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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한국의 알리, 나비처럼 ‘인생의 링’을 날다

권투인 홍수환

  • 이계홍 < 작가·용인대 겸임교수 >

한국의 알리, 나비처럼 ‘인생의 링’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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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수환이 카라스키야에게 네 번 다운을 당한 뒤 오뚝이처럼 일어나 KO승을 거두는 모습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한국스포츠의 명장면 중 하나다. 도발적 언행과 여성 스캔들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암울했던 시절 그의 복싱경기만큼 국민들을 기쁘고 설레게 한 것은 없었다.
미국에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홍수환이 있다. WBA 밴텀급 챔피언과 WBA 주니어 페더급 챔피언 등 2개 체급을 석권한 그는 복싱계에서 두둑한 배짱에 화려한 기술을 겸비한 테크니션으로 통했다. 암울했던 시절, 그의 복싱 경기만큼 국민의 마음을 들뜨게 한 것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챔피언을 두 번이나 지냈지만 삶은 평탄하지 못했고 지금도 링 밖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의 무하마드 알리


홍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동작구 사당1동 ‘21세기체육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비릿한 땀 냄새가 손님을 맞이한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복싱 체육관 시설은 여전히 열악해 보인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주인인 홍씨는 부재중이고, 대신 소녀 4~5명이 소파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 체육관에서 얼마전까지 복싱을 배우던 학생들로, 복싱을 그만두고도 가끔씩 체육관을 찾는다고 했다.

복싱 도장에 여성이 드나들고 복싱까지 배운다니,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샌드백을 치는 사람들 중에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은 몇 명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심지어 40대 얼굴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선수로 뛰기 위해서 체육관에 나온 것이 아니라 체중을 빼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과 잡담을 하는 사이 홍씨가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올해 53세.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게 중년의 원숙미가 얼굴에 가득하다. 1970년대 스포츠기자 시절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매서운 눈매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도발적인 언사도 조금은 남아있었다.

-선수가 되고자 체육관을 찾는 사람보다 운동 삼아 복싱을 배우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관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복싱체육관에도 선수로 대성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하긴 누가 이런 고생을 자청하고 나서겠습니까. 복싱을 ‘헝그리 스포츠’라고 하지 않습니까. 크게 돈 버는 직업도 아니고, 또 무진 고생을 해야 그나마 빛을 볼까말까 한데 요즘 같이 편한 세상에 이것을 직업으로 삼을 리가 없지요. 호신술로 복싱을 배우는 사람, 살을 빼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예전엔 10대가 가장 많았는데 요즘엔 40대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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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 < 작가·용인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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