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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ㅣ 방송인 송해

전국노래자랑 18년 영원한 ‘젊은 오빠’

  • 이계홍 < 작가·용인대 겸임교수 >

전국노래자랑 18년 영원한 ‘젊은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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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떻게 해서 송선생님이 ‘전국 노래자랑’을 18년 동안이나 이끌게 됐는지,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왜 국민 프로그램이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나름대로 진단해주시겠습니까?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은 빤하죠.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해 자기 얼굴, 그러니까 자화상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무대에, 또는 텔레비전에 나온다는 것이죠. 자기가 나와서 까불고 웃고 장난치는 프로그램으로 인식을 하니까 거부감이 전혀 없지요. 전국 노래자랑이 세계에서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프로가 아닐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본에도 이런 유사한 프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 따라오려면 코피 좀 쏟을 거요. 하하하.”

‘전국 노래자랑’은 고향소식을 묻혀오는 프로그램이다. 향토적이고, 신토불이 정신이 녹아 있어 한국적 정서의 박람회장이라고도 일컬을 만하다. 또한 한국의 풍속사이며, 서민들의 애환이 서리고 눈물이 젖은 사교장이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겐 향수를 달래주는 곳이다. 그 중심에 송해라는 능청스럽고 구수하고, 수더분한 캐릭터가 우뚝 서있는 것이다.

-‘전국 노래자랑’을 언제 시작했죠.

“전국 노래자랑이 처음 방송된 때가 1980년 4월 개편부터일 겁니다. 초기엔 저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1984년 4월 프로그램 개편 때부터 참여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만 18년을 진행한 셈이지요. 그동안 PD들은 아마 40여 명이 바뀌었을 거예요. 제가 맡기 전에는 위키리씨와 방송국 아나운서들이 진행을 맡았는데 모두 중도하차 했습니다.



-전국을 순회하는 데 어떤 기준을 세워서 가십니까.

“처음에는 전국 시·군을 모두 돈다는 단순한 기준으로 출발했지요. 전국 400여 개 시와 군을 한바퀴 도는 데 어림잡아 3년2개월이 걸립니다. 그러나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많아지고 또 이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자기네 고장을 홍보하고 싶어하니 최근엔 지자체로부터 요청이 오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래도 특별한 기준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물론 있죠. 요즘에는 지자체마다 축제를 열어요. 양파축제다, 고구마축제다, 연꽃축제, 나비축제, 반딧불축제 등 지방행사마다 쫓아가죠. 남원 춘향제라든가, 밀양 아랑제, 영월 단오제, 지리산 철쭉제 등 이미 알려진 지방축제도 많지만 요즘들어 새롭게 군마다 자기 고장의 특색을 살린 축제를 열어서 고장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런 축제기간에 ‘전국 노래자랑’까지 열리면 금상첨화 아니겠습니까.”

-프로그램의 진행과정을 설명해주십시오.

“일요일 정오뉴스가 끝나고 12시10분부터 시작해 1시10분까지 방송됩니다. 하지만 녹화시간은 두 시간이 넘어요. 예선에 적게는 200명 많게는 2000명이 참가합니다. 인천에서 2000명 남짓한 사람들이 신청했는데, 예선 참가자만으로 강당이 꽉 찰 정도였어요. 예선 참가자 중 본선에 오르는 사람은 겨우 18명입니다. 본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죠. 실력도 갖춘 셈이고요. 본선 진출이 서울법대 합격한 것보다 더 영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선 진출자가 반드시 노래를 잘 불러서 뽑히는 것만은 아니다. 장기가 있다거나 희한한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 무대를 재미있게 끌어가는 사람도 ‘양념거리’로 뽑히는 영광을 얻는다.

“예선은 방송팀만 참가하고 저는 본선에만 나서죠. 하지만 미리 출연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합니다. 어떤 사람이 웃기는 재주가 있고 또 어떤 사람이 노래를 잘하며, 어떤 사람이 춤 솜씨가 좋은지 미리 공부하지 않고는 진행을 매끄럽게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때는 예선에도 참여했는데 지금은 시간도 없고, 또 예선에서부터 나가면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요. 대신 본선 진출자 면면을 미리 입수해서 각자의 장단점, 특출한 점을 철저하게 공부합니다. 그 공부가 거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선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많겠지요? 이런 것들도 웃음의 소재가 될 것이고요.

“물론 많지요. 그런 재미로 사회를 보고 있는지도 몰라요. 한번 나와서 떨어진 사람이 몰래 변장을 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감쪽같이 수염을 달고 모자를 쓰고 나오면 잘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통과한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일수록 재미가 있거든요. 전국 노래자랑은 노래 잘하는 사람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사람을 웃기는 재주도 있어야 맛이 우러나고 프로그램이 풍성해지는 것 아닙니까.”

이런 경우도 있다. 한 노인은 ‘땡’ 하고 종을 울려도 무대에서 나가기를 거부하고 계속 사회자를 물고 늘어졌다. 도리없이 한 번 더 시키게 된다. 그래도 노래의 함량이 떨어져 또 종을 친다. 노인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한 번 더 시켜달라고 거듭 생떼를 부린다. 그래서 다시 노래를 시키지만 역시 땡이다. 세 번 땡이니까 딩동댕 합격이 됐다고 위로를 해주고 나서야 노인은 무대에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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