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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3인 연쇄인터뷰|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

“노무현당 노무현 후보면 영남 석권한다”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노무현당 노무현 후보면 영남 석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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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확실한 지지 대의원 1500명
  • ● 김근태와 연대시기·방법, 개혁그룹에 맡겼다
  • ● 한화갑 선택 이해 안돼. 다시 평민당 하자는 건가?
  • ● 민주당으로는 집권 못해, 정계재편 해야
  • ● 본선경쟁력이 선택의 기준, 적극 홍보하면 승산 있다
  • ● 내가 후보 되면 한나라당 개혁파 흔들 수 있다
11월10일 오후, 전북 덕유산 자락 무주리조트 내 티롤호텔 지하2층 대연회장. 농구장 만한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무대 중앙에는 대형 걸게그림이 걸려있고 ‘희망의 미래가 시작됩니다’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대연회장에 못 들어간 사람들은 연회장 옆 대기실의 대형 멀티비전 앞에 모여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2000명 이상은 됨직했다.

‘노무현과 함께 하는 사람들 무주단합대회’.

행사의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이날 무주리조트에 모인 사람들은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지하는 민주당 대의원들과 노고문의 팬클럽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노사모)’ 회원들이었다. 노고문 측 자체집계 결과 민주당 대의원만 2500명 이상이 무주리조트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모 회원과 개혁연대 관계자 등을 포함하면 대략 3000명. 한마디로 덕유산 자락이 이날 오후 노무현 지지자들로 넘쳐 났다.

오후 5시를 조금 넘어서자 입구 쪽이 소란해졌다. 누군가 “지역화합 노무현”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이어 연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의 주인공인 노무현 고문이 행사장 입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노사모 회장인 배우 명계남씨의 소개로 노무현 고문이 단상에 섰다. 청중들의 “노무현” 연호가 한동안 그칠 줄 몰랐다. 노고문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본 뒤 입을 열었다.

“제가 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되도록 확실한 노무현 지지자만 모시고 오라고 부탁드렸는데 제 지지자가 아닌 분들도 많이 오신 것 같아요.”

청중들 사이에 또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닙니다, 노무현, 노무현…”.

“저를 지지하는 분들만 오셨다면 자리가 이렇게 비좁지 않을 텐데…. 만일에 여러분들 모두가 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들이라면 전당대회가 필요 없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1시간 10분 가량 계속된 노고문의 연설은 청중들의 열띤 박수와 환호로 끊어졌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날 노고문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집권을 위해 민주당의 체질개선도 요구했다. “더 이상 동교동이 좌지우지하는 정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더 이상 호남당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민감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과연 우리가 국민통합 정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국민통합을 성공시켜내야 합니다. 더 이상 동교동이 좌지우지하는 정당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의 눈치나 살피고 사사건건 보고하고 지시받아야 하며 자기 스스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타율적 정당의 한계를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더 이상 호남당이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해서는 정권교체를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국민통합을 이루어 낼 수 없습니다.”

“영남포위론은 불가능해”

노고문은 호남·충청연합으로 정권재창출을 도모하는 동교동계와 이인제 고문 진영을 겨냥한 듯 “영남포위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영남에 유권자의 28%가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숫자 놀음을 해봐도 영남에서 30% 이상의 지지를 받지 않고는 민주당의 집권은 불가능합니다. 영남에서 제3의 후보가 나와 영남의 표를 분산시켜 주면 영남을 포위하는 구도가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요행을 바라면서 정치를 하면 안됩니다. 다시 영남에서 ‘제2의 이인제’는 없습니다.”

이날 노고문은 향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쟁점이 될만한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하나의 약속을 하겠습니다. 지자체 선거 이전에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서 부산·경남·울산의 선거를 지휘하고 이 모두를 승리시키지는 못해도 단 하나라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당의 후보를 반납하겠습니다. 제 목표는 이 세 곳에서 모두 이기는 것입니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선거로 나가겠습니다. 적어도 하나만 이기면 선거는 끝난 겁니다.”

이 대목에서 청중들의 환호성은 극에 달했다.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연호가 터져나왔다.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구호에 노고문은 잠시 연설을 중단하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대통령선거에서 이겼을 때만큼 좋습니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연설 말미에 노고문은 정계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주당이 대통령을 당선시키더라도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서 그 정부를 얼마나 흔들겠습니까? 여기에 맞서기 위해서 민주당은 민주개혁 통합세력들이 뭉쳐서 정계개편을 제안하고 정치판을 새롭게 짜야 합니다. 그 개편의 과정에서 대통령선거를 저절로 승리할 수 있고, 여대의 국회로 새로운 정권이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민주당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아픔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한나라당에 있는 국회의원들 중에는 명분만 생기면 민주세력, 개혁세력, 통합세력이 하나로 되는 새로운 정당을 꿈꾸는 분들도 있다”며 자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계재편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노고문은 자신이 집권할 경우 국무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이양해 우리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살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총재 일인지배 체제에서 벗어나 총재가 독점하는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도 말했다. 무주대회는 참석자들의 반응도 뜨거웠고, 주인공인 노무현 고문도 대단히 만족스러워한 행사였다.

11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고문의 대선캠프인 지방자치연구원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무주연설에서 워낙 많은 쟁점을 쏟아낸 터라 그 배경을 탐색해보는 것이 인터뷰의 1차 목표였다. 아울러 그와 이인제 고문을 중심으로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는 민주당내 경선 전망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았다.

