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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통 송유관 사업 우리가 맡는다”

조헌제 대한송유관공사 사장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남북관통 송유관 사업 우리가 맡는다”

물류(物流)는 흘러야 한다. 경부와 호남고속도로는 물류를 처리하는 한국 경제의 대동맥이다. 경제가 굴러가려면 정유공장에서 정제한 기름도 소비지로 흘러가야 한다. 유조선은 덩치가 매우 커서 남해의 울산과 온산·여수, 서해의 서산 등 수심이 깊은 항구로만 들어올 수 있다. 정유공장은 바로 이러한 곳에 위치한다.

그러나 정제된 기름을 소비하는 곳은 대도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전체 기름의 절반을 소비한다. 정유공장에서 석유를 실은 탱크로리(석유 운반 트럭)가 서울로 올라온다고 생각해보자. 그렇지 않아도 복작거리는 고속도로와 국도는 탱크로리로 가득 찰 것이다. 사고 위험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석유의 고속도로’인 송유관을 깔아야 한다.

부끄럽게도 한국에서 종단 송유관을 처음 깐 것은 주한미군이었다. 1973년 미군은 한국 방어를 위해 포항에서 의정부까지 송유관을 깔았다.

한국의 정유회사들은 오랫동안 이 송유관을 빌려 사용해 왔다. 1992년 미군은 이 송유관을 국방부에 무상으로 넘겨주었다. 송유관의 수명이 다해갈 때쯤인 1990년, 한국은 ‘대한송유관공사’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1997년에는 한국 종단 송유관 매설 공사를 완료하였다.

송유관에는 SK와 LG 등 여러 정유회사의 기름이 흐른다. 휘발유와 경유 등 여러 종류의 기름도 흐른다. 신기한 것은 여러 회사의 다양한 종류의 기름이 전혀 섞이지 않고 흐른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기름이 섞이지 않는 송유관

송유관을 통해 울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려면, 기름은 상당한 고압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큰 압력을 받다보니, 송유관 속은 공기 없이 기름만 빽빽이 차게 된다. 전혀 여유 공간이 없으니, 뒤에 있는 기름은 앞에 있는 기름을 밀어내기만 할 뿐 전혀 섞이지 못하는 것이다.

통일은 물류로부터 비롯될 공산이 크다. 한동안 시베리아의 가스전을 개발해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가져온다는 방안이 거론된 적이 있었다. 시베리아의 가스는 송유관을 통해 한국으로 가져와야 한다. 한국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는 대한송유관공사뿐이다. 대한송유관공사 사람들이 송유관을 매설하기 위해 북한을 오가다 보면 통일은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이름만 공사(公社)이지, 실제로는 SK그룹에 속한 민간기업이다. 송유관공사는 공기업으로 출발했으나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주)SK가 최대 주주가 된 것. 대한송유관공사의 조헌제(趙憲濟·60) 사장을 만나 송유관 사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한송유관공사의 지분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원래 이 회사는 정부가 51%, 정유 5사와 민항기 2사가 49%를 출자해 만들었다. 그후 정부지분은 조금씩 줄이고 정유 5사는 정부가 내놓은 지분을 똑같이 분할 인수하면서 민영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SK만 정부지분을 제대로 인수해, 현재는 34%로 최대 주주가 되었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송유관공사를 SK 계열사로 발표했다.”

-조사장께서도 (주)SK 출신인가?

“나는 SK에서 전무 겸 영업본부장을 하다 이곳에 왔다. 그러나 SK 출신이라서 사장이 된 것은 아니다. 92년 국방부는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송유관을 SK에 맡겨 운영케 했다. 그보다 훨씬 이전인 76년엔 SK의 전신인 유공이 울산에서 대구까지 송유관을 매설해 운영했다. 나는 이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사장은 SK를 비롯해 주주인 여러 정유회사들이 모여서 결정한다. 나는 송유관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뽑힌 전문경영인이다.”

-시베리아 가스전을 개발해 북한을 관통해 한국까지 오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한다면, 송유관공사는 이 공사를 맡을 수 있는가?

“물론이다. 그러한 공사가 시작되면 우리는 외국의 송유관 회사들과 당당히 경쟁해 그 공사를 따낼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그러한 사업을 한다고 발표된 것은 없지만 직원들로 하여금 그에 대비한 교육만 시키고 있다.”

