형 집행을 유예한다느니. 나 참 기가 막혀서. 검찰의 짜맞추기식 표적수사야. 나는 절대 승복할 수 없어.”

김대표는 ‘정치재판’과 ‘표적수사’라는 표현을 썼다. 결국 여권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묶어두기 위해 불구속 유죄판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재판 직후 이러한 분석은 정치권에 널리 퍼졌다. 당시 민주당은 원내 과반수 확보에 관심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의석수는 135석. 과반수인 137석이 되려면 민국당의 2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허주가 DJP에 보낸 逆제안

2월13일 오후. 김대표와 1차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김대표는 인터뷰 연기를 요청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큰 그림이 나올 것 같으니 미뤄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재판이 끝난 지 불과 5일. 김대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김대표는 ‘구도가 잡히기 전까지 엠바고로 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물밑에서 진행되는 ‘3당 정책연합’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무렵 김대표는 민주당과 자민련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왕이면 당당하게 정책 파트너로 참여하고 싶다’는 일종의 ‘역(逆)제안’을 했던 것이다.

“뒤로 도와달라고 부탁만 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연립정권을 만들자 이거야. ‘민주당이 큰 그림을 그린다면, 우리는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했어.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이 모여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알리고 시작해야 떳떳하잖아. 과반수가 안 되는 민주당과 자민련만 갖고 언제까지 갈 수 있겠어? 민국당이 소수라고 언제까지나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우리도 2중대 노릇은 못 한다 이거야. 우리 의견을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어야지. 그게 정당 아니가? ‘그게 안 된다면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했어. 이제 조금 있어봐. 뭔가 터지게 돼 있다니까.”

―민국당이 지금까지는 공동여당에 힘을 실어주었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원구성과 인사문제였잖아. 정치적인 쟁점은 없었어. 앞으로 국가보안법 같은 사안이 나올 텐데, 그건 얘기가 다르지. 우리 당은 분명히 반대거든. 지금은 바꿀 시기가 아니라는 게 민국당의 당론이야. 북한이 정말 바뀌어야 우리도 개정할 수 있어. 이건 단순히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만일 그런 문제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론대로 갈 수밖에 없는 거지.”

3당 정책연합 이후의 정국구상에 대해 묻자 김대표는 “지금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 먼저 큰 그림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지역구 1석, 전국구 1석이 민국당의 엄연한 현실”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인터뷰를 한 달 뒤로 미루자며 서둘러 자리를 파하려는 김대표에게 닷새 전에 열렸던 재판에 대해 물었다. 그랬더니 손을 내저으며 “그게 무슨 기사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대선 전부터 DJ가 도움 요청

―이번 재판을 ‘표적수사’라고 단정지으신 근거는 무엇입니까.

“내가 그 동안 공동정권에 참여해 달라는 DJ의 제안을 수차례 거절했거든. 대통령선거 전에 김대중 총재가 두 번이나 도와달라고 직접 부탁했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요청이 왔어. 선거 전에는 내가 이회창이 대통령 만들려고 뛰고 있었잖아. 나는 그때 중부권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 선거 끝나고는 김중권(金重權)이가 찾아와서 공동정권에 참여해달라는 DJ의 메시지를 전하더라고.

하지만 내가 거부했잖아. 왜냐? 영남정서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고. 내가 참여하면 그건 동서화해가 아니라, 영원히 동서분열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그건 못한다고 말했어. 그저 ‘김대통령이 열심히 해달라. 나는 야당으로서 돕겠다’는 생각을 전했지. 그랬더니 나를 흔들고 표적수사를 시작했어. 그렇게 하면 한나라당이 깨지고 이회창 세력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대가성 여부는 법률적 판단에 맡기더라도 김대표가 돈을 받은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 아닙니까.