지지 대의원은 1500명

―무주단합대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이 행사는 저의 확실한 지지자를 운동원으로 만드는 연수과정으로 생각하고 기획했습니다. 1000명 내지 1500명 정도를 목표했는데 모집해보니까 회비를 3만원씩 받았는데도 숫자가 자꾸 많아지더라고요. 결국 2500명 이상이 돼버렸는데 나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을 데려오고, 지금은 대의원이 아닌데 앞으로 대의원 될 사람이라고 또 데려오고, 이렇게 해서 늘어났습니다. 그냥 뒀더라면 얼마나 더 왔을지 알 수 없을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참석자를 줄이느라 애먹었습니다. 그날 오신 분 가운데 적극적인 지지 대의원은 1500명 정도였습니다. 정성껏 연설을 했는데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설 도중에 ‘대통령 노무현’구호가 나오니까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아직도 대통령 연호가 나오면 쑥스러워지네요.”

―노고문이 대선후보가 된 뒤 치른 지방선거에서 부산 경남 울산 등 PK지역 세 곳 자치단체장선거 가운데 한곳에서라도 이기지 못하면 대선 후보를 사퇴하고 다시 경선을 치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자신감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저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매 시기 전력투구해왔습니다. 내게는 아껴둬야 할 기득권이 없습니다. 대의원들에게 영남에서 이회창 표를 빼앗겠다고 약속하고 후보가 됐다면 그 정도의 결과를 보여줘야지요. 그런 약속이 없더라도 재신임받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온갖 핑계를 대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만 봐왔기에 오히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제 생각은 당연한 겁니다. 1996년 독일의 슈레더 총리가 작센지방의 지자제 선거를 치르면서 ‘일정수준 승리하지 못하면 대통령후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니까 라퐁텐 당수도 ‘좋다 그렇게 하면 밀어주겠다’고 했거든요. 그렇게 화답해서 정권을 잡은 것입니다. 얼마나 멋있습니까. 멋있게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합니다. 부산 울산 경남 중에 하나도 못 건졌다, 그러면서도 대통령후보를 하겠다고 우기면 미안한 일 아니겠어요?”

―문제는 지방선거 이전에 당내 경선이 치러졌을 경우고 아직까지는 경선 일정이 불투명한데요.

“지방선거 전에 대선 후보 선출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당은 대표선수를 내세워서 선거를 합니다. 국회의원 선거 때도 당 대표선수를 중심으로 선거를 하는 겁니다. 서구의 총선을 예로 들어 어느 정당이 이긴다고 할 경우 수상은 누구인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신문이 선거결과를 보도할 때 슈레더 승리, 토니 블레어 승리라고 합니다. 이 경우 토니 블레어는 일개 국회의원일 뿐이지만 영국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수상 예정자인 토니 블레어의 승리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도 지방자치선거지만 대표선수를 내세워서 선거를 해야 합니다. 지자제 선거 전에 우리 당의 다음 정치 책임자, 우리당이 내놓은 국정책임자의 얼굴을 걸고 선거를 치러야지 그것도 없이 선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지자체선거 전에 후보경선을 하게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또 맞붙는 지방선거가 돼서는 안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이인제 고문은 지자체 선거전에 대선 후보를 정해야 할 뿐 아니라 관례상 후보가 당 총재까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권력의 집중이 문제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국회지배가 큰 문제입니다. 거기에 공천권까지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력집중 상태, 이것이 한국정치의 큰 병폐라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 고치자면 대통령이 되면 당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하고 대통령도 당권과 공천권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이인제씨도 얼마 전에 당정분리, 후보 당권 분리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떻든 간에 당대표는 대표 선거로, 후보는 후보 선거로 뽑게 돼 있습니다. 두 번 출마해서 다 되든 어떻든, 대통령제 국가에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 후보는 후보로서 선출하는 거지 당대표를 뽑아 그 사람에게 후보를 맡기는 경우는 없습니다.”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주겠다”

노고문의 ‘일인지배체제’ 타파에 대한 신념은 확고해 보였다. 무주 연설에서도 권력의 일인집중현상이 한국정치의 대표적 병폐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고문은 거의 신앙에 가까운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권력의 집중이 모든 정치판 해악의 원인일까? 이런 부작용은 대통령제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피한 현실 아닐까? 노고문은 권력독점을 반드시 타파해야 하며 심지어 자신이 집권하면 우리 헌법상의 내각제적 요소를 활용해서라도 권력분산을 이뤄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자체가 태생적으로 레임덕 문제를 안고 있고 이 때문에 레임덕을 걱정한 단임 대통령이 초기에 당을 장악하려 하고, 욕심부려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생긴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까 권력의 독점보다는 5년 단임 대통령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민주당이 다음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 우리 대통령이 힘이 빠졌을까요? 제도의 문제보다 현실의 문제입니다. 레임덕이란 당내에서 차기 지도자에게 힘이 쏠리는 것을 말합니다. 단임제에서도 나타나지만 중임제를 하더라도 마지막에 가서는 레임덕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오히려 한국에서 레임덕이 커 보이는 것은 대통령이 제도 이상의 권위와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공천권이라는 게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 모릅니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력만 행사하는 합리적인 권력운용과정이 되면 레임덕은 훨씬 적어지지요.”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시는데 오히려 그런 공약을 내세워서 스스로 함정을 만들었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만약 대통령이 되시면 2004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다음 대통령은 임기 시작한지 일년 뒤에 딱 한번 공천권을 행사하면 끝이거든요.

“공천권 필요 없습니다. 당을 왜 (대통령이)장악합니까? 당은 당대로 일하는 것이고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헌법상 권한을 가지고 일하는 겁니다. 더 큰 것은 국민의 지지와 존경입니다. 여론이 받쳐주면 누구도 거기에 저항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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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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