-장차 통일이 된다면 북한 지역으로 송유관을 깔아야 할 텐데….

“평양이 위치한 북한 서해 쪽에는 대형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수심 깊은 항구가 없다. 따라서 울산이나 여수에 있는 정유공장에서 정제한 석유를 올려보내야 할 것이다. 서울(보다 정확히 말하면 성남)까지 올라와 있는 송유관을 평양까지 연결하고 가압해서 보내면 될 것이다. 북한 동부 지역의 경우 동해의 수심 깊은 곳을 택해 정유공장을 짓고, 그곳에서부터 내륙으로 송유관을 건설하면 된다. 송유관이 산맥을 넘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므로 낭림산맥을 넘어 서부 지역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송유관 연결”

-국내에도 송유관을 건설할 곳이 있나.

“한국석유공사가 포항 앞바다에서 발견한 돌고래 가스정에 관심이 있다. 돌고래 가스정에서부터 육지까지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지난 해 12월에는 인천에서 영종도의 인천공항까지 23㎞에 달하는 항공유 전용 송유관을 완공하기도 했다.”

-송유관은 모든 종류의 기름을 수송하는가?

“아니다. 휘발유나 경유 같은 경질유(輕質油)만 수송한다. 벙커C유 같은 중질유는 겨울이 되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송유관으로 보낼 수 없다. 중질유는 기차로 운반한다.”

-수명이 다한 미군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되면 환경오염이 일어나지 않을까.

“미군 송유관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운영중인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되면 환경이 오염된다. 우리가 만든 송유관이 파괴될 경우부터 설명해보자. 송유관은 워낙 압력이 세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파열되면 기름이 엄청난 힘으로 치솟게 된다. 누군가가 고의로 송유관을 뚫다가 이 기름 줄기를 맞으면 크게 다칠 정도다. 때문에 송유관에서 기름이 세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송유관 중간 중간에는 차단 밸브가 있으므로 기름이 새는 것이 발견되면 밸브를 차단하고 즉시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또 송유관 아래에는 기름이 새는 것을 감지하는 누유(漏油) 감지선을 설치해놓아 기름이 새게 되면 금방 사고를 감지할 수 있다. 수명이 다한 미군 송유관은 물을 집어넣어 고압으로 밀어냄으로써 내부에 있는 기름을 씻어낸 후 사용을 중지하게 된다.”

-송유관회사를 운영하면서 발견된 정유회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참 좋은 질문이다(조사장은 기자를 창가로 데려가 주유소 등으로 갈 탱크로리에 기름을 실어주는 출하대를 가리켰다. 출하대는 많이 비어 있었다). 출하대가 왜 텅 비어 있는 줄 아는가. 정유회사들이 저마다 전용 출하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출하대를 만들어 공동으로 쓰면 경비가 절약될 터인데, 자사의 영업비밀이 새나간다며 전용 출하대를 만든 것이다. 송유관이 지나는 곳에는 저유소가 있는데, 정유회사들은 전부 전용 저유소를 지으려 한다. 대전에 있는 저유소는 LG가 지어 현대와 SK에게 기름을 제공하고, 대구에 있는 저유소는 현대가 지어 에스오일과 인천정유에 제공하면 저유소 건설비와 운영비 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과거 일본에는 12개의 정유회사가 있었으나 지금은 6개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경쟁이 자심해지자 이들은 저유소를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한국 정유회사들도 비용을 줄여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전체 경제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9%대이나, 한국은 13%대다. 물류비를 줄이지 않는 한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송유관공사도 적자이지 않은가?

“그렇다. 정부가 매각하기로 한 지분을 SK를 제외한 다른 회사에서 제대로 인수해 주지 않아 차입금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자 한다. 본사가 있는 이곳의 여유 부지를 이용해 종합 물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 전국에 산재한 주유소와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탱크로리를 엮어 택배사업을 할 계획도 있다. 송유관만 운영하는 단종 물류회사에서 종합물류회사로 변모할 예정이다.”

-해외 송유관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인가?

“삼성이 아프리카 콩고에 건설하려는 정유공장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원유가 나오는 곳에 정유공장을 짓고 그곳에서 콩고 수도까지 680여㎞에 걸쳐 송유관을 까는 사업이다. 이러한 경험은 북한을 관통하는 송유관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신동아 2001년 9월 호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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