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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님, 평민당 때 주도한 노동법개정 잊으셨나요”

수배중인 차봉천 공무원노조 위원장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 carrot@donga.com

“대통령님, 평민당 때 주도한 노동법개정 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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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3일 전국단위 공무원노동조합이 기습적으로 출범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은 24일 서울대에서 열기로 했던 창립대의원 대회의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겨 고려대 대강당에서 개최, 노조 강령과 규약을 채택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공무원노조 ‘법외노조’로 출범

공무원노조의 설립으로 공무원 노동조합은 한국노총의 지원을 받으며 3월16일 출범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과 공무원노조로 복수노조 형태를 갖추게 됐다. 공무원노조는 공노련이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타파 등 공직내부 개혁에만 주력하는 것과는 달리 공직개혁뿐만 아니라 정부와 임금 근로조건 등에 대한 직접 협상을 주장하면서 노동3권의 완벽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출범에 대해 현행법 위반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이 불법노조를 강행하는 것을 단호히 막겠다”(3월17일 이근식 행정자치부장관) “공무원노조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사법처리 및 징계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3월21일 이한동 국무총리). 경찰도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지방공무원법 위반, 건조물 침입죄 등을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주동자 체포에 나섰다.

정부의 강경한 방침과 함께 노사정위원회의 공무원노조 설립 논의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공무원노조를 둘러싼 마찰은 계속될 조짐이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단체행동권 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노조는 “경찰의 폭력적 침탈에 맞서 대정부 투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수배중인 차봉천 위원장, 이용한 사무총장, 정용천 비상대책위원장 등 3인은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이 부당하다며 4월4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성당에서 차봉천(55·국회사무처) 노조위원장을 만나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노조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공무원노조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법외노조’입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노조를 출범시킨 이유는 무엇입니까.

“잘못된 법을 지키면 옳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행정자치부가 행정력과 경찰력을 집중 투입해 노조 출범을 방해했지만 90만 공무원의 열망으로 탄압을 물리치고 마침내 조합을 탄생시켰습니다. ‘공무원이 노동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아니라면 노조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헌법 33조에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공무원인 근로자’가 노동자가 아니면 무엇입니까.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탄압하는 국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ILO(국제노동기구)가 공무원노조 허용하라고 그렇게 권고해도 묵묵부답이에요. 선진국 중에 공무원노조가 없는 나라가 한 곳이라도 있습니까. ILO에 가입한 175개국 중에 한국과 대만만 공무원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 천부인권인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 망신입니다.”

-공무원노조는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는 견해도 있고요.

“정부의 논리가 바로 그거예요. 시기상조는 터무니없는 말이고, 국민정서 운운할 때는 분통이 터집니다. 1953년 노동조합법 제정 당시엔 군인 군속 경찰 형무 소방관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이 보장됐어요. 공무원이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한 것은 5·16쿠데타 직후 비상입법을 하면서부터 그렇게 됐습니다.

1988년엔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 김영삼 민주당 총재가 공무원노조를 허용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국민정서가 지금하고 달랐습니까. 전교조가 설립될 때 국민정서를 조사했습니까. 공무원노조를 허용하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거꾸로 탄압하고 침탈하지 못해 안달이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1989년 3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회복시키는 노동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개정안은 폐기됐다. 당시 개정안은 “6급 이하의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공무원노조의 필요성을 외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생각이 바뀌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공무원노조가 만들어지면, 권력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집니다. 권력자나 장관이 전횡할 수 없게 되는 거지요. 노조가 강한 회사는 CEO가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잖아요. 노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1%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전부예요. 그 사람들이 이상한 여론을 만들어가니까 국민들도 노동자, 노조란 말을 들으면 거부감 비슷한 걸 갖게 되는 겁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원하겠습니까, 아니면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조직을 원하겠습니까?

김대통령은 1997년 대선 직전 정책토론회 등에서 3번이나 공무원노조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 당이 10년 전에 입법했는데 노태우 정권이 ‘비토’했다면서 정권을 잡으면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이율배반이에요. 공무원과 노동자에 대한 배신입니다. 약속을 해놓고 왜 안 지키는지, 꿀 먹은 병아리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는 까닭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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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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