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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게이트 의혹의 진실을 밝힌다”

타이거풀스 33세 '오너' 송재빈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토토게이트 의혹의 진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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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4세에 사업 시작, 김윤환 민국당 대표 사위
  • ● 창업 4년만에 8개 계열사 둔 지주회사로 급성장
  • ● 재벌 2,3세들과 호형호제…도움 주는 사람 많다
  • ● 소문 떠도는 괴문서는 검찰에서 나온 것
  • ● 국정원·청와대 사정팀 방문 받았다
  • ● 아스텐·피코소프트 인수, 주가조작 의혹
  • ● 뒤 봐주는 실세 있나
  • ● 자금난 소문…매출 낮아 스포츠토토 사업 기로에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 까까머리 사내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공을 쫓다 넘어진 한 청각장애 소년. ‘일어나! 넌 할 수 있어’. 여자친구의 다정한 손동작에 용기를 얻는다. 이어 떠오르는 문자. I ♡ SOCCER, I ♡ TOTO.’

지난 두세 달 TV에서 심심찮게 방영된 광고다. 체육복표 사업인 ‘스포츠토토’를 홍보하기 위한 것. 이 스포츠토토 사업을 이끄는 회사가 바로 타이거풀스다.

타이거풀스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체육복표사업 수탁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올해 2월. 복표사업이 ‘현 정권 최대의 이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사업권을 따낸 타이거풀스에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에 부응이라도 하듯 1998년 자본금 1억원에 직원 5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오늘날 지주회사인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이하 타이거풀스INT) 하에 8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6개월 전부터 정계와 증권가에는 타이거풀스를 둘러싼 여러 가지 ‘설(說)’들이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체육복표 위탁 사업자 선정에 정권 실세를 등에 업은 비리가 있었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 ‘기업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이 있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최근에는 타이거풀스의 ‘비리’를 담은 200쪽 분량의 괴문서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았다. “토토게이트라도 터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추측까지 나오는 지경이었다.

이러한 갖가지 의혹에 대해 책임 있는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타이거풀스의 ‘실질적 오너‘인 송재빈(33) 대표뿐이었다. 송대표는 민국당 김윤환 대표의 사위. 나이마저 적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그동안 송부사장은 언론에 노출되기를 극구 사양해 왔다. “너무 젊어 쓸데없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가만히 있으면 의혹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11월12일, 강남역 사거리 타이거풀스빌딩 뒤편 한 음식점에서 마침내 송부사장과 마주할 수 있었다.

2시간 가량 계속된 인터뷰 중 송대표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괴문서는 검찰에서 나온 거다. 그걸 들고 찾아온 국가정보원 사람이 내게 직접 말했다. 청와대 사정팀의 방문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억울하다. 문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경쟁업체인 A사 편에 선 검찰 모 인사가 날 음해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 틀림없다.”

만일 송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야말로 큰 스캔들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사업자 선정은 정말 투명하게 이루어졌나. 타이거풀스의 급성장에 다른 비밀은 없는가. 권력의 비호를 받은 것은 타이거풀스인가, 경쟁사인 A사인가.

“괴문서 출처는 검찰”

체육복표 사업이란 스포츠 경기의 승패나 점수를 맞춘 사람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베팅 게임이다. 국내에 이 사업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98년 4월. 영국의 세계적 풀스게임(투표권사업)업체인 리틀우즈가 대한축구협회에 “향후 10년간 풀스 사업 독점권을 주면 월드컵 경기장 신축자금으로 총 1억~4억파운드(약 2500억~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미 이탈리아, 일본 등이 월드컵 재원 마련을 위해 풀스사업을 허용한 전례가 있는 만큼 대한축구협회도 적극적인 검토에 나섰다. 외환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체가 외국 회사라든가 사행성 사업이라든가 하는 문제제기는 별 힘을 받지 못했다. 리틀우즈는 그 다음달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 참석 차 영국을 방문한 우리 대표단에게 같은 제안을 다시 한번 던졌다.

리틀우즈가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인 것은 오래 전의 일이었다. 1997년 리틀우즈는 싱가포르에 타이거풀스라는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전진기지였다. 이를 편의상 타이거풀스싱가포르라고 하자. 같은 해 4월, 타이거풀스싱가포르는 우리나라에 1차 시장조사단을 파견한다. 별 소득 없이 돌아가게 된 그들 앞에 29세의 청년 사업가 한 명이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송재빈. 스포츠마케팅을 하는 임팩프로모션, 옥외광고업체 인터아트 등을 운영하는 젊은 사업가였다.

여기서 잠깐 송대표의 이력을 훑어보자. 송대표는 1968년 생이다. 본적은 충남 공주. 1987년 서울 신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단국대 섬유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시절 꿈은 패션 마케팅 전문가. 유학 계획을 세우고 제대(육군 병장) 직후인 1991년, 사전 답사 차원에서 유럽 여행을 떠났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여행 중 밀라노의 두오모성당에 들렀죠. 독실한 신자는 아니었지만 기도 중 문득 ‘유학은 필요 없다’는 ‘암시’를 받게 됐어요. 마음의 소리를 따르기로 했지요.”

