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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무현이 애처롭다, YS는 우리편”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노무현이 애처롭다, YS는 우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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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S-DJ 연합은 늦었다” “지방선거는 호남 빼고 다 이긴다” 서대표는 자신만만했다. 그는 “김대중 정권이 반신불수 상태에 빠졌으며, 정계개편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대표는 한때 앙숙이었던 이회창 후보와 극적으로 화해한 비화와, 전당대회에서 민정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K의원의 실체도 털어놓았다.
5월1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는 ‘이변’이 벌어졌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당초 3위권으로 평가됐던 서청원 의원이 민정계 중진들을 모두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서의원은 나흘 뒤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됐다. 서대표와의 인터뷰는 5월16일 10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네 차례나 연기된 끝에 오후 6시45분이 돼서야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서대표는 이날 4건의 인터뷰, 두 차례의 회의, 의원회관 방문, 기자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틈틈이 120여 명을 면담했다. 그는 요즘 정치에 입문한 이래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에 취임하신 소감부터 말씀해주시죠.

“6·13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당원들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전당대회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앞으로 당의 면모를 일신하여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대의 요구와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제가 경선과정에서 ‘장수론’을 제기했어요. 대의원들에게 ‘양대선거를 잘 이끌어줄 용감한 장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는데 그게 적중한 것 같아요. 4월4일 서울시장을 추대하는 행사에 가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박수가 엄청나게 쏟아지더라고요. 그때 감이 팍 왔습니다. 전당대회 하는 날은 제가 넥타이까지 풀고 와이셔츠 바람으로 호소했잖아요. 제가 여섯 번째로 연설했는데, 연단에서 내려오니까 다들 ‘확실하다’고 그러는 거예요. 대의원들이 ‘양대선거에서 이기려면 서청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경선의 숨은 공로자 K의원


―이회창 후보가 서대표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글쎄요. 그랬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어요. 선거 며칠 전에 K의원이 50여명의 의원들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서의원이 돼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정말 한사람도 거부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미래연대도 처음에는 저를 0순위로 찍었다고 하고….”

―K의원에게 술 한잔 크게 사야겠습니다.

“아까 의원회관으로 찾아갔어요. 술을 사야 되는데 워낙 바빠서 대신 밥을 샀어요. ‘의원님 고맙습니다’ 하면서.”

―서대표와 이후보가 가까워진 계기가 무엇입니까. 1997년 신한국당 경선 때는 서대표가 정발협 간사장을 맡았다가 이수성 고문을 지지했고, ‘YS 인형’ 사건이 터지자 이회창 후보와 감정적으로 부딪친 일까지 있었는데….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때문에 한나라당이 어려웠잖아요. 그때 이총재가 나보고 ‘서의원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줘야겠소’ 하더라고요. 그런데 중앙당 선거에 집중하다 보니 내 독이 깨지는 걸 몰랐어.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잖아요. 초반에 표차가 벌어져서 집에 가서 술 한잔 마시고 잤는데, 당에서 나오라는 거야. 밤 12시30분쯤 역전됐거든.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이총재가 대단한 거야. 총재가 당사에서 당선자 이름 옆에 꽃을 달아주어야 하는데 ‘내가 지금 뭐가 좋아서 꽃을 다느냐. 지금 본부장이 떨어질 판이니까 좀더 지켜보자’ 그랬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내가 상대 후보를 이기니까 꽃을 달기 시작했답니다. 다음날 총재가 조찬을 함께 하면서 ‘고생하셨습니다’ 하는데, 그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총재님 제가 대통령이 되시도록 돕겠습니다’라고 했죠.”

서대표의 정치적 뿌리는 상도동이다. 그는 1980년대에 민추협에서 활동했고,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을 거친 뒤 문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한나라당내 민주계 인사의 일부가 이회창 후보 쪽으로 기울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서도 서대표에 대해서는 애정을 보여왔다. 김 전대통령은 서대표가 전당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자 곧바로 축하전화를 걸었고, 바로 다음날 부부동반 식사모임을 주선했다. 이런 돈독한 관계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는 서대표가 상도동과 이회창 후보의 관계를 복원시키는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전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습니까.

“옛날 3당통합 얘기도 하고, 민추협 얘기도 하고 그랬어요. 제가 1등을 해서 그런지 김 전대통령이 기뻐하시더라고요. 마지막에 제가 ‘밖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했더니, 김 전대통령이 ‘한나라당 잘 되겠네’ 하시는 거예요. 그랬더니 손명순 여사가 옆에서 ‘그걸로 발표해요’ 하셨고요. 그래서 김 전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얘기를 공개한 거죠.”

―김 전대통령은 아직 이회창 후보에 대한 감정이 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김 전대통령이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합니까.

“글쎄요. 대표로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모든 지략을 짜내야겠죠. 어떻게든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건 김 전대통령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직 껄끄러운 부분이 남아있지만, 앞으로 소상하게 말씀드리고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김 전대통령이 애정을 갖고 있으니까 잘 될 것으로 봅니다.”

―김 전대통령은 올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수차례나 공언했습니다. 서대표는 그 사람이 누구라고 보십니까.

“지방선거 전에는 절대로 말씀 안 하신다고 했으니까 기다려 봐야죠. 저는 당연히 ‘한나라당을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릴 거고요.”

-박종웅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상황을 돌이켜보면, 김 전대통령이 노무현 후보에게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간단치 않아요. 속사정은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르거든요. 제가 YS의 의중은 누구보다 잘 알아요.”

서대표를 인터뷰한 5월16일 아침, 정치권에서는 예민한 ‘사건’이 터졌다. 자민련 함석재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함의원의 지역구는 공교롭게도 서대표의 고향인 충남 천안이다.

함의원은 “자민련의 집권 가능성이 없다”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조만간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자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해도 너무 한다”며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함의원의 탈당은 일단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관계를 급속도로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6·13지방선거에서는 두 당이 ‘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민련이 본격적인 붕괴 국면에 들어섰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도 신문 보고 알았어요. 예전에는 함의원과 좋은 관계였는데 요즘에는 통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양반이 왜 탈당했는지, 앞으로 진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말하기가 어렵네요.”

―김종필 총재는 수차례에 걸쳐 한나라당에 협조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회창 총재는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거절했습니다. 앞으로 양당의 관계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임동원 장관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두 당이 연대한 적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민생문제나 법안 등을 중심으로 자민련과의 정책공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민주당이 대전·충청지역에 후보자를 내지 않으면서 자민련이 그쪽으로 가까워지는 것 같지만, 지방선거가 끝나면 다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봅니다.”

―자민련에서 앞으로 추가 탈당자가 나올 것으로 봅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보가 없어요.”

―자민련 내에는 JP와의 인간적 관계 때문에 지방선거까지만 탈당을 보류하고 있는 의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이 이들을 영입할 계획은 없습니까.

“미래를 추측해서 얘기할 수는 없죠. 제가 대표라고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최고의원들과 상의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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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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