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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재수’ 끝에 당선된 경기도지사 손학규

“중앙정부 정책 무턱대고 따라가지 않겠다”

  • 황호택 < 동아일보 논설위원 > hthwang@donga.com

‘재수’ 끝에 당선된 경기도지사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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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는 경선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합의됐습니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당내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 이구동성으로 손학규를 후보로 내세워야 승리한다는 컨센서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당내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돼야 한다는 암묵적인 의견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꿈을 꾸면서 중앙정치에 초연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중앙무대에 얼굴을 자주 내밀면 도정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들을 테고…. 딜레마일 것 같아요.

“딜레마가 아닙니다. 경기도의 경쟁력을 키우고 경기도 주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면 그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전체 중소기업의 4분의 1, 첨단산업의 37%가 경기도에 있습니다. 경기도를 잘살게 하고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곧 대한민국을 일으키는 일입니다. 지사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봅니다.

정치의 개념이 바뀔 것입니다. 중앙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염증이 왜 생겨납니까. 국민의 삶 또는 국가 경쟁력을 개선하는 일에 소홀하고 자기네들끼리 편 가르기하고 대권 싸움만 하니까 불신을 받습니다. 그런 중앙정치는 불식돼야 합니다.”

햇볕정책은 계승해야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인 업적과 대표적인 실패를 하나씩만 들어보세요.

“남북교류의 진전이 현정부의 업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그 얘기도 하기가 힘들어졌지만…. 나는 공개적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고 나서 햇볕정책은 그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난이 나올 때도, 나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서해교전에서 정부와 군의 대응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북 포용정책을 펴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고 개방시키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의 업적만 말하고 답변을 그만두길래 대표적인 실패에 관해서도 말해보라고 다시 채근했다.

“대표적인 실패는 부정부패입니다. 아주 불행한 일입니다. 이 정부 초기부터 부정부패에 신경이 무디어진 상태에서 한풀이가 부정부패로 연결된 것 같아요. 이 점은 선거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선거 분위기가 점점 나아지던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 들어와 보궐선거, 4·13총선을 치르며 다시 과거로 회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포용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시각으로 보면 한나라당이 남북문제에서 지나치게 보수층의 정서 또는 과거의 냉전논리에 영합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남북문제에서 한나라당의 보수적 입장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불행히도 김대중 정부의 실패가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 돌려놨습니다. 중간층마저 반사적으로 우경화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더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지요.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보수적인 정서에 영합한다기보다는 김대중 정부가 상대적으로 보수층을 두텁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특정 학교에 관한 이야기는 특정 지역에 관한 이야기만큼이나 조심스럽다. 자칫 잘못하면 선의의 사람들의 마음에 아린 생채기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세인의 관심이 쏠리는 사안을 덮고 지나가는 인터뷰는 팥소가 빠진 안흥찐빵이나 다름없다. 손지사는 경기고등학교 61회 졸업생이다. 이회창 총재는 49회니까 손지사의 12년 선배다.

―이회창 후보 주변에 경기고 출신들이 많습니까.

“한현규씨를 정무부지사로 임명하면서 망설인 이유가 바로 한씨가 경기고 출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건설부 주변에서는 한현규 부지사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구동성으로 탁월하다고 얘기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양심에 거리낄 게 없고 꼭 그 사람이 필요해 선택했습니다.

이회창 후보도 그런 고민이 있을 겁니다. 내가 경기고 나왔고 이회창 후보가 경기고 나왔지만, 나는 한번도 이회창 후보한테 고분고분한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왔습니다. 199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경기고 선배인 이회창씨를 지지하지 않고 서울고를 나온 이수성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또 이회창 후보에 대항해 총재 경선에도 나갔습니다.

이회창 후보의 심기를 거슬리는 말도 자주 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장외 투쟁을 할 때 민생문제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 원내에 들어가자고 주장했습니다. 당내 민주화를 위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자고 누구보다 먼저 말문을 텄습니다. 이회창 후보 본인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후보 측근들은 심기가 불편했겠지요.

경기고가 뭉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은 경기고 출신들이 선후배를 봐주다 보면 정말로 배타적인 사회가 됩니다. 그동안 경기고 출신들이 주체적으로 세력을 형성할 일이 없었는데, 이 정부 출범 후 이회창 총재가 탄압을 받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경기고도 모여야 되는 게 아니냐’ 는 분위기가 일부 동문들 사이에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회창 후보는 동창회 근처에도 웬만하면 안 나오고 주변에서는 경기고 출신들을 의식적으로 배제합니다. 이회창 후보 가까이에 경기고 출신이 거의 없을 겁니다. 비공식적인 이너서클에도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경기고 출신이 많지 않다고 봅니다.

경기고 출신 중에 고시에 합격해서 출세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사람을 쓰려고 보면 눈에 많이 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찰에서 고위급 간부를 시켜야 될 후보군에 경기고 출신들이 많다고 해봅시다. 객관적으로 갑과 을 둘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둘 다 경기고 출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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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 동아일보 논설위원 >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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