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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황태자’ 김현철 5년 만에 입열다

“김홍일에 연민느껴, 야당때 던진 부메랑에 당한 것”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문민정부 ‘황태자’ 김현철 5년 만에 입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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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donga.com) 인물정보에 들어가 ‘김현철’을 검색하면 모두 6명의 김현철이 등장한다. 전 내각수반, 현직 변호사, 두 명의 기업체 간부 김현철의 이름이 나오고 다음에는 ‘춘천가는 기차’라는 노래로 유명한 ‘가수’ 김현철이 등장한다. 그리고 인천지검 검사 김현철씨가 마지막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문민정부 시절, 특히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을 떠들썩하게 했고 그해 뉴스에 가장 자주 오르내렸던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아들 현철(賢哲·42)씨, 그래서 한국사람이면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인. 그러나 인터넷 인물정보 사이트에서 그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컬하다.

1997년 2월 한보사태가 터지면서 현철씨는 ‘한보 비리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현철씨는 의혹을 제기한 당시 야당의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맞섰다. 결국 한보사태와 관련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해 5월17일 현철씨는 정치자금수수와 관련,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이라는 생소한 범죄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이어진 재판과 수감생활, 보석으로 석방, 2000년 8월 최종 복권과 공민권 등 모든권리 회복, 그리고 2000년 4월 미국유학 길에 오른 뒤 14개월 만인 2001년 6월 귀국과 칩거…. 그에 대한 소식은 가끔 신문의 단신기사로나 접할 수 있었을 뿐, 그가 요즘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좀처럼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문민정부의 황태자’라는 거창한 별명 탓에 까마득하게만 보였던 그를 2001년 12월14일 오후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만났다. 김현철씨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현철씨의 웃는 얼굴은 무척 낯설었다. 언론을 통해 보아온 그의 얼굴은 언제나 굳어 있었고, 전국에 중계되는 TV청문회 도중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었는데, 지금 얼굴 가득 웃음짓는 현철씨를 대하니 마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아버지 YS와 흡사한 외모에 엑시머레이저수술로 그동안 그와 아버지를 구분짓게 했던 안경마저 벗어버리자, 청년 YS를 보는 듯할 정도로 아버지와 닮아 보였다. 40대에 접어들면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마저 보태져 더더욱 YS와 닮아 보였다.

“제 기억에는 아버님이 40대기수론을 주장하실 때 반백(半白)이셨는데 저는 그때보다 조금 더 머리가 센 것 같네요.”

인터뷰를 위해 회의용 탁자가 놓인 접대실로 안내하면서 현철씨가 말문을 열었다. 목소리는 김 전대통령보다 조금 가늘었고 말하는 속도는 조금 빨랐다. 웃는 모습에서는 어머니 손명순 여사의 태가 묻어 있었다.

아버지 YS가 1999년 5월1일 아들을 위해 특별히 썼다는 ‘호연지기(浩然之氣)’ 네 글자 편액이 걸려 있었다. 현철씨는 바로 그 앞 의자에 앉았다.

“저는 누구든지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과 접촉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과거에는 언론과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언론하고 인터뷰를 할 만한 일이 없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이슈가 있어야 만나지요.”

현철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그동안 언론 인터뷰가 뜸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미국 객원교수 생활과 2002년 3월부터 예정된 경남대 행정학과 대학원 출강 계획을 경쾌한 어조로 소개했다.

‘국가경영론’ 책 곧 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있었습니다. 이 대학 정부학과 학과장이자 공화당의 여론조사에도 참여했던 피쉬긴 교수로부터 ‘딜리버레이티브 폴링(Deliberative Polling)’이라는 새로운 여론조사 기법을 배우고 직접 참여도 했습니다. 우리말로 ‘깊이 생각하는 조사’로 변역할 수 있는 이 여론조사는 전화나 방문조사와 달리 표준 국민들을 선정, 합숙을 하며 각 정당의 정강 정책을 교육시킨 뒤 의견을 묻는 방식이었는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귀국한 뒤 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도 지내신 박재규 경남대 전총장께서 ‘경남대에 와서 강의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이 다른 곳에 적을 두지 않았다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셔서 연구소 비상근 연구위원으로 적을 두게 됐죠.”

―책을 쓴다는데 내용은 어떤 겁니까. 항간에는 미래학 분야라고 하는데….

“제목이 좀 거창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 ‘21세기 한국국가 경영론’입니다. ‘국가경영론’은 대학원 강의 제목이 될 겁니다. 민간 정권인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하려 했던 개혁정책들을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적으로 전개해 나갈 수 있는 것인지, 미래정치 쪽에서 살펴보는 것이 책과 강의의 포인트가 될 겁니다. ‘세계화’는 미국식과 유럽식이 있는데 우리가 추구하려는 세계화 전략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경쟁력 측면에서 국가 경영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담았습니다.”

―문민정부가 했고 현 정부가 하고 있는, 그러나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개혁과제들을 정리해보자는 뜻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의미를 자꾸 부여하면 거창해지는데요. 어떻게 보면 경영학도로서 어른(YS) 가까이에서 정치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것까지 다 포함해 아쉬웠던 부분들, 실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들을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앞선 정권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다 보니 실상이 많이 가려지는 것 같아요. 어느 누군가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민정부 최대의 치적은 뭐라고 봅니까?

“그건 제가 답할 문제가 아니죠. 어느 정부이건 빛과 그림자가 있는 것 아닙니까. 군(軍) 개혁이라든가 금융실명제 등 각각의 개혁정책이 있는데 그 정권 5년 내에 하나만 정착돼도 사실 평가를 받을 만한 업적이거든요.”

―문민정부 최대 치적은 뭐니뭐니해도 군(軍)이 다시 정치에 관여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은 것이라고 평가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의견에 동의합니까?

“그럼요. 사족을 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죠. 지금 국민들 어느 누구도 사회가 혼란스럽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모든 여건이 불안해도 군이 다시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 바탕을 (YS가) 혁명적으로 이끌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인치 논쟁도 많았지만, 그건 인적 개혁이라 표현해야지 인치라는 식으로 깎아내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금융실명제 도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죠.”

김현철씨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그가 문민정부 인사에 깊숙이 개입한 점을 지적한다. 현철씨는 문민정부에 인사추천을 한 것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는 “‘아버지의 사람’을 아버지에게 추천한 것일 뿐 사리사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문민정부 초기에 권영해(權寧海)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나회 숙청작업이 전개됐습니다. 당시 권장관을 국방장관에 추천한 사람이 김현철씨라고 알려졌었는데요.

“그건 이렇게 봐야 합니다. 어른께서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정치를 해오시면서 수많은 사람을 아십니다. 그런 가운데 자연히 저도 그런 분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거죠. 제 나름대로 어른께 추천해 드린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인사들은 어른께서 아시는 분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서 알게된 거죠.”

―김 전대통령이 아는 분들 중에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따로 만나보고 얘기를 들어본 뒤, 이 사람은 괜찮겠다 싶으면 대통령께 추천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아버님하고 제가 정치적인 얘기를 심도 있게 나누기 시작한 때는 1987년 대선 이후입니다. 대화를 깊게 나누다 보면 아버님과 여러 가지 얘기들이 진행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치적 측면에서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부자지간 이상의 동지적 관계였다고 말씀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저는 그 의견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저 스스로는 아버님을 도와드린다고 생각했지 제가 동지적 입장에서 했다든가 그래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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