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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사진 없는 DJ노믹스 사람부터 바꿔라”

金鍾仁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쓴소리

  • 黃鎬澤 <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청사진 없는 DJ노믹스 사람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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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노믹스는 정권 출범 초에 나온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정부 탄생 2년쯤 돼서 등장했습니다. 김영삼(金泳三) 정권에서는 신경제라고 했지요. 신경제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로 무너졌습니다. DJ노믹스의 내용을 보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골간으로 경제를 운용한다는 건데 실제로 나타나는 정황을 볼 것 같으면 종래 패턴하고 다를 게 없어요.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종전과 똑같이 하고 있는데 달라질 수 있나요.”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서강대 교수,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경제수석 비서관, 국회의원 등을 지냈지만 늘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불린다. 6공화국 정부의 경제수석으로 재직할 때 재벌개혁 정책을 독하게 밀어붙여 경제수석의 이미지가 각인된 까닭이다. 그는 “6공화국 초기의 재벌개혁 정책이 중간에 좌절되지 않고 다음 정부로 이어졌더라면 한국이 97년과 같은 경제위기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입각 소문, 신경쓰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고비마다 탄탄한 이론에 경제정책 운용 경험이 접목된 그의 견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학계와 정·관계를 오가며 지인이 많지만 이런 저런 눈치를 살피지 않고 경제정책에 관해 직설법으로 쓴소리를 하는 편이다.

DJ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구조조정은 바로 그가 6공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 추진했던 주력업종제도, 비업무용 토지 매각 등 재벌개혁 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런 개혁성이 높이 인정돼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에는 경제팀 개편이 있을 때마다 경제팀장(재경부장관) 또는 경제수석 물망에 오르내렸다.

―이번 3·26 개각에는 혹시 연락이 없었습니까.

“그런 거하고 전혀 관계없이 사는 사람입니다.”

―작년에는 정운찬(鄭雲燦) 서울대교수가 천거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모르겠어요. 나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까 의미가 없다고 봐요.”

주먹구구로 책정하는 공적자금

―증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환율, 수출 등도 불안합니다. 정부 사람들은 하반기에는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경제를 평가할 때 경기 문제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97년 경제위기 이후의 현상은 교과서에 나오는 경기변동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경제위기 직전까지 김영삼(金泳三) 정부는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으니까 외환위기는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책을 다루는 사람은 물론이고 각종 연구기관, 경제 대가라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언론마저 외환위기를 정확하게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98년에 마이너스 성장(-6.7%)을 하지 않았습니까. 기본적인 경제 구조에 큰 결함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을 자꾸 경기 문제에 결부시켜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시행 이후 한번도 경제 구조조정 정책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구조조정은 경제정책을 다루는 사람에게조차 생소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포커스를 경기에 맞춘다고 봅니다.

98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경제가 99년에는 성장률 10%를 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98년 이후 특별히 실시한 대책이 있었다면 공적 자금 투입뿐입니다. 그 효과가 99년 10% 이상의 성장률로 나타났고 이것이 2000년 중반까지 계속된 것입니다. 그러자 경제팀은 ‘한국 경제가 정상화됐다’ ‘이대로 끌고 가면 대통령 임기 말까지 별 이상 없다’ ‘여기서 안정만 실현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이후 상황은 다시 나빠졌습니다. 작년 4/4분기(10∼12월) 경제 성장률이 -0.4%입니다. 10%로 올라가다가 갑자기 -0.4%로 떨어진 것을 정상적인 경기변동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구조상의 문제가 또 돌출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109조원 가까운 공적 자금의 효력이 다해 가니 다시 신용경색이 일어나고 경제활동이 위축된 것이지요. 이런 것을 경기에 결부시켜 설명하려고 드니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것입니다.