“정치를 하다 보면 돈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어. 민정당이나 민자당 때는 선거를 치르면서 내 돈을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 거야 아마. 내가 정치자금을 받아서 사적으로 썼나? 다 정치발전을 위해 썼어. 어떤 의미에서 나는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기여한 사람 아니가? 3당 합당을 이루고 문민정부를 이룬 사람이 나 아니가? 정치발전에 족적을 남긴 사람 아니가?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든다면 김대중(金大中)이 김종필(金鍾泌)이는 몇 번이라도 구속했게…. DJ나 JP나 40년 정치하면서 무슨 돈으로 했겠어?”

조금 더 이야기를 구체화시켜보자. 김대표가 법정에 선 이유는 세 가지. 그중에서 15대 총선 직전 전국구 공천을 약속하고 김찬두(金燦斗) 전의원에게 받았다는 30억원이 가장 크다. 이와 관련 김대표는 순수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30억원을 받은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 김대표가 밝힌 내용을 보면, 한국 정치의 어두웠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그 사람이 돈을 가져와서 ‘큰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할 테니 요긴하게 쓰라’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3개”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지금까지 정치자금을 많이 받아봤지만, 한번에 몇 십억원을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야. 집에 와서 보니까 100만원짜리로 30억원이야. 돈 받을 때 그 사람이 ‘선거 치르려면 100명 정도 꼬붕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얘기를 들었거든. 그렇게 계산해도 이건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10억은 돌려줄 생각으로 집에 두고 20억은 대구 내려가서 경북도당에 선거자금으로 다 넣었다고. 이거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그때는 그것뿐만이 아니고 여러 군데서 자금 얻어서 지구당에 지원했어. 보스라는 게 그거 하는 거 아니가? 그걸 내가 축재했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사적으로는 한푼도 쓰지 않았어.”

그렇다면 나머지 10억원은 어떻게 됐을까? 김대표는 돈을 돌려주기 위해 김씨를 만났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이 사람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더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나보고 ‘무슨 소리냐? 앞으로 큰 정치를 하려면 이거 가지고 되겠냐? 대권에 나가지 않더라도 다음 정권에 킹메이커는 할 거 아니냐? 당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 이유는 없어’ 하면서 받질 않는 거야. 그래서 그 돈도 나중에 이회창이 후보 만들고 선거하는 데 다 쓴 거 아니가? 내가 그렇게 돈 썼다는 건 신한국당 사람들이 다 알아. 지구당 위원장들한테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쓰고 그렇게 해서 이회창이 후보 만든 거 아냐? 그런 돈이라고. 알겠어? 그걸 갖고 나를 표적수사해?

한번 생각해 보라고. 그 사람이 전국구를 받으려고 했다면, 공천심사가 열릴 때 나한테 전화라도 해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야 될 거 아냐? 그런데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어. 왜? 자기는 그런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때 전국구 공천은 강삼재(姜三載) 사무총장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거든. 강총장이 김찬두씨에게 ‘전국구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대. 그랬더니 ‘생각이 없다’고 했다는 거야. 만약 김찬두가 ‘뇌물’로 돈을 주었다면 전국구에서 탈락했을 때 나한테 돌려달라고 요구해야 할 거 아냐? 그런데 그런 말도 안 했다니까.”

―항소심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찬두가 법정에서 ‘전국구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 이 재판 그냥 끝나는 거야. 그런데 1심에서는 ‘겸사겸사해서 주었다’고 진술했어. 나 참 기가 막혀서. 나는 다음번엔 김찬두가 진실을 말할 거라고 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2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많잖아. 김찬두도 양심이 있을 거 아냐?

내가 지금껏 구조적인 비리사건에 걸린 적이 있나? 없잖아. 검찰이 내 친인척까지 뒤져서 나온 게 고작 이거 아니가? 내가 듣기로 검찰에서도 내 뒤를 캐보고 놀랐다고 해. 정치를 하다 보면 돈이 필요한 건 어쩔 수가 없어. 나는 그 돈을 받아서 여러 사람 도와주었을 뿐이야. 말하자면 정거장 노릇을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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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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