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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미 PGA 대회 우승한 프로골퍼 최경주

“인생은 어차피 한번뿐…도전하며 살겠다”

태극마크 부러웠던 ‘완도 촌놈’ 성공기

  • 안성찬 < 스포츠투데이 골프전문기자 > golfahn@sportstoday.co.kr

“인생은 어차피 한번뿐…도전하며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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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6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의 잉글리시턴 골프클럽에서 열린 총상금 450만달러의 컴팩클래식에서 최경주(32·슈페리어)는 ‘기적’을 만들며 한국 남자골프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에서의 안락한 삶을 버리고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위해” 미국행을 택한 ‘블랙탱크’ 최경주의 모든 것.
워싱턴타임스는 5월7일자에서 “아시안의 침략이 시작됐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최경주의 미국PGA 정상공략, 중국 야오밍의 미국 프로농구(NBA) 진출, 일본 좌완투수 이시이 가즈히의 메이저리그 선풍 등 아시아계 운동선수들의 활약상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이 신문은 최경주가 우승 트로피를 안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고 “아시아인의 침략은 한국의 최경주가 PGA투어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했다. 말미에 한국의 박세리를 비롯해 박지은, 김미현의 활약도 부연해 다뤘다.

이 대회에서 최경주가 거둔 성적은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68-65-71-67)로 2위 그룹과 4타차였다. 우승상금 81만달러를 챙김으로써 최경주는 시즌 총상금 100만달러 고지를 넘었다. 특히 그의 우승은 100여 년이 넘는 PGA역사상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동양인으로는 이사오 아오키(1983년 하와이오픈), 천체충(1987년 닛산오픈), 마루야마 시게키(2001년 그레이터 밀워키오픈)에 이어 네번째. 그만큼 미PGA투어그린은 세계 골프의 격전지이자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이전에도 해외에서 우승한 우리 선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골프의 틀이 잡히기 전인 1941년 연적춘(86)옹이 일본으로 건너가 내셔널 타이틀인 일본오픈에서 일본과 대만의 정상급 선수들을 제압하고 우승한 바 있다. 이후 한장상(62)이 1972년 일본오픈선수권대회서 우승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아시아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세계 무대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PGA투어 정상은 이와는 격이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바이런넬슨클래식(5월9∼13일)이 열리는 동안 국제전화와 e메일을 통해 최경주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계속되는 일정과 경기에 그는 다소 지친 듯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퍼팅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경기 직후 힘든 경기였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을 어떻게 끌고갔는지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한홀 한홀 기도하는 마음으로 샷을 하고 퍼팅을 했습니다.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인도해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부인 김현정(31)씨도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던데요.

“사실 호준(아들·6)이와 신영(딸·2개월)이 엄마가 더 힘들었을 겁니다. 어떤 경기를 보더라도 주인공은 힘을 쓰든 악을 쓰든 버티고 이겨냅니다. 정신적인 압박감이야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렇지만 곁에서 보는 사람이 더욱 초조하고 불안한 법이지요. 아마 집사람은 입안이 바짝 타들어가고 심장박동이 멈출 지경이었을 겁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경기를 마치고 우승하니까 오히려 덤덤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최종일 경기 11번 홀(파5 550야드)에서 최선수의 롱퍼팅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 우승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제 우승 확신이 들던가요.

“골프는 장갑을 벗기 전까지는 아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운 좋게도 11번 홀이 까다로운 훅 라인 그린에다 거리가 너무 멀어 걱정했는데, 미끄러지듯 빠져들어 갔습니다. 세컨드 샷을 실패해 파만 잡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따라줬습니다.

결국 승부는 16번 홀(파4 442야드)에서 결정됐다고 봅니다. 그린 턱까지 107야드, 핀까지 125야드를 보고 피칭웨지로 샷을 했는데 함성이 들리더군요. 가서보니까 홀에 걸렸어요. 버디를 잡고 나자 ‘이제 경기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경기가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마지막 날 선두로 편성된 마지막 조는 챔피언 조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죠. 하지만 ‘한국, 일본에서 우승하는 것이나 미국에서 우승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나’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습니다. 1m 이내의 짧은 퍼팅도 빙판 같은 그린에서는 쉽지 않았죠.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이날 스윙템포나 리듬 등 모든 것이 거의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누구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나요.

“아내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애시절부터 고생만 시켰거든요. 이역만리 미국 땅에 와서도 두 아이와 저만 보고 살아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번 우승도 어쩌면 아내의 눈물겨운 기도로 이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5월8일이 호준이 생일이었죠. 속으로 호준이와 약속을 했습니다. 반드시 우승컵을 생일 축하선물로 내놓겠노라고 말이에요.”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최경주의 음성이 태평양을 건너 들려왔다. 필자의 머릿속에도 우승 순간 부인을 안고 눈시울을 적시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경주는 1992년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말한다. 볼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완도 촌놈’을 애정으로 감싸준 아내가 한없이 고맙고 눈물겹다는 것이다.

-우승 이후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들 합니다. 챔피언에 대한 대접이 어떻던가요.

“승부의 세계에서는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풀시드권(자동출전권)을 받지 못한 선수는 본선 출전을 위한 예선(월요일에 하기 때문에 보통 ‘먼데이’라고 한다)을 치러야 합니다. 시드권을 가진 선수가 4라운드 하는 동안 5라운드를 하게 되는 셈이죠. 그렇다고 항상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우승을 하면 3년간 풀시드가 주어지고 각종 메이저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대회 때마다 전용기는 물론 코스 내에서도 전동카를 대여해주고, 티오프 시간도 황금시간대에 편성해주는 등 대우가 확 달라지죠. 우승한 뒤 ABC와 인터뷰를 하는데 한국말로 ‘축하합니다’하는 것을 보고 확실히 절감했습니다. ‘이 맛에 프로들이 기를 쓰고 우승을 하려 애쓰는구나’ 할 정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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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 스포츠투데이 골프전문기자 > golfahn@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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