대학교 4학년 때인 1992년, 친구들과 첫 사업을 시작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레포츠클럽이었다.

이어 아버지가 유학 자금 대 주는 셈치고 건넨 500만원을 밑천 삼아 옥외광고 및 이벤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2년만에 자본금 5000만원, 직원 30명을 둔 회사로 성장시켰다.

부인 김윤미씨와 결혼한 것은 1993년의 일. 김씨는 민국당 김윤환 대표의 1남3녀 중 셋째다. 유명 정치인의 딸이라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 땐 어려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요즘 들어서는 장인이 ‘자연인’이면 편할텐데 하는 생각을 간혹 한다”고 답했다.

“축구협회의 아는 분으로부터 타이거풀스싱가포르를 소개받았습니다. 이거 말 된다 싶었죠. ‘한국은 (당신들에게) 생소한 나라 아니냐, 복표사업 자체도 잘 모른다, 그러니 우리 같은 홍보회사를 대리인으로 쓰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얘기가 잘 돼 리틀우즈와 그 관계사인 APMS의 지원을 받아 1987년 8월 코리아풀스마케팅(KPM)을 설립했죠.”

KPM의 자본금은 1억원이었다. 지분의 50%는 임팩프로모션이, 나머지 50%는 영국의 두 회사가 25%씩 나눠 가졌다. 직원은 4명. 임팩프로모션 사무실 한 귀퉁이를 빌어 업무를 시작했다.

일을 맡은 송대표는 복표사업 홍보와 법안 마련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먼저 월드컵축구조직위원회 최창신 사무총장(현 한국유소년축구협회장)을 찾았다. 송대표는 이전부터 프로축구연맹 김모 부장 등 체육계 인사들과 친했다. 또 주변에는 최 전총장도 아는 ‘일단의 유망한 젊은이들’이 포진해 있었다고 한다.

“월드컵조직위가 나서 복표 사업을 추진하자”는 송대표의 제안에 최 전총장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한다.

“그 전에 영국에서 온 사람들도 만나봤지만, 당시 축구계에서 타이거풀스싱가포르는 무슨 괴물처럼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저도 (복표사업의) 좋은 면을 아주 생각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선뜻 나서야겠다는 판단이 서질 않질 않더군요. 그런데 (송대표가) 이어 찾아간 대한축구협회 쪽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나봐요.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오고 또 나도 ‘좋은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돼 이후 몇 가지 도움을 줬습니다. 김종환 중·고골프연맹 회장이 허주 동생이라 그쪽도 좀 신경을 썼고요.”

“법 개정 자체가 타이거풀스 작품”

이에 대한 송대표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1997년 하반기 동안 열심히 뛰었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었어요. 다소 힘이 빠진 상태였는데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복표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군요. 세계 각지의 현대 계열사들을 통해 실태 파악도 하고요. 그래서 다시 달려들었죠.”

1998년 4월 송대표는 KPM를 해체하고 타이거풀스코리아(주)를 설립했다. 같은 해 6월 영국 측 조사팀이 입국해 5개월간 조사 및 지원 활동을 폈다. 송대표, 축구협회 등도 복표사업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경기장 건설 투자 제안이 있은 직후여서 스포츠계는 물론 정·관계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영국인들이 뭐가 아쉬워 경기장을 그냥 지어주겠나. 법 개정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말만 띄운 것”이라는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1998년 11월 박세직 의원 외 54명이 개정법률안을 입법 발의했다. 그러나 이른바 ‘방탄국회’가 장기화하면서 법안 의결은 불발되고 말았다. 다음해 8월, 개정법이 드디어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주관단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체육진흥투표권준비단이 설치됨과 더불어 수탁 사업자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일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법안 통과 자체가 타이거풀스 진영의 작품이었다’고 증언한다. 송대표 역시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영국에서 온 사람들을 적절히 활용했죠. 서양 사람들을 죽 데리고 다니면 아무래도 대접이 달랐어요. 복표사업의 장점에 대해 입이 닳도록 설명했습니다. 장인 이름을 팔지는 않았어요. 정치적으로 그럴 상황도 아니었고요.”

어쨌거나 갓 서른인 젊은이가 정·관계, 축구협회 등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이고 소기의 성과까지 거뒀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몽준 회장과 송대표 간에 밀약이 있다거나, 정치권 실세가 뒷배를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돈 것도 그런 ‘의외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송대표는 “이상한 소문이 날까봐 명절 때도 아내와 아이들만 보낼 뿐, 처가집 문턱조차 넘지 않았다”며 이같은 소문을 일축했다.

법안통과가 지지부진한 동안 송대표는 자금 부족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4명 남짓한 직원들의 월급마저 챙겨주지 못하는 상황이 다섯 달 이상 계속됐다. 영국에서 매달 보내오는 1만 파운드 가량의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였다. 일 진행이 늦어지자 영국 측은 사업철수 의사를 밝혔다. 결국 스톡옵션만을 남긴 채 지분 전체를 회수해갔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타이거풀스에는 영국 쪽 지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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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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