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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핵탄두, 맨해튼 강타한다

뉴욕타임스 ‘핵의 악몽’ 시나리오

  • 번역·정리이흥환 < 미 KISON연구원 > hhlee0317@yahoo.co.kr

도난당한 핵탄두, 맨해튼 강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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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전 FBI는, 방사능을 유출하는 이른바 ‘더러운 폭탄’으로 미국 수도 워싱턴을 테러공격하려 한 혐의가 있는 호세 파디야를 검거했다. 이 발표가 나오기 일주일 전, ‘뉴욕타임스’ 5월26일자 특집판(매거진)은 핵 테러 시나리오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의 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핵의 악몽: 테러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동의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언제가 되었든 핵 테러공격은 일어난다는 것이다. 핵 테러가 있을 것이냐 없을 것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터지냐가 문제다. 테러전문가들은 이미 잠을 잊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특집판 기자인 빌 켈러(Bill Keller)가 쓴 ‘핵의 악몽’ 기사를 요약했다.
핵테러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나리오 한 가지쯤 제시할 수 있다. 잔인하긴 하지만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 과학자연맹(FAS) 연구원인 마이클 레비는, 미국 내에서 제조된 핵폭발 장치를 실은 트럭 한 대가 뉴욕 맨해튼으로 통하는 한 터널을 통과하던 중 핵폭탄을 터뜨렸을 때의 장면을 상상해본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이룬 빌딩 숲 곳곳엔 핵폭풍으로 구멍이 뚫리고, 순식간에 수천명의 사람이 바비큐가 돼버린다. 비록 핵폭탄이 지하에서 터지긴 했지만 뉴욕 시민 수천명이 방사능에 노출돼 죽어나가고, 건물에서 쏟아져나온 콘크리트 가루와 먼지, 강물이 방사능을 묻힌 채 기포가 되어 하늘로 치솟았다가 ‘죽음의 재’가 되어 한없이 쏟아져 내린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 사고현장의 방사능 제거작업에 참여했던 러시아의 핵물리학자 블라디미르 시칼로프는 고농축 방사능인 세슘-137을 살포장치에 담아 퍼뜨리는 공격 시나리오에 대해 언급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그의 집 부엌에서, 핵 테러 가능성을 주제로 인터뷰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그가 말한 세슘-137의 공격 목표는 다름아닌 디즈니랜드다.

이 경우 인명 살상 숫자는 훨씬 줄어들겠지만, 일정량의 세슘으로(시칼로프는 얼마나 되는 양인지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찻잔을 들어보였다) 디즈니랜드의 매직 킹덤이 오염되면 결국 공원이 폐쇄되고, 무고한 미국 시민들은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시칼로프는 대다수 사람들이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터무니없이 충격받는다고 생각하는, 핵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디즈니랜드를 공격한 후 비록 자기가 먹을 음식과 음료수를 따로 포장하고 입었던 옷을 없애버리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즐거운 마음으로 디즈니랜드에 놀러가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원자력에너지부(MINATOM) 관리였던 또 한 사람의 러시아인 드미트리 보리소프는 자살 공격 조종사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한다(자살 공격 조종사 시나리오는 이런 종류의 상상에 자주 등장한다). 그의 시나리오는 소련 국영항공사 소속 제트기인 에어로플롯이 쿠차토프연구소를 급강하 폭격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모스크바 부근의 한 고급 주택가에 있는 원자력 연구센터로, 보리소프와 인터뷰를 하기 바로 전날 취재를 갔던 곳이다.

이 연구소엔 갖가지 크기의 원자로 26개와 거대한 방사능 물질 집적소가 있다. 이곳을 자살 제트기가 폭격할 경우 시체를 담는 비닐자루 숫자보다 재산 피해가 훨씬 더 크겠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체르노빌에 맞먹는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시나리오들은 실제론 소름 끼치도록 무시무시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식으로 희석시킨 것일 수도 있고, 핵 비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겐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집안으로 끌어들인 바보같은 짓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몇 주에 걸쳐 미국과 러시아의 전문가들에게 들어본 바에 따르면, 이런 가공할 창작물 같은 이야기들은 사람들을 낙담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떤 한 과학자는 자살 테러 비행기가 방사능 살포 무기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했고, 또다른 사람들은 비행기 납치범들이 핵연구소 실험실을 들이받아 현장에서 실제 핵폭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론을 펼치기도 했다. 사무실이 빼곡히 들어찬 고층건물의 환기통을 통해 플루토늄을 어떻게 퍼뜨릴 수 있는지 방법을 가르쳐준 전문가도 있었다.

‘만일’이 아니라 ‘언제냐’가 문제다

핵 테러 위협은 현실적으로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그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실제로 대규모 파괴력을 지닌 핵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뉴욕이나 워싱턴 한복판에 핵폭발로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방사능의 연무가 도시를 뒤덮는다고 생각해보라. 이는 핵무기고의 핵탄두가 암시장을 통해 흘러나왔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핵무기 암거래를 하는 브로커가 엄연히 활동중인 파키스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야말로 핵무기 암거래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혹은 미국 내에서 만들어진 폭파장치가 동원될 수도 있다. 핵무기 제조 실험실에서 만든 것보다는 폭발력이 떨어지겠지만 얼마든지 대학살용이 될 수 있다.

두번째 경우는 방사능 공격이다. 방사능 물질을 넣은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공공장소에서 폭발시켜 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폭발과 함께 방사능을 공기중이나 물에 퍼뜨리거나 아니면 직접 핵시설을 파괴해 방사능을 유출시키는 것이다. 이런 음모는 핵분열에 비하면 어린 아이들의 장난처럼 간단한 것이며, 직접적인 핵폭발에 비하면 두려움이 훨씬 덜한 것이긴 하다.

그래도 사람들이 대피하는 등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암 발병률이 점차 증가하며, 방사능 제거 작업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또한 주변지역 전체를 영구 폐쇄해야 할지도 모른다. 알 카에다 조직은 자신들이 이 ‘더러운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확인된 바 없지만,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9·11 테러사건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을 현실로 보여줬다. 9·11 테러는 우리(미국)를 미워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인물들이 실제로 가공할 방법으로그 미움을 표현한 사건이다. 더욱이 그들은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우리를 미워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우리의 악몽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지난 2월 부시 행정부의 국토안보국장 탐 리지는 ‘뉴욕타임스’에 찾아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그는 비행기 납치에서부터 탄저균 우편물 발송, 천연두, 농약 살포 비행기를 이용한 세균 살포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우려할 만한 테러 가운데 가장 걱정스러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탐 리지는 기도하는 것처럼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있다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이렇게 말했다. “핵이지요.”

이 글은 핵 테러의 공포와 그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얼마나 두려워해야 하며, 정확히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름끼치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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