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미국에 북한 공격시나리오는 없다”

한승주 전 외무장관

  • 황호택 < 동아일보 논설위원 > hthwang@donga.com

“미국에 북한 공격시나리오는 없다”

1/9
  • 부시의 ‘악의 축’ 발언으로 불거진 북미 긴장 관계는, 북한 핵문제로 인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1994년의 상황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당시 외무부장관으로 북미관계에 매달려온 한승주 고려대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갖고 있을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발표한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강한 톤으로 공격한 후 남북한과 미국 간에는 숨가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북한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의 전략과 배치되는 행동으로 계속 어깃장을 놓을 경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들은 북한이 겉으로는 평온한 듯하면서도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빛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지금의 상황은 북한 핵문제로 인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1994년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한승주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외무부장관에 취임하자마자 북미관계에 매달려 1993∼94년의 긴박한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그만큼 북미관계에 정통한 사람도 드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교수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고려대학교 교정은 입구부터 온통 공사판이었다. 제2경영관을 신축하고 옛날 운동장 자리의 지하에 주차장과 학생 복지시설을 짓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영국 고성(古城) 모양의 인촌기념관은 학교의 맨 뒤쪽 옛 인촌 묘소에 있다. 인촌기념관 5층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원장실에서 한교수를 만나 남북한과 미국의 관계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들었다.

한교수는 최근 미국 행정부 고위관리 그리고 한반도 전문가들과 폭넓은 접촉을 하고 돌아왔다.



“테러집단 도와주지 말라는 경고”


―이름이 비슷한 한승수 전외교부장관이 퇴임식을 마치고 나서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했을 때는 그만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한장관이 미국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으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한승수 전장관이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나 미사일 수출, 또는 미사일 기술 유출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국민은 굶주리는데 대량살상 무기를 생산하는 비도덕적인 정책에 관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것이 무력행사를 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결의를 강하게 천명하면서 북한과 같이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한 나라들이 테러집단을 도와주는 정책이나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사전 경고를 한 것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수출이 중요한 달러벌이 수단이 아니겠습니까? 북한은 10억달러를 보상하지 않으면 수출을 중단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국제법상 북한의 미사일 판매를 규제할 근거가 있습니까.

“월드트레이드센터와 펜타곤이 테러를 당한 9·11 사건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야 합니다. 미국이 9·11 테러를 전쟁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적에게 도움이 되는 무기나 물자의 판매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요.

실제로 북한에서 수출하는 미사일이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연초에 이란이 팔레스타인에 무기를 공급하는 배를 이스라엘 특공대가 중간에 나포할 때, 무기를 받는 상대가 누구냐가 중요한 기준이 됐을 것입니다.

9·11 이후 미국 입장에서는 자기네들이 극도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이 다가온다고 판단하면 미사일 수출선을 나포한다든지, 미사일을 압류할 권리가 있다고 믿겠죠. 객관적으로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적어도 미국으로는 그런 입장을 취할 거라고 봅니다.”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위험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등 강한 표현을 많이 썼는데요. 미국 언론의 보도는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3개 국에 대해 당장 무력을 사용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하던데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상정해볼 수 있습니까. 또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지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후에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의 순서를 정해놓고 어느 단계에서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짜놓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서로 오판하거나 또는 잘못된 정책 등에 의해 긴장감이 높아져 사태 진전에 따라 무력 공격이 시작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또는 미국에 협조하는 나라가 북한의 무기 수출선을 멈추게 하고 무기를 압류했을 때 북한이 대응을 하고 나오겠지요. 특히 한반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심각한 충돌로 발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 정권도 미국의 결의가 꽤 강함을 감지했고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무력 행사가 아주 효과적임을 목격했을 것입니다. 그런 전제에서 북한 쪽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거나 미국이 북한을 무력 공격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봅니다.”
1/9
황호택 < 동아일보 논설위원 > hthwang@donga.com
목록 닫기

“미국에 북한 공격시나리오는 없다”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