정기국회에서 공적 자금 40조원을 추가 동의받고 연말에 갑자기 회사채 긴급인수제도를 도입하니 금융시장 경색이 풀려 1∼2월에는 약간 나아진 듯한 상황을 보였어요. 그러니 또 금방 2/4분기(4∼6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다 국제 경기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이니까 하반기에 가면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만큼 현 시점에서는 1∼2%의 경제 성장률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100조원이 넘는 공적 자금을 투입했는데 최근 박승(朴昇) 공적자금 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공적 자금을 추가로 조성해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한빛은행 등 몇몇 은행을 보면 1차 공적 자금을 받고도 은행이 정상화되지 않아 다시 2차 자금을 투입해 자본금 100% 감자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처음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 경제를 다루던 사람들은 실질적인 금융기관 및 기업의 부실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공적 자금이 약 200조원은 투입돼야 해결할 수 있지 않으냐고 봤는데 정부는 64조원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국회 동의를 받았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대목도 있습니다. 너무 많이 책정하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올 가능성이 있지요. 그렇더라도 근본적으로는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실물 부문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를 제때 상환 못하니까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이 많이 늘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은행을 구조조정하면서 실물 사이드에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해 자금을 계속 투입하다 보니 다시 은행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거지요. 결국 1차 공적 자금 투입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2차로 조성한 공적 자금 40조원도 명확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책정했다기보다는 대강 맞춘 숫자라고 봅니다. 가급적이면 은행도 ‘부실’이라는 명패를 붙이기 싫으니까 부실 규모를 축소하려고 들고 정부도 국민에게 미안하니까 많이 안 잡은 것 같아요. 그러나 막상 박승 위원장이 상황을 보니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금년에 경제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면 기업 부실이 더 늘어나고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적 자금의 추가 조성 요인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건설, 공기업화 우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력난을 지켜보며 한국전력 민영화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전 발전 부문의 민영화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소유가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것은 경영 효율과 직접 일치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민간 소유 기업도 부실한 곳이 엄청나게 많지 않습니까. 정부가 한국전력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유능한 경영자가 꾸려나가면 별 이상이 없다고 봅니다.

한국전력은 독점 기업입니다. 전 산업의 피를 공급하는 기업인데 정부가 물가를 걱정해 전력요금 인상을 억제하지 않습니까. 기업의 장기적인 효율을 향상시키려고 하면 전력요금을 자유 자재로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잘 안 돼 기업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이지, 정부 소유라 무조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이끄는 현대건설, 하이릭스반도체(옛 현대전자), 현대금융 그룹이 한국경제에 복병으로 잠복하고 있습니다. 시장 원칙을 어기며 저렇게 무한정 퍼주기 지원을 해도 좋을까요. 좋은 처방이 없겠습니까.

“현대건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들이 전부 출자전환하고 기존 자본금도 100% 감자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민간 기업에서 거의 공기업 형태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전체적인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과 모순되는 것이지요. 금융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동안 감자를 하면서 정부가 공적 자금을 지원하니까 다 국가 소유가 돼버렸습니다. 거기에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논리를 대입하면 실질적으로 소유가 민간인에게 있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될 수밖에 없겠지요.

더구나 건설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원래 오너가 하는 기업입니다. 지금 저런 형태로 변질돼 운영하면 과연 장기적으로 효율을 내며 생존할 수 있겠습니까. 왜 계속해서 살리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한 정책당국의 분명한 대(對)국민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들이 있다면 그것을 명확히 설명해 일반 국민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출자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정몽헌씨는 자리를 내놓게 되고 아까 말한 대로 건설업의 특성상 빨리 새 주인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 주인이 금방 나올 수 있겠습니까. 과연 현대건설을 총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경영자가 있겠습니까. 그게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현대건설을 인수할 정도의 자본을 가진 민간인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사람은 현대산업개발 같은 기업이 현대를 잘 알고 같은 업종이니까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괜찮을 거라고 말합니다만….

“잘못하면 현대산업개발까지 부실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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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鎬澤 <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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